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은 매우 섬세한 작업이다. 한 조율사가 피아노를 조율하고 있다.
조율은 매우 섬세한 작업이다. 한 조율사가 피아노를 조율하고 있다.

조율의 시간
이종열│민음사│1만4800원
296쪽│10월 25일 발행

대한민국에 세계적인 피아노 조율 명장(明匠)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예브게니 키신, 라두 루푸 등 해외 유명 피아니스트가 그에게 찬사를 보낸다. 세계적인 피아노 제작사 스타인웨이앤드선스와 음반 제작사 도이체그라모폰의 음향 기술자도 경탄을 표한다.

그 주인공은 서울 예술의전당·롯데콘서트홀 수석 조율사로 재직 중인 조율 명장(산업통상자원부 선정) 이종열(81)씨다. 책은 64년 경력을 지닌 그가 담담히 풀어낸 조율 인생과 무대 뒤 이야기다.

1부 ‘조율의 입문’은 소리의 고장 전주에서 태어나 예술의전당에서 일하기까지, 자서전적인 기록으로 시작한다. 할아버지의 단소를 불다 시골 교회 풍금을 만나 화음에 눈뜨는 등의 이야기가 유머러스한 문체로 이어진다.

유명 연주자와 일화를 담은 2부 ‘무대 뒤의 이야기들’을 지나 3부 ‘조율의 모든 것’에서 쉽게 풀어 쓴 조율의 실체를 만날 수 있다. 책은 한 에피소드당 분량이 길지 않고 문체가 간결해 쉽게 읽힌다.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폴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지메르만(63)과의 일화다. 지메르만은 본인 피아노를 전 세계 공연장으로 들고 다니고, 조율 기술까지 갖춘 까다로운 피아니스트다.


장인을 알아본 장인

2003년 6월 4일 지메르만이 처음 내한했을 때, 그는 피아노와 조율용 건반 세트를 함께 가지고 왔다. 그러나 스위스인 전담 조율사가 사정상 함께 내한하지 못해 저자가 조율을 맡았다. 그리고 수십 년 공력을 담은 저자의 조율은 지메르만을 만족시켰다. 예술의전당 공연 후 벌어진 진풍경이 이를 증명한다. 앙코르 연주를 위해 다시 무대에 오른 지메르만이 일반적인 공연장에서는 결코 듣기 힘든 말을 2400여 관객 앞에서 한 것이다.

“미스터 리는 완벽한 조율로 피아노를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줬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연주 장인이 조율 장인을 제대로 알아본 것이다. 저자는 “조율 인생을 길이 빛낼 대단한 이야깃거리를 남겼다”고 했다.

책은 조율사 지망생뿐 아니라 고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 한 분야의 달인이 살아온 삶이 궁금한 독자, 클래식에 한 걸음 더 다가가려는 애호가에게 두루 권할 수 있는 수필집이다. 저자는 “만만찮은 스트레스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 우물만 판 덕에 요새는 ‘물이 펑펑 나온다’”고 술회한다.

장인이 말년에 깨달은 인생의 진리는 무엇일까. 바로 ‘이 세상에는 단 한 가지도 쉬운 일이 없다’는 단순하면서도 무서운 사실이다.


동남아 경제의 빛과 그늘
아세안의 시간
박번순│지식의날개│2만2000원
476쪽│11월 6일 발행

보호무역주의와 세계 경기 침체, 중국 경제의 저성장 등으로 한국 경제의 앞날은 어둡다.

국내총생산(GDP)의 70%를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의 해법을 과연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저자는 세계 4대 시장으로 떠오르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이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인구 6억 명의 아세안은 이미 우리나라 수출의 6분의 1을 차지한다.

문재인 정부는 ‘신남방정책’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아세안과 교류·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책은 아세안 경제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깊이 있게 담았다. 지속 가능한 한국 경제의 발전 그리고 신남방정책의 성공을 위해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동남아 경제의 빛과 그늘을 소개한다.

고려대 경제통계학부 교수인 저자는 산업연구원을 거쳐 1991년부터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동남아 지역 경제 및 한국의 통상 정책을 연구했다.

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문위원을 겸하고 있다.


경험을 팔아라
라이프스타일 판매 중
정희선│북바이퍼블리│1만5000원
260쪽│10월 28일 발행

기업은 더는 일괄적인 매스마케팅(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를 촉진하는 활동)만으로 소비자를 사로잡기 힘들다. 성별·나이·소득 등과 같은 기준으로 소비자를 구분하는 것이 현재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게 됐으며, 물건이 제공하는 혜택이나 가격만으로는 소비자를 설득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품질 좋은 상품에 익숙해진 소비자는 이제는 물건이 아닌 경험을 사고 싶어 한다. 그들은 가격과 품질이 차별점으로 작용하지 않는 시장에서 물건보다 연속적인 경험을 중시하고 경험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책은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통해 소비자에게 깊이 파고드는 일본 기업의 12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는 미국 인디애나대 켈리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한 후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인 L.E.K.컨설팅의 도쿄 지사에서 근무했다. 일본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 및 해외 기업의 일본 시장 진출을 도왔다. 현재는 일본의 경영 데이터 플랫폼 회사에서 세계 각국의 산업 및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미국 상원의원이 쓴
사회주의에 반대하는 사례(THE CASE AGAINST SOCIALISM)
랜드 폴│브로드사이드북스│17.43달러
368쪽│10월 15일 발행

최근 미국의 한 여론 조사 결과 응답자의 43%가 ‘사회주의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적으로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수백만 명이 죽었지만, 현재는 미국 대학 캠퍼스와 많은 좌파 사이에서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버니 샌더스와 같은 정치가에 의해 재부상한 이 이념은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무상 의료)’ 등의 정책 선전으로 나타난다.

저자는 구소련 스탈린의 강제 수용부터 현재의 베네수엘라 기근에 이르기까지 사회주의의 역사를 요약했다. 그는 “사회주의자의 귀환은 많은 미국인이 20세기 가장 치명적인 이념의 진정한 위험성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일갈한다.

또 중국은 언론의 자유를 짓밟고 근대화한 국가로 가장하면서 거대한 감시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고 적었다. 저자는 “사회주의 정부는 경제적 자유를 제공하기는 커녕 시민을 노예로 삼는다”며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국가 권력을 강화하며, 안전과 평등에 대해 터무니없는 약속을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 켄터키주 출신의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