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0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 AI 국제전시회’ 전경. 사진 블룸버그
1월 30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 AI 국제전시회’ 전경. 사진 블룸버그

초예측…세계 석학 8인에게 인류의 미래를 묻다
유발 하라리·닉 보스트롬 등|오노 가즈모토 엮음
정현옥 옮김|웅진지식하우스|1만5000원
232쪽|2019년 2월 8일

인류는 인공지능(AI)이 이끄는 혁명의 한가운데 서 있다. AI가 미래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예측 가능한 측면도 있고,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예측 불가능성은 짙은 안갯속을 운전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책은 베테랑 언론인이 철학·진화생물학·역사학·경제학 등 각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8인을 만나 미래에 대해 나눈 대담을 담았다. AI 연구가 닉 보스트롬과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를 비롯해 ‘총, 균, 쇠’를 쓴 재레드 다이아몬드, 인적자원론의 대가 린다 그래튼, 프랑스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 노동법 전문가 조앤 윌리엄스, 인종사학자 넬 페인터, 전 미국 국방성 장관 윌리엄 페리가 참여했다. 이들은 인류의 미래를 결정 짓는 요인으로 AI의 등장과 국가 간 격차에 주목한다.

닉 보스트롬 영국 옥스퍼드대 철학과 교수는 AI를 통제하지 않으면 디스토피아(이상향을 뜻하는 유토피아의 반대말)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그는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수퍼인텔리전스(초지능)’의 등장을 예상하며 초지능이 탄생해도 인간이 안전하게 운용할 수만 있다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AI가 노동력을 책임지고 인류는 오락·문화에 심취할 수 있는 유토피아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인류가 AI를 원하는 방향으로 설계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초지능의 사고를 어떻게 인간의 가치나 의지에 부합하게 형성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며 “지금은 ‘AI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인지혁명·농업혁명·과학혁명의 세 축으로 인류 역사를 해석한 저서 ‘사피엔스’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부 교수는 가까운 미래에 AI가 더 발전하면 대다수 인간이 정치·경제적 가치를 잃은 ‘무용계급(useless class)’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AI가 인간 지능을 압도하고 생명공학이 진화의 법칙을 초월하는 순간, 대부분의 인간은 존재 가치를 잃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지금부터 30년 안에 인류가 내릴 수많은 결정은 단순히 정치판을 흔드는 데 그치지 않고 생명의 존재 자체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새로운 기술 혁신에 적응하려면 40~50대에도 자신의 전문성을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니엘 코엔 프랑스 파리1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기술 혁신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인간성이 확보된 미래’를 이루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대 지리학과 교수는 신종 감염병, 테러리즘, 타국으로의 이주 등 세 가지를 인류에게 닥칠 위협으로 꼽았다. 그는 이런 위협의 원인이 국가 간 격차라고 분석한 뒤 선진국들의 선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엮은이 오노 가즈모토(大野和基)는 1955년생(64세)으로, 도쿄외국어대 졸업 후 1979년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대에서 화학, 뉴욕대 의대에서 기초의학을 공부한 뒤 저널리스트가 됐다. 미국 언어학자 놈 촘스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 등 세계 저명인사들과 인터뷰했다. 그는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미래를 위한 사고로부터 탄생하는 의지 자체가 곧 미래의 모습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소비자 중심 혁신
프리 이노베이션
에릭 폰 히펠|엄창호 옮김|시그마북스
1만6000원|288쪽|2019년 2월 20일

미국 수퍼마켓 체인에서 소프트웨어 기술자로 일하는 존 코스틱은 당뇨병을 앓는 아들을 위해 피부 아래에 머리카락 굵기의 센서를 심는 혈당측정기를 구입했다. 그러나 혈당측정치를 직장에서는 확인할 수 없어 불만스러웠다. 그는 나름대로 해결책을 마련해 트위터에 올렸다. 해결책은 본인이 개발한 간단한 소프트웨어와 4달러짜리 전선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아들의 혈당측정치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의 트위터를 본 의료기기 개발자들은 관심을 가졌고, 이는 곧 상품화로 이어졌다. 책은 이렇게 소비자가 직접 혁신에 참여하는 것을 ‘공유형 혁신(free innovation)’이라고 정의한다. 공유형 혁신가는 혁신안을 거의 공짜로 공개하기 때문에, 제품으로 만들어 보급하는 데까지는 투자하려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회적 성취는 미흡하다.

미국 MIT 경영대학의 기술 혁신 분야 교수인 저자는 “최선의 해법은 공유형 혁신가와 생산자가 분업해서 각자 최선을 다하도록 도와주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생산자 이익이 늘고 사회 복지가 동시에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경험담과 생생한 팁
나의 주식투자 생존기
김근형|갈라북스
1만3000원|272쪽|2019년 3월 11일 예정

주식투자자들은 주가 향방에 울고 웃는다. 전문적 ‘개미투자자’인 저자가 주식투자를 하면서 일어났던 일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엮었다. 주식투자 블로그 운영자이기도 한 저자는 10년간 주식투자를 하면서 ‘천국과 지옥’을 오간 경험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책에는 감당하기 힘든 큰 손실로 생사를 고민하는 단계까지 갔던 이야기도 소개된다. 저자는 현대중공업 주식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다가 2014년 10월 30일 장 마감 후 ‘현대중공업 3분기 1조9346억원 적자, 2분기에 이어 사상 최대 적자’라는 기사를 보고 다음 날 장이 열리기를 조마조마하게 기다린다. 다음 날 아침 주식시장 개장과 함께 주가가 60%나 떨어지자 맥주를 사 들고 한강으로 향한다. 한강 둔치에서 홀로 눈물짓던 저자는 한참을 고심한 후 ‘5000만원 손실로 목숨을 끊어서는 안 된다’고 결심하고 귀가한다. 저자는 본인은 절대로 성공한 투자자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생생한 경험담은 그 자체로 주식투자에 참고할 수 있는 흥미로운 팁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책 말미에는 키워드별 실전 투자 노하우가 담겨 있다.


미국의 지도력 약화
제국과 다섯 왕 (The Empire and the Five Kings)
베르나르 앙리 레비|맥밀런
16.8달러|272쪽|2019년 2월 12일

세계 최강대국 미국은 세계의 희망, 자유의 등불이자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였다. 모든 대륙 국가들과 사람들은 서구 세계를 창조한 미국의 가치를 옹호하고 독재와 억압에 반대하기 위해 미국을 바라봤다. 미국이 이상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도 국내외에서 여전히 미국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프랑스 철학자인 저자는 미국의 고립주의에 따라 세계 지도력 탈퇴 현상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상황에서 남겨진 공백을 메우려는 신흥 세력의 모습을 도발적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미국은 전통적인 지도적 역할에서 후퇴하고 있으며, 그 대신에 영향력을 주장하고자 하는 ‘다섯 왕’이 야심 찬 힘을 갖게 됐다고 분석한다. 이들은 러시아, 중국, 터키, 이란 그리고 수니파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이다.

저자는 아직 다섯 왕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힘이 약하며 문화와 과학의 부활을 위한 비전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한다. 서방의 원칙과 가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