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중부 야브네의 어반에어로노틱스 연구실. 사진 김우영 기자
이스라엘 중부 야브네의 어반에어로노틱스 연구실. 사진 김우영 기자

이스라엘의 경제 수도 텔아비브 중심가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중부 도시 야브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타트업 어반에어로노틱스의 330㎡(100평) 크기 연구실에 들어서니 자체 개발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크기의 UAM ‘시티 호크’ 시제품 세 대가 눈에 띄었다. 

오퍼 시프리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UAM처럼 부피가 큰 기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은 넓고 여유로운 공간이 필요하다”며 “(임대료가 비싼) 텔아비브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테크 기업들이 몰려있는 텔아비브보다 인재 영입 경쟁도 덜해 지역 내 유능한 엔지니어를 구하기도 쉽다”고 했다. 실제로 어반에어로노틱스 전체 연구 직원 25명 중 24명이 야브네 인근 지역 출신이다.

인구당 스타트업 수가 세계 1위(1400명당 1개)인 이스라엘에선 최근 스타트업들이 지방에 자리를 잡는 추세다. 텔아비브에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기업들이 집중해 있는데도, 인근 도시 대비 60% 이상 비싼 임대료와 극심한 교통 체증, 주차난을 피해 지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스타트업을 포함해 전체 테크 기업 4705곳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092곳(44.5%)이 베르셰바, 하이파, 페타티크바 등 지방 도시를 무대로 삼고 있다. 반면 한국은 스타트업 10곳 중 8곳이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몰려있다.

2021년 14억달러(약 1조7487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라이다(LiDar) 기업 이노비즈도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텔아비브 외곽 도시 로슈 하인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노비즈 공동 창립자인 오렌 부스키라 최고연구책임자(CRO)는 “제품 생산과 주행 테스트를 하려면 넓은 공간과 교통 체증 없는 도로가 필수”라며 “텔아비브 밖에 회사를 차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정부도 각 지역에 스타트업들이 자리 잡을 수 있게 힘을 보태고 있다. 정부 산하의 스타트업 지원 전문 기관 ‘이스라엘혁신청’은 각 지역에 스타트업이 생산 시설을 건설할 경우 전체 비용의 절반가량을 지원한다. 수도 예루살렘에서 만난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는 “한국 경상북도 크기의 이스라엘이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스타트업 대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이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투자사들도 이런 정부의 역할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텔아비브 기반의 벤처캐피털(VC) TAU벤처스의 님로드 코헨 최고경영자(CEO)는 “정부가 로컬(지역)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기업 또는 투자자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할 뿐 아니라 투자금 일부를 지원해준다”며 “덕분에 이스라엘 도시마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갖출 수 있게 됐고 이와 관련된 테크 기업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로컬 스타트업들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스키라 CRO는 “고급 인력이 많은 스타트업의 특성상 급여 수준이 높기 때문에 현지에서 생활하면서 쓰는 비용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이 현지 인재를 채용하고, 지역 내 다른 기업들과 협업하면서 각 지역에 거대한 산업 생태계까지 구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스타트업이 지방으로 거점을 옮길 것으로 내다봤다. 어반에어로노틱스의 시프리스 CTO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재택근무로도 업무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비싼 임대료와 교통 체증을 감내하며 도심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