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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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함수에스코토스 컨설팅 대표 성균관대 신문방송학 석사·박사 수료, 현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겸임교수, 전 에델만코리아 이사
강함수에스코토스 컨설팅 대표 성균관대 신문방송학 석사·박사 수료, 현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 겸임교수, 전 에델만코리아 이사

위기관리는 사실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로 야기된 영향 요인을 관리하는 것이다. 관리는 반응이 아니라 대응이다. 제일 먼저 대응해야 할 대상은 위기에 대한 조직의 행동과 커뮤니케이션이다. 위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위기를 야기한 사건·사고 내용보다 조직이 그 위기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를 살핀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사고의 육하원칙 내용보다 해당 기업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를 보면서 인식적 판단을 하게 된다. 인식적 판단이 부정적일 경우, 공분의 감정이 표출되면서 기업에 대한 비난과 비판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기업은 위험 요인을 찾아 발생 가능성을 억제하는 장치를 마련한다. 재난・재해나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대응 방안을 사전에 계획하고 조직 내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한다. 최근에는 기업마다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 직책을 두고 그 아래 제품 및 환경안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기관리팀을 구성해 책임과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주 위기에 대응하는 기업의 모습을 보면서 ‘왜 저렇게밖에 대응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매번 하게 된다. 필자가 최근 10년간 기업 위기 현장 대응에 참여하면서 파악한 결론은 조직 내부에 위기관리 체계를 만들고 신속한 보고와 현장 대응이 이뤄지도록 매뉴얼은 잘 짜여 있지만, 발생한 사건·사고에 대해 조직이 어떤 모습을 보이고 어떻게 이해관계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가에 대해선 고민이 부족하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위기관리 영역의 ‘소프트스킬(soft-skill)’이라 말할 수 있다. 소프트스킬이란 타인과 공감하고 협력하는 능력, 감정을 조절하는 자기 제어성, 전략적 맥락 파악 능력, 의사소통 능력, 리더십 등을 말한다. 위기란 불확실성이 증가한 상황이다. 정보의 공백이 있으며 시간적 압박이 증가한다. 동시다발적 요구와 평상시 경험하지 못한 이해관계자의 행동적 공분과 압박이 가시화된다.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소프트스킬을 작동시킬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왜 그런 대응밖에 못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위기 시 소프트스킬이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의 소프트스킬은 위기관리 경영에 ‘명성’에 대한 관점이 충분히 반영돼야 제대로 작동한다. 명성이란 조직 활동의 결과물, 행동,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해관계자 인식의 총합이다. 따라서 명성은 기업의 것이 아니다. 얻어지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은 ‘사람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로 변경하고 ‘우리의 행동과 커뮤니케이션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수용돼야 하는가’로 확장해야 명성 위험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위기 대응 미흡 남양유업과 카카오

2022년 남양유업은 제대로 위기 대응을 하지 못해 명성이 크게 훼손됐다. 결국 회사 매각 발표와 매각 번복으로 이어졌다. 남양유업의 위험 요인을 살펴보자. 재무적 위험도 아니다. 제품 하자와 같은 대규모 리콜이 있지도 않았다. 제품의 품질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조직구성원의 횡령 같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명성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소비자, 강하게 비판하는 미디어, 부정적 반응만 쏟아내는 고객 등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전략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결과다. 

2022년 10월 카카오톡 ‘먹통 사건’이 발생했을 때, 카카오톡 중단의 실제적인 위험 원인은 SK C&C가 운영하는 판교 데이터센터의 화재였지만, 카카오가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화재 이후 복구 시간은 당연히 소요될 수밖에 없다. 공장에 화재가 나서 제품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비난하거나 비판하진 않는다. 위기의 본질은 화재가 아니다. 복구 시간이 길어서도 아니다.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못한 것 때문도 아니다. 카카오가 보여준 일련의 처신과 커뮤니케이션 행태 때문이다. 당시 카카오 측은 당일 현장에서 “본래 사고 발생 시 20분 내 복구가 매뉴얼이지만, 서버 손실량이 워낙 많다”며 서비스가 완전히 복구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버 3만2000대가 전부 다운되는 것은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화재는 예상을 못 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대비책이 부족하지 않았나 보고 있다”고 했다.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상황’, ‘화재는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 등의 키워드는 오히려 당위성 확보, 회피, 변명, 책임 축소의 의미로 읽힐 수밖에 없었다. 또 “데이터센터 셧다운 가능성을 상정해 본 적이 없었다”라는 발언도 무책임하고 제대로 된 위기관리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었다. 위기관리의 실패가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인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명성 관리의 부재였다. 사람들은 발생한 사건·사고의 세부 내용과 피해 범위보다 해당 조직은 그 사건·사고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에 집중한다. 카카오라는 기업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기대치가 있고, 그동안 카카오가 사업을 성장시키면서 시장에 보여준 누적된 행동이 있다. 이런 것들이 연결돼 여론이 형성된다. 카카오의 위기 대응과 커뮤니케이션은 이 ‘기대치’와 ‘누적적 행동’을 충분히 고려해 세밀하게 살펴야 했다. 카카오에 대한 기대치는 보편적 기대 수준보다 높을 수 있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를 일상생활에서 자유롭게 품질 좋은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만큼 핵심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위기 상황에서도 그에 부합하는 행동과 커뮤니케이션을 기대한다. 그 상호 간의 차이가 발생할 경우, 명성 리스크는 증폭되고 사람들의 공분은 더욱 커지게 된다.


위기관리를 위한 세 가지 조언

우선, ‘조망수용 역량(perspective taking ability)’을 키워야 한다. 다른 사람이 이 사안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관점을 전환시키는 것을 말한다. 의사 결정한 내용을 발표하기 전에 ‘악마의 대변인’ 기법을 적용해 보길 바란다. 별도의 팀을 만들고 그들에게 발표할 내용에 대해서 비판하는 질문, 반론을 제기하도록 한다. 비판과 비난, 반론의 쟁점을 종합해서 다시 우리가 결정한 내용을 조율하고 전달하는 방식과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개선한다. 쉬운 과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작동되지 않을 수 있다. 별도의 팀도 결국 조직 내부에 소속돼 있다면, 조직 집단사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반론이 나오질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공격할 수 있는 외부 그룹을 사전에 확보해 놓는 것도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위기 시 이해관계자 기대치(expectation index)를 살피고 대응의 수준과 강도를 조율할 수 있는 학습이 필요하다. 기업 명성에 대해 보편적 기대라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좋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 제공, 조직구성원과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의 보살핌, 투명하고 정직한 조직 운영, 재무적 성과를 통한 주주 가치 실현, 기업시민으로서 책임과 행동 등을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조직 전반에 위기 전략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키우자. ‘위기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면 미디어나 피해자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위기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결국 커뮤니케이션 때문이라는 점을 위기를 겪어본 조직이라면 알 것이다. 사건·사고 현장 정보부터 원인 추정, 피해 범위, 피해 대응, 상황별 조치와 지시 그리고 진행 상황 보고, 미디어 질문에 대한 답변, 현장에 나온 감독관과의 커뮤니케이션 등 모두가 사실 업무적 의사소통의 영역이 아니라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듬고 정보를 선택하고 상황과 맥락을 검토해 전략적으로 다뤄야 할 커뮤니케이션 영역이다. 평상시 다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훈련을 전개하면서 실전처럼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경험하고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