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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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

지난 12월 카타르 월드컵에서 사상 두 번째로 원정 16강에 진출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슬로건이 2023년 출판업계를 아우를 단어로도 떠오르고 있다. ‘중꺾마’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다.

‘이코노미조선’과 교보문고가 함께 선정한 2023 10대 추천 도서를 핵심 키워드로 분석한 결과 △고금리 스트레스와 긴축 시대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와 웹 3.0으로 대표되는 패러다임 전환 △휴머니티와 팬덤 현상 △알파 세대 △중국 시진핑 3기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시중 유동성이 많이 풀렸던 코로나19 직후에는 직접 투자 관련 재테크 서적의 인기가 뜨거웠으나, 2023년에는 인플레이션 위험과 고금리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한 템포 쉬어가며 미래 유망 먹거리에 대한 비즈니스 서적의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고금리 스트레스와 긴축 시대 

2023년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코 금리다. 미국 기준금리는 피크 이후 당분간 고공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점도표에서는 2023년 기준금리가 고점 후 인하 없이 유지된다고 했으나, 현재 시장 금리는 하락 흐름을 걷고 있다. 다만 금리 인상 중단(stop)을 논할 수는 있어도 긴축 정책의 전환(pivot)을 논하기에는 이르다. 경기와 실적은 하강 국면이 깊어지는 해로 예측된다. 팍팍한 경제 상황에서 자신의 지출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편집하는 일명 불황 관리형 소비자 ‘체리슈머’가 등장하고, 결제 방식이 유연한 상품 등 다채로운 뉴 디맨드 전략(New Demand Strategy)을 구사하는 기업이 살아남는 한 해가 될 것이다.


2│메타버스와 웹 3.0(패러다임 대전환)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신인류가 선택한 표준 문명인 메타버스에 빠르게 올라타야 한다. 메타버스란,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미래의 땅을 의미한다. 이미 글로벌 10대 기업 중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메타(옛 페이스북), 엔비디아는 메타버스를 지배하는 Z 세대(1997~2010년생)를 잡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새해에도 주목해야 할 트렌드다.

이 밖에 신뢰와 보상을 기반으로 한 창작자 중심의 웹 철학인 웹 3.0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다. 웹은 30년 주기의 큰 전환을 앞두고, 현재 웹 3.0이라는 새로운 혁신을 맞이하고 있다. 큰 부(富)를 얻고 싶다면 웹의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이 최적의 시기다. 


3│휴머니티와 팬덤 현상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전환기를 맞은 현재 비즈니스의 지향점을 ‘경제 성장과 생산성에 대한 성과’가 아니라 ‘휴머니티의 회복’으로 바꿔야 한다. 생산자의 저력은 소비자가 주는 정신적 에너지(응원), 궁극적으로는 팬슈머(팬과 소비자의 합성어)의 확보다. 온라인에서 만난 목적성 인간관계가 휘발성이 강하다면, 반대로 특정 대상에 대한 팬심으로 뭉친 오프라인 인간관계는 더욱 돈독해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알파 세대

2011년 이후에 태어난 알파 세대는 198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 부모에게서 태어나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한다. 누구나 쉽게 인플루언서가 되는 ‘틱톡’을 즐기며 ‘자본주의의 키즈’ 후예답게 소비와 투자를 아우르는 경제 교육을 받는다. 알파 세대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의 빅웨이브(거대한 파도)와 인공지능(AI) 선제적 대응기술도 중요해진다.


5│중국 시진핑 3기

2023년에는 중국 경제의 반등과 투자자 신뢰 회복의 관점에서 중국 시장을 재조명해야 한다. 최근 글로벌 투자 자금의 중국 이탈 현상, 이른바 ‘차이나 런(China run·차이나와 뱅크런의 합성어)’은 중국의 봉쇄정책 지속에 따른 투자자의 실망, 미·중 금리 격차 확대, 위안화 약세, 부동산 시장 불안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반응일 가능성이 있다. 시진핑 2기에서 부동산 정책은 이미 규제에서 부양으로 선회했고 동태적 제로 코로나 정책은 사실상 폐기됐다. 중국 정부는 은행들의 이익을 실물 경제에 양도하라는 양이(讓利)를 지시하고 있다. 한국은 좋은 기회를 잡아야 한다.


