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 고은법률사무소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시험 43회,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고은법률사무소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시험 43회,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2018년 9월 11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을 방문해 개최한 좌담회에서 “일자리를 늘리고 국민 생활을 더 편리하게 만드는 산업에 대해 ‘포용심신(包容審慎)’의 관리·감독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어적으로 포용심신은 ‘포용적으로 신중하게 심사한다’는 말이다. 중국에서 플랫폼 경제가 급속하게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 준 중국식 규제의 ‘샌드박스’에 해당하는 말이기도 하다.

2020년 12월 16일 개최된 중앙경제업무회의에서는 ‘반독점의 강화와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 방지’가 2021년 8대 중점 업무 가운데 하나로 지정됐다.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을 막는 건 내부적으로는 반독점법 집행을 강화해 거대해진 플랫폼 경제를 통제하고, 외부적으로는 자본시장의 대외 개방 확대에 따른 리스크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이런 기조에 따라 2021년 2월 7일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플랫폼 경제 영역의 반독점 가이드(關於平台經濟領域的反壟斷指南)’를 반포했다. 반독점 가이드 제3조 제1호는 기본원칙으로 ‘플랫폼 경제 영역의 공정 경쟁을 보호하고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 방지’를 규정했다. 플랫폼 경제 규제의 큰 방향이 ‘포용심신’에서 ‘공정 경쟁과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 방지’로 바뀐 것이다.

2021년 4월 10일 중국시장감독관리총국은 알리바바 그룹에 대해 2019년 중국 국내 판매액인 4557억1200만위안(약 82조원)의 4%에 해당하는 182억2800만위안(약 3조28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알리바바가 ‘이선일(二選一·둘 중 하나를 선택)’ 행위로 중국 내 온라인 소매 플랫폼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배제·제한해 왔고, 제품·서비스와 자원 요소의 자유로운 유통을 방해해 플랫폼 경제의 혁신 발전에 영향을 끼치고, 플랫폼 내 경영자와 소비자의 합법적인 권익을 침해했다는 게 과징금 부과 이유였다.

이선일 행위란 플랫폼이 플랫폼 내 경영자들에게 다른 경쟁 관계에 있는 플랫폼에 매장을 개설하거나 판촉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독점적 지위, 플랫폼 규칙, 데이터·알고리즘 등의 기술적 수단을 동원해 플랫폼 내 경영자들에게 부당 행위를 강요했다. 중국 ‘반독점법(反壟斷法)’ 제17조 제4호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경영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중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에게 자신과만 거래하도록 하거나 특정 경영자와 거래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한국에서는 플랫폼 경제를 향해 날로 엄격해져 가는 중국의 반독점 견제 조치를 ‘플랫폼 경제에 대한 공산당의 탄압’이나 ‘중국 중앙정부와 빅테크 기업 간 갈등’과 같은 대립적 시각으로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탄압이라기보다는 과거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개방·포용의 잣대가 네트워크·데이터 보안, 개인 정보, 소비자 보호 등에 가치를 둔 공격적인 관리·감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으로 보는 편이 맞다.

즉 이러한 추세는 이제 더는 ‘변수’가 아닌 ‘상수’이고, 중국 비즈니스 환경은 ‘악화’한 것이 아니라 ‘변화’한 것이다. 중국 비즈니스 법제 환경의 변화에 어떻게 선제적으로 대응할지 우리가 선택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