서로 다른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젊은 연구자들, 김상욱(왼쪽)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와 유지원 그래픽 디자이너가 만나 최근 ‘뉴턴의 아틀리에’를 출간했다. 사진 조선일보 DB
서로 다른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젊은 연구자들, 김상욱(왼쪽)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와 유지원 그래픽 디자이너가 만나 최근 ‘뉴턴의 아틀리에’를 출간했다. 사진 조선일보 DB

뉴턴의 아틀리에
김상욱·유지원 지음|민음사|440쪽|1만9000원

‘앎’이라는 한글을 놓고서 곰곰이 생각에 잠긴 적이 있다. ‘앎’의 받침 중 ‘ㄹ’은 지상의 온갖 길을 떠올리게 했다. 산길과 도로뿐 아니라 구불구불 물길도 포함됐다. 받침 ‘ㅁ’은 구획과 경계를 강조하는 듯해서 영토를 중심으로 한 인간 사회와 국가 따위를 생각나게 했다.

그 위에 놓인 ‘ㅇ’은 해와 달을 아우르는 우주 공간을 형상하는 듯했다. 우주를 지배하는 기(氣)의 순환도 상상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남은 ‘ㅏ’는 선뜻 형상 언어를 내놓지 않았다. 답답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로 인해 생각의 출구를 갈망하니까, 그것은 문고리를 생각나게 했다. 저 문을 열고 나가면 우주의 궁극적 진리에 이르는 길을 발견하는 것은 아닐까.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글자의 아름다움을 탐구하고 창조하는 그래픽 디자이너 유지원을 만나서 최근 책 ‘뉴턴의 아틀리에’를 냈다. 두 사람의 영역은 과학과 예술로 나뉘지만, 인간의 창의력이란 측면에선 밀접하게 연결된다. 두 사람은 무엇보다 ‘시각’을 출발점으로 삼아 대화를 주고받았다.

유지원은 ‘글자의 생김새로 보는 이야기들’이란 주제로 말문을 열었다. “나는 글자의 생김새를 보는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했다. “그림은 이야기다. 인간이 본다는 것은 대상으로부터 시각 정보를 분류하고 해석하는 일이다. 감각 기관이 시각 자극을 수용하면, 우리의 뇌는 특정한 환경과 맥락 속에서 대상의 형태와 색을 이야기로 ‘창작’해 낸다. 그 이야기가 창출한 인상이 각각에게 ‘감정’을 일으킨다.”

김상욱은 “우리 뇌는 세상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답변으로 맞장구를 쳤다. “뇌는 시각 정보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그에 따라 대상과 배경, 색깔과 위치 등에 대한 정보를 통합하여 하나의 화면을 구축해간다. 마치 전시 작전사령부가 사방에서 들어오는 불확실하고 부분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것과 유사하다.”

인간의 감각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시각’이라고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금언이 괜히 전해오는 게 아니다. 유지원은 건축물을 눈으로 보면서 “재질의 촉감은 눈으로 만져지는 감각”이라고 했다. “재료를 영어로는 ‘머티리얼(material)’이라고 한다. 물리 세계에 새로운 물질이 생성되면 그 표면은 질감을 갖는다. ‘머티리얼’의 어원은 모든 것을 낳는 어머니인 라틴어 ‘마테르(mater)’에서 왔다. 한편, 다소 이성적이고 기하학적인 형상인 ‘패턴(pattern)’의 어원은 아버지인 라틴어 ‘파테르(pater)’다. 어머니 ‘재료’와 아버지 ‘형상’은 우리의 눈에 하나로 섞여 감각되고, 우리의 뇌에 지각되면, 마침내 우리로부터 ‘감정’이라는 자식을 배태해 낸다.”

하지만 김상욱은 “인간의 감각을 믿지 말지어다”라고 조언했다. “인간의 감각은 더 정교한 도구의 검증을 받아야 하며, 인간의 의식은 더 정확한 수학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 자연의 진실은 종종 인간의 감각과 의식 그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그 너머에 있는 것이 ‘감정’을 탈피한 수학의 언어일 것이다. 그러나 김상욱은 수학과 예술의 접점을 인정하는 물리학자이기도 하다. “언어로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은 왜 수학과 예술이 존재하는지 설명해준다. 우주는 인간의 언어와 이해 방식이 아니라 수학과 물리학의 방식으로 기술된다. 인간이 언어로 할 수 없는 많은 것을 예술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박해현 조선일보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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