Plus Point

Interview 곽현정 교보문고 MD
“재테크 도서 인기 뚝…거시경제 변화, 능력 개발 책 선호할 듯 ”

심민관 기자

곽현정 교보문고 MD 사진 교보문고
곽현정 교보문고 MD 사진 교보문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자산 시장이 폭락하면서 투자 관련 서적 인기가 급감했다.”

곽현정 교보문고 이커머스1팀 경제·경영 MD는 12월 19일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곽 MD는 ‘이코노미조선’과 교보문고가 진행한 ‘2023년 트렌드’ 책 추천 과정에 직접 참가해 도서를 선정한 실무자다. 곽 MD는 “2021년 각광을 받았던 주식 관련 재테크 도서는 2022년 들어 인기가 급감했다”며 “반면, 경기가 안 좋을수록 자기계발 서적 수요는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3년 트렌드 도서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 
“지난 2년간 투자 시장은 다시 없을 호황기였다. 이를 반영하듯 재테크 관련 도서가 서점가 베스트 목록의 30% 이상을 차지했었다. 그러나 최근 모든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도서 시장에서도 재테크 분야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때일수록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무엇이 있을지를 고민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유행한 ‘중꺾마’라는 유행어가 2023년 투자 심리에도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려운 시장 속에서도 기회를 잡으려는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지에 도움닫기가 될 만한 도서를 선정하려고 애썼다. 

올해로 15년째 출간되고 있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이제 신년 필독서가 됐다. 여기에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거시경제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마켓 인사이트 2023’을 추천했다. 또한 비관론과 낙관론이 갈팡질팡하는 부동산 시장을 멀리 내다보고 싶다면 ‘부동산 트렌드 2023’과 같은 트렌드서의 도움을 받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투자보다는 비즈니스 변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산업을 바꿀 미래 과학 기술 트렌드를 다룬 ‘2023 미래 과학 트렌드’도 추천했다.”

2022년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둔 책 분야는. 
“2022년 가장 인기가 있었던 도서는 소설이었다. 넷플릭스 드라마화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파친코’와 2020년대 세 번째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불편한 편의점’의 성공이 증명하듯 ‘좋은 스토리(이야기)의 힘’이 빛을 발했던 한 해였다. 

여행과 자기계발 도서에 대한 수요도 높았다. 두 분야 모두 2021년 대비 판매량이 20% 이상 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로 국내 여행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023년에는 해외여행 가이드북의 판매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자기계발 도서도 인기였다. 경기가 안 좋을수록 고용 안정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능력 개발에 대한 책을 많이 찾는 경향이 있어서다. 경기 불황이 예상되는 2023년에는 이러한 트렌드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테크 서적이 2022년 타격을 받았다고 했는데. 
“실제 주식 관련 도서는 무려 43.8%나 감소하며, 경제·경영 분야 도서 판매량의 하락을 이끌었다. 경제·경영 분야는 판매량이 2021년 대비 13.7% 감소했다. 2021년 3월부터 시작된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여파가 우리가 ‘시장’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모든 자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탓이다. 반면 한국과 일본 경제를 분석한 서적들의 판매는 크게 늘었다. 한국 경제 관련 서적 판매량은 2021년 대비 14% 늘었고, 일본 경제 관련 서적은 같은 기간 67.2% 증가했다. 경제적 위기감이 고조되는 현 상황에 대해 독자들이 답을 찾아가는 노력으로 분주했던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매년 신년 초에는 어떤 책이 잘 팔리나. 
“신년에는 자기계발 분야 중 ‘시간 관리’ ‘습관’ ‘공부 방법’에 관한 도서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신년에 읽을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면.
“‘비즈니스의 미래’를 추천하고 싶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 야마구치 슈의 후속작으로,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장기화와 금리 인상으로 경제 성장률이 둔화한 이 시점에 ‘좋은 사회란 어떠한 사회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책이다. 물질적 성장이 마무리되고 가치 성장으로 나아가는 변곡점에서, 한 명의 소비자 또는 한 명의 기업가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 ‘휴머니티’를 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책이다.”

전효진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