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1978년 이후 저임금 제조업을 기반으로 고속 성장했다. 2010년에는 국내총생산(GDP) 규모 측면에서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전 세계 연구 기관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 될 것이고 시기만이 문제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거치며 중국의 성장률은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2022년 3월 중국 정부가 밝힌 연간 경제 성장률 목표는 5.5%였다. 그러나 세계은행(WB)은 지난 12월 낸 보고서에서 중국의 2022년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추산하고, 2023년에는 4.3%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경제의 미국 추월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중국 경제가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한층 강화됐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중심의 경제 공동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을 주도한 데 이어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반도체 동맹 ‘칩 4(미국·한국·일본·대만)’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등 추가 견제 장치를 가동했고, 재닛 옐런 미 재무 장관은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한 ‘프렌드 쇼어링(friend shoring·생산 기지 우방국 이전)’을 우방국에 요구하고 나섰다. 필자는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경제 대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당장 중국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중국의 빠른 성장세를 간과해서는 안 되며, 힘의 균형을 위해 동맹국과 관계 강화, 국제기구에서 영향력 유지, 이민자 포용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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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전 미 행정부 국가정보위원회 의장, 전 미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전 미 행정부 국가정보위원회 의장, 전 미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

중국의 제로 코로나(Zero Corona·코로나19 확진자 제로 위한 봉쇄 정책) 실패가 중국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까지 많은 사람은 중국의 GDP가 2030년이나 그 이후 미국 GDP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이 그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미국이 다시 앞서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중국의 정점’을 봤던 적이 있을까.

중국의 힘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이를 과소평가하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 과소평가는 안일함을 낳지만, 과대평가는 두려움을 유발한다. 이는 대(對)중국 전략의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실 중국은 아직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대국이 아니다. ① 구매력 평가(PPP·purchasing power parity)기준으로 중국은 2014년 미국보다 큰 시장이 됐다. 그러나 언제가 중국이 전체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한다고 하더라도 GDP만으로 지정학적 힘이 측정되지는 않는다. 중국은 미국보다 군사력과 ② 소프트파워(soft power) 지표에서 훨씬 뒤처져 있고, 미국의 동맹국인 유럽, 일본, 호주를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중국 경제력은 여전히 약하다.

물론, 중국이 최근 몇 년간 군사력을 확대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이 일본과 군사적 동맹을 유지하는 한 중국은 서태평양 지역 패권에서 미국을 배제할 수 없다. 심지어 미국과 일본의 동맹 관계는 냉전 체제 종식 때보다 더 강력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만 침공을 모의 실험할 때 매우 비관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대중국 에너지 공급 경로가 미국 해군이 지배하는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에 속한 상황에서 중국 지도자들이 대만(또는 남중국해) 인근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그들만의 전쟁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실수다.

또한 중국은 소프트파워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문화 교류나 원조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의 매력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두 가지 주요 장애물이 남아있다. 첫째, 중국이 일본, 인도, 베트남 등 이웃 국가와 지속적으로 영토 분쟁을 벌인 것은 잠재적 동맹국에 중국에 대한 매력도를 떨어뜨렸다. 둘째, 중국 공산당의 철권 통치는 서양 시민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빼앗았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 미국은 한때 세계 최대 무역 강국이자 대부(貸付)국이었다. 그러나 현재 거의 100개국이 중국을 가장 큰 무역 파트너로 꼽고 있는 반면, 미국과 그런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는 57개국에 불과하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동맹국 인프라 프로젝트에 1조달러(약 1249조원)를 빌려줬지만, 미국은 오히려 원조를 줄였다. 

중국의 경제적 성공 사례는 다른 개발도상국이나 신흥 시장에 비해 소프트파워를 강화할 수 있는 요소였다. 그리고 (중국) 국내 시장에 대한 접근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위주의적 정치와 중상주의 관행은 하드파워 역량도 키웠다.

우리는 힘의 균형을 평가할 때 어떤 측면을 고려하나. 중요한 것은 미국이 여전히 중국보다 최소한 다섯 가지 장기적 이점을 가졌다는 것이다. 

