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영국 군인들이 포탄 야적장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영국 군인들이 포탄 야적장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왜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는가
로버트 거워스|최파일 옮김|김영사
2만2000원|508쪽|11월 14일 출간

프랑스 파리 인근 콩피에뉴 숲에 정차한 열차 안에서 독일 대표단이 연합국과 정전협정에 서명했다. 1000만 명 가까운 생명을 앗아간 제1차 세계대전(이하 1차 대전)은 그렇게 끝난 듯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8년 11월 11일 이야기다.

1차 대전 종전 100주년이 다가오면서 몇 년 전부터 전 세계 서가에 이 전쟁을 다룬 책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1914~18년 4년간의 전쟁을 다룬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일랜드 더블린대 현대사 교수인 저자는 1차 대전을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규정한다.

1차 대전 이후 21년 만에 발발한 또 한 번의 세계대전(제2차 세계대전)은 물론, 오늘날 유럽을 흔들고 있는 극우 세력의 부상도 1차 대전 이후 오히려 확산된 이념·계급 갈등과 내전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작가 에른스트 윙거가 “이 전쟁(1차 대전)은 폭력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종전 후 5년간 무력 충돌로 400만 명 사망

저자는 1918년 11월부터 1923년 7월 로잔회의(독일의 전쟁 배상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스위스 로잔에서 개최된 국제회의) 종료 시점까지 5년간의 일을 파헤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종전 이후에도 안정과 평화가 아닌 갈등과 폭력이 여전히 유럽을 뒤덮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시기 유럽 곳곳에서 벌어진 끔찍한 무력 갈등으로 400만 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서쪽과 북쪽으로는 라인강과 알프스에서, 동쪽으로는 시베리아, 남쪽으로는 아나톨리아에 이르는 등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이는 1차 대전 당시 영국과 프랑스·미국의 전사자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패전 지역뿐 아니었다. 그리스·터키 전쟁은 1차 대전 승전국 그리스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1차 대전으로 60만 명의 사상자를 낸 승전국 이탈리아에서는 전후 보상에 대한 불만이 1922년 파시스트였던 베니토 무솔리니 집권의 빌미를 제공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던 영국도 아일랜드 독립전쟁과 내전으로 내홍을 치렀고, 북유럽의 복지 강국 핀란드도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겪어야 했다. 핀란드는 1917년 12월 러시아제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중·북부의 우파 백핀란드와 남부 사회주의 적핀란드가 치른 내전으로 3만6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이보다 테러와 질병, 굶주림으로 숨진 이가 더 많았다.

이 시기에 두드러진 분쟁 양상은 크게 세 가지다. 정규군 전투에 더해 내전이 급증했고, 사회∙민족 혁명이 폭력을 초래하기도 했다. 갈등 양상은 다양했지만, 영토가 아닌 민족과 계층이 갈등의 핵심으로 부상했다는 것에 저자는 주목한다.

이 책은 2016년 여름 ‘패배자(The Vanquished)’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피비린내 나는 참상 속에 모두가 패배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지는 제목이다. 저자는 인류 역사에서 끊이지 않고 이어온 폭력의 악순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밝히며 책을 끝맺는다.

출간 당시 현대 민주주의의 본산인 미국과 유럽에서 극우 정치세력이 득세하며 기존 정치체제를 위협하던 당시 상황과 맞물려 특히 주목받았다.


퍼스트레이디의 진솔한 고백
비커밍
미셸 오바마|김명남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만2000원|568쪽|11월 14일 출간

미국의 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의 회고록 ‘비커밍(Becoming)’이 31개 언어로 동시 출간됐다. 역대 미 대통령 부부 자서전 사상 최고액인 730억원에 판권이 팔린 후 예약 판매만 300만 권으로 아마존 1위에 오른 화제작이다.

남편(버락 오바마)이 대선 주자로 주목받는 과정에서 느낀 두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놨고, 출생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남편을 괴롭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분노도 여과 없이 담았다. 유산 이후 아이가 생기지 않아 체외수정으로 두 딸을 얻은 사실은 책을 통해 대중에게 처음 털어놓았다.

첫 키스 장면을 복기한 대목도 흥미롭다. 둘은 길가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버락이) 살짝 미소 띤 얼굴로 나를 빤히 보았다. ‘키스해도 되나요?’ 그가 물었다. 나는 그에게 몸을 기울였다. 그러자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성추행 전력까지 떠벌리곤 했다는 트럼프에 대해서는 “상대를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태도다. 그것은 가장 추악한 형태의 힘이다. 온몸이 분노로 떨렸다”고 기록했다.


자본주의 역사 숨 쉬는 ‘목화밭’
면화의 제국
스벤 베커트|김지혜 옮김|휴머니스트
4만2000원|848쪽|10월 29일 출간

면직물 산업은 11세기에서 20세기까지 900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제조업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하버드대에서 경제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면화를 매개로 자본주의와 산업화의 역사와 모순을 되짚는다. 면화를 따라가다 보면 “빠르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 생산성의 엄청난 증대, 사회 불평등의 기원과 마주하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인도에서 한때 제국주의를 지탱하는 대표 상품이었던 면화는 탈식민의 상징 역할도 했다. 면화를 보면 영국인의 수탈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던 식민지 인도인이 간디가 물레를 돌려 실을 잣는 사진을 보며 독립을 염원했기 때문이다. 남북전쟁 당시 이미 경제 대국이던 미국이 면화를 이용해 국제 경제를 쥐락펴락한 점도 흥미롭다.

저자는 ‘글로벌 히스토리’라는 역사학의 새로운 영역을 선도하고 있다. 글로벌 히스토리는 개별 국가에 갇힌 역사 서술을 전 지구적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세계 최초의 글로벌 산업의 진화와 그것을 모델로 삼은 다른 여러 산업의 진화에서는 문명과 야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확신에 찬 결론도 그런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


진정한 사랑의 유통 기한은?
에브리 브레스(Every Breath)
니콜라스 스파크스|그랜드 센트럴
14.95달러|320쪽|10월 16일 출간

‘워크 투 리멤버’ ‘노트북’ ‘디어 존’ ‘병 속에 담긴 편지’ 그리고 국내에서도 최근 개봉한 ‘초이스’에 이르기까지 원작 소설 중 무려 11편이 영화로 제작된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스무 번째 소설이다. 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스파크스 소설에 자주 나오는 노스캐롤라이나주가 이번에도 배경으로 등장한다. 6년 동안 만난 남자친구와의 진전 없는 관계로 인해 실의에 빠진 여주인공 호프 앤더슨은 머리를 식히기 위해 가족 별장이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선셋비치를 찾는다. 거기서 또 다른 주인공 트루 월스와 인연이 시작된다. 아프리카 짐바브웨 출신으로 야생동물 사파리에서 가이드 일을 하는 트루는 생부를 찾기 위해 노스캐롤라이나주 선셋비치에 왔다. 수요일 아침에 처음 만난 둘은 이튿날 밤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스토리텔러’ 스파크스의 마법 같은 언어는 이번에도 유감없이 빛을 발한다.

작가는 두 주인공을 통해 사랑의 여러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진정한 사랑은 얼마나 오래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