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석 법무법인 세움 변호사 서울대 공학사 및 법학 석사, 현 대한변호사협회 IT·스타트업·블록체인위원회 위원장, 사법시험 46회, 사법연수원 38기, 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 사진 법무법인 세움
정호석 법무법인 세움 변호사
서울대 공학사 및 법학 석사, 현 대한변호사협회 IT·스타트업·블록체인위원회 위원장, 사법시험 46회, 사법연수원 38기, 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 사진 법무법인 세움

엘살바도르에 이어 최근 탄자니아도 비트코인의 법정통화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매체인 코인데스크는 6월 13일(현지시각) 사미아 술루후 탄자니아 대통령이 자국의 재무장관에게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6월 8일 엘살바도르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승인한 지 닷새 만의 일이다. 파라과이 역시 7월 중 비트코인과 관련한 법안을 의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이 법안에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 등도 비트코인 법정통화 지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미경제통합은행 역시 중미 지역 국가의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을 돕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 비트코인 법정통화 지정 움직임이 일면서 내년부터 국내에서 시행되는 ‘가상자산’ 과세 대상에서 비트코인을 빼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과 수교국인 엘살바도르의 법정통화가 된 비트코인을 가상자산이 아닌 ‘외국통화(외화)’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에 대한 세금은 지난해 개정된 소득세법에 따라 내년 1월부터 부과된다. 소득세법 개정안에는 가상자산 양도(판매)로 발생한 소득(이익)에 대해 20%의 국세와 2%의 지방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비트코인을 ‘통화’가 아닌 ‘자산’ 개념으로 보고, 개정 법문(法文)에 과세 대상을 가상자산이라고 표기했다. 가상자산의 개념은 ‘특정 금융 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에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하기 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을 가상자산으로 규정하는 데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다른 국가의 법정통화 지위를 얻은 비트코인을 외화가 아닌 가상자산 개념으로 보는 것은 법적인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외국통화’란 ‘내국통화 외의 통화’를 일컫는다. 현행법대로라면 비트코인이 엘살바도르의 법정통화가 된 이상 비트코인도 외화로 봐야 하고, 가상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과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수교국의 법정통화에 대한 ‘외화 지위’를 부정할 경우에는 외교적 결례 또는 마찰로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법정통화 지정 움직임이 확산할 조짐을 보여 단순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세금 징수에 반대하는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엘살바도르 법정통화 지정을 이유로 비트코인 양도소득에 대한 면세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6월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엘살바도르 법정화폐인 비트코인의 과세 계획을 철회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회사원 최모(43)씨는 “비트코인을 외화로 볼 경우에는 비트코인에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주장에 한 줄기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기재부)는 비트코인에도 당연히 과세할 수 있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당연히 가상자산으로 봐야 한다”며 “소득세법개정안에 ‘가상자산으로 얻은 소득에 과세한다’는 조항도 들어갔기 때문에 과세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과세 당국인 국세청은 “기재부의 방침에 따라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김기윤 김기윤법률사무소 변호사 서울대 법학 석사, 현 대한상사중재원 특별위원, 사법시험 51회, 사법연수원 41기,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고문 변호사 /사진 김기윤법률사무소
김기윤 김기윤법률사무소 변호사
서울대 법학 석사, 현 대한상사중재원 특별위원, 사법시험 51회, 사법연수원 41기,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고문 변호사 /사진 김기윤법률사무소

이슈에 대한 엇갈린 법률전문가 의견

해당 이슈에 대해 법률 전문가 두 명에게 물었는데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정호석 법무법인 세움 변호사 “최근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공식 인정하면서 비트코인 역시 ‘외화’이므로, 비트코인 거래로 인한 수익에 대한 과세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외화 지위를 가지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비트코인은 소득세법상 과세 대상인 가상자산으로 분류된다고 봐야 한다.

본래 외환 거래를 통한 차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이유는 외화로서의 안정성과 교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통화로서의 교환 가치와 안정성은 각국 중앙은행 및 권위 있는 기관의 ‘보증’에서 기인하는 것인데, 비트코인이 엘살바도르에서 통화로 인정받았다고 해도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과 권위 있는 기관으로부터 통화로서의 교환 가치와 안정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한국에서도 외화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김기윤 김기윤법률사무소 변호사 “우선 비트코인이 가상자산이라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법조문이 없다. 과세의 경우 철저한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세금 부과는 국민의 재산권에 영향을 미치는 처분이기 때문에 유추 해석을 철저히 배제하고 법률에 열거된 경우에만 과세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 소득세법은 가상자산의 양도소득에 대해서 과세를 규정했다. 비트코인은 다른 국가의 법정통화가 됐기 때문에 외환거래법에 명시된 외국통화(내국통화 외의 통화)에 해당한다. 이를 부정하고 가상자산으로 포섭할 순 없다. 또 달러화 등 다른 국가의 법정통화의 양도소득에 대해선 과세하지 않으면서, 엘살바도르의 법정통화인 비트코인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은 과세평등주의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 특히 엘살바도르는 2001년 1월부터 자국 통화인 콜론을 포기하고 미국 달러화만 법정통화로 사용해오다 이번에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추가시켰다. 우리 정부가 비트코인을 외화로 인정하지 않고 과세하는 경우에는 엘살바도르와 외교적 분쟁으로도 번질 수 있다. 과세 당국이 내년에 세금을 부과하더라도 결국에는 소송을 통해 재판에서 결과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Plus Point

美·日도 과세 영향 받을까

현재 가상자산에 대해 과세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5개국이다. 이들 국가 모두 과세 대상을 가상자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통화 지정은 이들 5개국의 가상자산 과세 대상에서 비트코인을 제외시킬 법적 근거를 만들어 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기윤 변호사는 “비트코인 과세국들도 한국과 동일한 법 적용 문제가 발생했다”며 “비트코인 과세액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각국이 법 개정을 통해 비트코인을 가상자산으로 명문화시켜 논란을 끝낼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이들 국가의 비트코인 과세액 규모가 외부에 공개된 적은 없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가장 많은 거래액을 기록하는 암호화폐이며, 과세액 규모 역시 다른 코인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글로벌 코인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6월 21일 하루 거래액이 약 56조원에 이른다.

5개국이 직접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지만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할 경우 법적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경고한 점은 눈길을 끈다.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할 경우 법률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이런 문제들은 매우 정교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