첫째는 지리적 이점이다. 미국은 두 개 대양과 두 개 우호적 이웃에 둘러싸여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은 14개 다른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둘째, 미국은 에너지 분야 이점을 갖고 있다. ③ 셰일 혁명이 미국을 순 에너지 수출국으로 변화시킨 가운데 중국은 에너지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셋째는 미국이 초국가적이고 독보적인 금융 영향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전 세계 각국 외환 보유고의 59%는 달러 표시 자산이다. 위안화를 비축한 국가는 극히 일부다. 중국은 위안화 입지를 넓히기 원하지만, 신뢰 가능한 기축통화는 자유로운 환전이 가능하고, 안정적인 자본 시장과 정직한 정부 그리고 법치주의가 기반이 되는 나라 통화여야 한다. 중국은 이런 요건 중 어느 것도 갖추지 못했다. 단기간 내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할 가능성이 작은 이유다. 

넷째, 미국은 상대적으로 인구통계학적 이점이 있다. 미국은 전 세계 인구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나라 중 유일한 선진국이다. 향후 10년간 전 세계 15대 경제 대국 중 7개 국가가 노동력 감소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 노동 인구는 5%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2014년 이미 정점을 찍은 중국의 경제 활동 인구는 앞으로 10년간 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금세기 경제 발전을 위한 핵심 기술(바이오, 나노, 정보) 개발 선두에 서 있다. 물론 중국도 더 이상 모방에만 의존하지 않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자본을 쏟고 있다. 중국은 인공지능(AI) 같은 분야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선두 주자가 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를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부상에 굴복하거나 지금의 정점에 안주한다면, 미국은 보유한 카드를 형편없이 쓰게 될 수 있다. 강력한 동맹과 국제기구에서의 영향력 등 유용한 카드를 버리는 것은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다. 

주목해야 할 한 가지 중요한 이슈는 이민 문제다. 약 10년 전 필자는 고(故)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에게 중국이 조만간 미국을 전체적인 영향력 측면에서 추월할 수 있을지 물었고, 그는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민족주의가 강한 중국은 미국처럼 다양한 인재를 끌어모으고 재조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현재 미국은 전 세계 최고의 지위를 낙관할 이유를 충분히 갖고 있다. 그러나 만약 미국이 외부 동맹과 국내 시장 개방을 포기한다면, 그 균형은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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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력 평가(PPP)는 한 나라의 통화 구매력과 다른 나라의 통화 구매력이 같은 수준을 유지하도록 해당 국가의 물가를 환율에 반영하는 것이다. 구매력이란 화폐 1단위로 구매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의 수량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1달러에 판매되는 상품이 우리나라에서 1000원에 판매되는 경우, 구매력 평가에 따른 적정 환율은 1달러=1000원이 된다. PPP 기준 GDP는 각국 통화 단위로 산출된 GDP를 단순히 달러로 환산해 비교하지 않고 각국의 물가 수준을 함께 반영하는 것이다. 소득을 단순히 달러로 표시하는 GDP와 달리 각국에서 생산하는 상품, 서비스의 양과 물가 수준까지 감안해 실질 소득과 생활 수준까지 짚어볼 수 있는 수치다. 

소프트파워(soft power)는 군사력이나 경제 제재 등 물리적으로 표현되는 힘인 하드파워(hard power)에 대응하는 개념. 강제력보다는 매력을 통해, 명령이 아닌 자발적 동의에 의해 얻어지는 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조지프 나이가 처음 사용한 용어. 군사력에 의존했던 몽골이 피정복 문화에 동화된 것 등이 사례다. 

셰일(shale) 혁명은 21세기 가장 중요한 에너지 기술 혁명으로 꼽힌다. 셰일가스는 0.005㎜ 이하의 아주 작은 입자로 구성된 셰일층에서 만들어지는 천연가스다. 1998년 미국의 한 채굴 업자가 ‘수압 파쇄’라는 시추 방법을 개발해 본격적으로 상업적 양산을 시작하면서 셰일 혁명이 시작됐다. 2000년대 들어 관련 기술 개발로 미국의 셰일가스, 셰일오일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졌고, 이는 기존 주요 에너지 자원인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의 국제 가격을 하향 안정화하는 데 기여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으로 대표되는 일부 국가에 집중됐던 전 세계 에너지 시장 패권을 흔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셰일 에너지의 미래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감소한 가운데 최근 미 에너지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미국 셰일 붐이 공식적으로 끝났다”고 선언했다.

조지프 나이

정리 이선목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

정리 심효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