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 15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인프라 투자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 15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인프라 투자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워싱턴에서 수많은 연설과 약속들이 있었지만, 오늘 해냈다. 미국은 다시 움직이고 있으며 여러분의 삶은 더 좋아질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월 1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기념식을 열고 1조달러(약 120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법안에 서명했다. 이날 서명식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를 나아가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타협과 합의이며, 우리는 국민을 위해 민주주의를 작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냉소주의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원과 공화당원은 함께 모여 결과를 낼 수 있다”며 “(인프라 법안은) 미국 재건을 위한 청사진”이라고 했다.

인프라 법안에는 수도 시설 개선, 광대역 인터넷 확대, 화석연료 사용 감축 등이 포함됐다. CNBC에 따르면 1100억달러(약 132조원)는 도로, 교량, 다리 등을 비롯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660억달러(약 79조2000억원)는 화물 운송, 미 국철 암트랙을 포함한 철도 사업 투자에, 390억달러(약 46조8000억원)는 대중교통, 650억달러(약 78조원)는 광대역 통신에 사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기후 복원 등에 500억달러(약 60조원), 청정에너지와 발전 기기에 650억달러, 전국 단위 전기차 충전소 구축과 수질 개선 등에 각각 75억달러(약 9조원), 550억달러(약 66조원)가 투입된다. 인프라 사업의 총괄 감독으로는 미치 랜드리우 전 뉴올리언스 시장이 임명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월 5일 미국 미시간주 하월에 있는 국제기술자연맹 지역 324 훈련 시설에서 인프라 투자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월 5일 미국 미시간주 하월에 있는 국제기술자연맹 지역 324 훈련 시설에서 인프라 투자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이 법안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첨예하게 몇 달씩 대립한 끝에 통과됐다. 지난 8월 공화당 상원의원 19명의 지지를 얻어 상원에서 처리됐지만, 민주당 진보 성향 의원들의 반대로 4개월여 만인 11월 5일 하원을 통과했다.

AP는 이번 인프라 법안 통과를 ‘역사적 성취’라고 평가했다. 정치적 분열 상황에서도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여 년 만에 최대 규모로 시행되는 인프라 법안은 바이든 대통령의 국내 정책 의제 핵심 요소로 백악관의 초당적 정책 승리”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노후 교량과 도로 정비를 위해 주 정부와 지방정부에 예산을 배분하고 광대역 인터넷 접속을 확대해 전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을 임기 역점 과제로 두고 인프라 법안 통과를 추진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우선 인프라 사업 추진으로 경제 활성화에 주력해 추락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내년 중간선거에 대비할 전망이다.

다만 인프라 투자를 위한 과도한 재정 확대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보다 6.2% 올랐다. 이는 1990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이 영향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도 추락했다. 지지율은 지난 4월(52%)부터 꾸준히 하락했으며, 11월 14일 기준 41%(워싱턴포스트·ABC방송 여론 조사 기준)로 최저치를 경신했다.


사회복지 지출 법안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11월 16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행진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사회복지 지출 법안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11월 16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행진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1
남은 과제는 ‘사회복지 지출 법안’ 통과

바이든 정부는 이번 인프라 투자 법안 서명에 힘입어 역점 사업 중 하나인 1조8500달러(약 1183조원) 규모의 사회복지 지출 법안, 일명 ‘더 나은 재건법(the Build Back Better Act)’ 통과에 주력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16일부터 법안 홍보를 위한 순회에 나섰다.

사회복지 지출 법안은 유아 및 노인 보육, 의료, 의약품 가격 책정, 이민 정책, 기후변화 지원 등에 대한 예산 배정이 골자다. 애초 이 법안의 초안 규모는 3조5000억달러(약 4141조원) 수준이었지만, 야당인 공화당과 민주당 중도 보수파의 반대에 부딪히며 절반 수준인 1조8500억달러 규모로 축소됐다.

백악관에 따르면 사회복지 지출 법안에는 3~4세 어린이 2년 무상 보육, 아동 및 근로소득 세액 공제 확대, 고령층·장애인 홈케어, 메디케어(고령층 의료 보험) 적용 범위를 청력까지 확대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으며, 7500억달러(약 900조원) 규모가 이 분야에 투입될 예정이다. 기후 위기 대응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와 관련해 빌딩, 교통, 산업, 전력, 농업 등 분야에 5550억달러(약 666조원)를 투자하는데, 백악관은 “역사상 재생에너지 경제 분야에 가장 큰 단일 투자”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0~52% 감축할 계획이다.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건설 장비 제조 업체 캐터필러 직원들이 굴삭기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건설 장비 제조 업체 캐터필러 직원들이 굴삭기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연결 포인트 2
건설·기계부터 친환경 관련株 주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인프라 법안’ 통과는 국내외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교통·건설 부문 등 기존 인프라와 관련한 건설 장비, 건자재 관련주를 비롯해 전기차·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인프라 관련주가 주목을 받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필립 응 제프리스 투자은행 연구원은 11월 13일 인프라 법안 통과에 따라 성장이 예상되는 주식 다섯 종목을 추천했다. 응 연구원은 “이번 예산은 향후 수년간 건자재 업체들의 이익을 도울 것”이라며 “5년 동안 고속도로 예산이 50% 증가할 것이며, 이에 따라 건자재 수요량은 내년부터 5년간 최대 9%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프라 법안 수혜주로는 중장비 건설 자재 업체 마틴 마리에타 머티리얼스, 벌컨 머티리얼스, 이글 머티리얼스, 서밋 머티리얼스, 건설 및 기타 산업 자재 저장 시설 업체 윌스콧을 꼽았다.

미 건설 장비 제조 업체 캐터필러도 주목받고 있다. 캐터필러는 포클레인 등 건설 중장비를 만드는 업체다. 미르시아 도브르 베어드 투자은행 연구원은 캐터필러 목표 주가를 290달러(약 34만원)로 높이고 “2023년까지 (인프라 법안 수혜에 따른) 실적 성장 가능성을 보면 캐터필러는 저평가된 주식”이라고 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건설장비와 전력기계 업종이 수혜주로 꼽힌다. 건설장비 분야에서는 두산밥캣, 현대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 등이 주목을 받았다. 최광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판가 상승효과 등으로 두산밥캣의 2022년 매출은 20% 증가가 예상된다”며 “인프라 법안에 따른 건설기계 장비 수요, 두산밥캣의 북미 시장 점유율 등을 고려했을 때 인프라 투자에 따른 두산밥캣의 신차 판매 규모는 19억달러(약 2조2800억원)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의 매출 중 미국 시장 비중은 대략 10% 내외로, 미국 인프라 투자에 따른 중장기 판매량 증가가 가능하다”고 했다.

탄소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 경제와 관련된 투자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인프라 투자 법안에는 전통 인프라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 예산이 포함됐다”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기차 충전소 관련 예산부터 전력망 및 전력생산 지원, 기후변화와 사이버 공격에 대응한 인프라 안정성 확보, 학교 버스 및 탄소배출 선박 교체 등이다”라고 했다.

이선목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