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짜리 딸이 있는 박영주(38)씨는 요즘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는 게 아침 일과다. 좀 심하다 싶으면 딸에게 보건용 마스크를 꼭 씌운다. 하지만 보건용 마스크만으로 미세먼지가 다 차단되는지 걱정이 많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데도 박씨 딸이 기침을 하거나 목이 아프다고 호소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딸이 이러다가 병이라도 걸리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비염을 앓고 있는 이모(46)씨도 미세먼지가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미세먼지로 하늘이 흐린 날은 증상이 더 심해진다.
어린이나 노약자, 호흡기 질환자에게 미세먼지가 계속되는 봄은 혹독한 계절이다. 호흡기 질환에 걸리거나 앓고 있던 호흡기 질환이 심해져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당 10㎍(마이크로그램·1㎍은 백만분의 1g) 더 짙어지면 기관지염 입원환자가 23% 늘어난다. 최근 몇 년 동안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서 기관지염 환자가 쓰는 한 해 의료비는 2014년 4285억원에서 2017년 5174억원으로 3년 만에 20% 이상 급증했다. 미세먼지로 인해 호흡기 질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의료비가 갈수록 늘고 있다.
미세먼지 때문에 악화할 수 있는 호흡기 질환 등에 대비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을 알아봤다. 월 100원도 안 되는 돈만 추가로 내면 자녀들이 호흡기 질환에 걸렸을 때 치료비를 지급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도 있다.
대표적인 것은 DB손해보험이 판매하는 ‘다이렉트 굿바이 미세먼지 건강보험’이다. 다이렉트 굿바이 미세먼지 건강보험으로 미세먼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6대 질환(편도염·축농증·급성상기도염·인후질환·특정후각질환·백내장)과 심혈관 질환, 폐암 등의 수술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 호흡기와 눈 질환으로 수술받을 때는 10만~5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고 심혈관 질환(협심증·심근경색증) 수술에는 300만원, 폐암으로 진단받으면 1000만원의 보험금을 받는다. 보험료는 30~40세 가입자 기준으로 월 1만원 미만이고 보험 기간은 3·5·10·15·20년 만기 중 선택할 수 있다. 가입은 DB손해보험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를 위한 보험 상품(어린이보험)도 미세먼지가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을 보장한다. 어린이보험은 부모가 자녀를 위해 들어주는 보험을 말하며 보통 만 15세 미만 자녀를 둔 경우 가입할 수 있다. 어린이보험은 보장되는 질병 범위와 지급되는 보험금 액수에 따라 월 2만~3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호흡기 질환에 대한 특약을 추가할 경우에는 100원 이하의 소액만 더 내면 되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보험 중 호흡기 질환을 보장하는 대표적 상품은 교보생명의 ‘교보우리아이생애첫보험’이다. 이 보험은 미세먼지로 유발될 수 있는 중이염·급성상기도염·비염 등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할 경우 입원비를 지급한다. 4일 이상 입원하면 3일 초과 시부터 1일당 2만원씩 입원비가 나온다. 단 입원 후 120일이 지나면 입원비가 지급되지 않는다. 별도의 특약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현대해상의 ‘굿앤굿어린이종합보험’은 ‘환경성 질환 특약’을 제공한다.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급성 기관지염, 폐렴, 폐 질환, 중금속에 의한 질환 등으로 입원하면 최장 180일까지 입원비(1일당 1만~2만원)를 지급한다. 5세 어린이의 경우 환경성 질환 특약에 추가로 가입하려면 보험료를 매월 43원(1일당 입원비 1만원 기준) 더 내면 된다.
삼성생명이 판매하는 ‘우리아이통합보장보험’의 ‘환경성질환입원특약’은 매월 236원(5세 기준)만 추가로 내면 되는데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급성 기관지염 △폐렴 △아토피로 1일 이상 입원하면 120일까지 매일 1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세먼지 때문에 환경이 너무 안 좋아져서 자녀들을 위한 호흡기 질환 특약에 대한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며 “많아야 몇백원이면 특약을 추가할 수 있는 상품이 많다”고 했다.
실비보험도 호흡기 질환 보장
실손의료보험(실비보험)을 활용해도 호흡기 질환의 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 실비보험은 가입자가 질병으로 입원하거나 통원 치료를 받은 경우 실제 부담한 치료비를 보험사가 보장하는 상품을 말한다.
보험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실비보험은 편도염·축농증·기관지염·폐암 등 호흡기 질환과 백내장·녹내장 등 눈 관련 질환의 치료비를 보장한다. 단 실비보험은 치료비 전액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현재 보험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실비보험은 건강보험이 지원하지 않는 치료비의 자기부담금 중 80%만 보장한다. 예를 들어 폐렴으로 입원해 치료비 100만원을 부담해야 할 때 실비보험에 가입했다면 80만원만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들은 ‘노후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해두면 좋다. 보통 실비보험은 65세 이하까지만 가입할 수 있다. 고령이 되면 병원 가는 일이 많아지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들이 고령자의 실비보험 가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들은 65세 이상 고령자를 위해 노후실손의료보험을 별도로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75세 이하까지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단 거의 모든 보험사가 판매하고 있는 일반 실비보험과 달리 노후실손의료보험은 삼성생명 등 10개 보험사에서만 판매한다.
가상화폐 지급하는 미세먼지보험도 나와
인슈어테크(InsurTech·보험과 기술의 결합) 기업 직토는 미세먼지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온라인 보험 상품을 내놨다. 이 보험 상품은 가입자가 선택한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110㎍/㎥를 넘으면 보험료로 냈던 금액의 두 배를 보험금으로 지급한다. 단 암호화폐인 ‘인슈어리움’으로 보험료를 내고 보험금을 받는다. 인슈어리움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사고팔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입자가 서울 지역의 4월 10일을 선택해 2000인슈어리움으로 이 상품을 매수했다면, 4월 10일이 속한 주중에 단 하루라도 미세먼지 농도가 110㎍/㎥를 넘으면 4000인슈어리움이 보험금으로 지급된다. 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에 미치지 않으면 구매자가 낸 보험료는 인슈어리움의 수익이 된다.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질병에 걸리지 않아도 보험금을 주는 것을 금하기 때문에 미세먼지를 금전적으로 보상할 수 있도록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