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28일(현지시각) 미 의회에서 첫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뒤에 미국 최초 여성이자 유색인종으로 2인자 자리에 오른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손뼉 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28일(현지시각) 미 의회에서 첫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뒤에 미국 최초 여성이자 유색인종으로 2인자 자리에 오른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손뼉 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증세 실험이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00일 하루 전인 4월 28일(이하 현지시각)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부자 증세 추진 입장을 분명히 했다.

초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는 ‘미국 가족 계획’의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공개된 미국 가족 계획은 10여 년간 교육과 보육에 1조달러(약 1130조원)를 지출하고, 중·저소득층 가구에 8000억달러(약 904조원)의 세액 공제를 제공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3~4세 아동 유치원 무상교육, 커뮤니티 칼리지 2년간 무상 교육, 보육료 지원, 아동 세액공제 확대 방안 등이 포함된다. ‘인적 투자’를 하는 것이다.

부자 증세를 위해선 ‘슈퍼 부자’의 연방소득세율을 37%에서 39.6%로 올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7년 감세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연 100만달러(약 11억3000만원) 이상 소득자에 대한 자본이득세율을 20%에서 39.6%로 두 배 가까이 올린다는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소득 40만달러(약 4억5200만원) 미만인 국민은 어떠한 증세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1%가 공정한 조세 부담을 위해 협력에 나서야 하고, 공정한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낙수(trickle-down) 경제는 결코 작동한 적이 없다”며 “경제가 바닥에서 위로,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성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앞서 법인세 인상으로 ‘미국 일자리 계획’의 재원을 조달하기로 한 바 있다.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28%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 멈출 수 없다. 21세기에 승리하기 위해 중국, 다른 나라와 경쟁하고 있다”며 2조2500억달러(약 2542조5000억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구상인 ‘미국 일자리 계획’ 예산안 처리를 의회에 촉구했다. 그는 “미국 일자리 계획은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미국 그 자체에 대한 투자이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일자리 계획”이라며 “비국방 분야에서 역대 최대 연구개발 증액”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악의 감염병과 경제 위기, 민주주의가 공격받는 상황에 취임했지만 미국이 다시 앞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100일간의 구조와 재건 이후 이륙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구조 계획’이라 명명한 1조9000억달러(약 2147조원) 규모의 감염병 대유행 경기부양안, 2억 회 이상의 백신 접종 등을 통한 경제 회복을 100일간의 성과로 부각시켰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기조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40여 년간 미국 정가를 지배한 ‘작은 정부’ 철학을 버리고 ‘큰 정부’로의 대전환을 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의 증세 실험은 공화당과 일부 민주당 인사로부터 반발에 직면해 있어 큰 정부를 위한 재원 확보가 순탄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미국 제약사 모더나.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미국 제약사 모더나. 사진 연합뉴스

연결 포인트 1
“미국,‘백신 무기고’ 되겠다”
인도에 백신 2000만 회분 지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월 28일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미국이 다른 나라를 위한 ‘백신의 무기고(arsenal of vaccine)’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민주주의의 무기고’였던 것처럼, 백신 지원과 관련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많은 국가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위기를 겪으면서 각국의 백신 확보전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백신 대국’인 미국이 풍부한 백신 물량과 원천 기술, 장비를 토대로 글로벌 보건 지원과 협력해 ‘백신 외교’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날 “코로나19가 다시 퍼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도와의 공고한 우호 관계에 따라 긴급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며 미국이 이미 주문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2000만 회분 공급 등 인도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밝혔다. 앞서 4월 26일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000만 회분을 타국에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AP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AP연합

연결 포인트 2
바이든 “북·이란 핵 위협 대응”
“중국과 경쟁, 갈등은 원치 않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월 28일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미국의 안보와 세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우리는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테러리즘과 핵 확산, 대규모 이주, 사이버 안보, 기후 변화, 감염병 대유행을 들며 “어떤 나라도 우리 시대의 위기를 홀로 대처할 수는 없다. 우리는 동맹국들과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관계에서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국은 경쟁을 환영하지만,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면서 중국의 국영기업 보조금 지급, 미국 기술·지식재산권 탈취 등 미국 노동자와 산업을 약화하는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맞서겠다고 했다. 또 인도·태평양에 강력한 군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시진핑 주석에게 전했고, 이는 분쟁이 아닌 방지 차원이라고 했다.


브뤼노 르메이르 프랑스 재무장관(왼쪽)과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 사진 로이터연합
브뤼노 르메이르 프랑스 재무장관(왼쪽)과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 사진 로이터연합

연결 포인트 3
獨·佛, 美 최저 법인세율 지지
아일랜드·룩셈부르크는 반대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제안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21%안과 관련, 독일과 프랑스가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과 브뤼노 르메이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4월 27일 독일 매체 ‘디 차이트(Die Zeit)’와 공동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숄츠 장관은 “나는 개인적으로 미국의 제안에 반대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이번 제안에 매우 낙관적인 입장”이라며 “우리가 직면한 글로벌 과세 레이스를 이번에 끝내겠다”고 했다.

르메이르 장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12% 수준으로 정하는 안을 이미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21%가) 협상을 거쳐 결정되면 우리도 따르겠다”고 했다.

반면 아일랜드, 몰타, 룩셈부르크 등 상대적으로 낮은 법인세율을 택해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해온 국가들은 ‘세율 자주권’을 내세우며 미국의 법인세율 하한선 제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