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0년 1월 7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 테슬라 공장에서 열린 모델3첫 인도 기념 행사에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통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0년 1월 7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 테슬라 공장에서 열린 모델3첫 인도 기념 행사에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통신
안재만 조선비즈 기자 ‘지금 부자들은 배당주에투자한다’ ‘포스트 코로나경제 트렌드 2021(공저)’ 저자
안재만 조선비즈 기자 ‘지금 부자들은 배당주에투자한다’ ‘포스트 코로나경제 트렌드 2021(공저)’ 저자

테슬라가 만든 증시 신조어 중 ‘PDR’이란 것이 있다. PDR은 ‘Price to Dream Ratio’의 약자로, PER(주가수익비율)이나 PBR(주가순자산비율)처럼 기업 가치를 측정하되 실제 데이터가 아닌 ‘미래 가능성’을 대입해보자고 하는 것이다. 즉 테슬라는 자산이나 이익은 크지 않지만, 꿈이 크기에 이 정도의 높은 주가도 합당(?)하다는 논리다. 테슬라의 2021년 말 기준 PER은 약 1000배로, 미국 자동차 1위 기업 GM의 100배가 넘었다.

테슬라의 꿈이 원대한 것은 사실이다. 단순히 전기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운송업과 군수업, 에너지 산업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스페이스X를 통한 우주 개발 및 화성 이주까지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화성 이주는 다소 황당하다고 치더라도, 사실 자율주행 기술만 완벽히 구현한다면 그에 따르는 부가가치는 무궁무진하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또 다른 회사 보링컴퍼니의 ‘루프’는 (만약 성공한다면) 다시 한번 공간 혁명을 일으킬 전망이다. 루프는 시속 1200㎞로 달릴 수 있는 지하 터널로, 교통체증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일론 머스크가 추진 중이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등도 새로운 철강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의 꿈은 크고, 테슬라는 최전선에서 뛰고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그래도 꿈의 가치를 인정받아 테슬라는 2021년 한때 100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달성했다. 우리나라 투자자가 테슬라 주식을 20조원어치나 가지고 있는 배경이다.



꺼져가는 자율주행 기대감 

하지만 원대한 꿈 또한 수시로 시험받아야 한다. 주기적으로 성적표를 제시해야 투자자들도 꿈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현 가능성이 작아 보이면, 혁신가 또한 하루아침에 사기꾼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다소 물음표가 붙어 있다. 2022년 하반기 이후 쌓이는 전기차 재고와 허물어져 가는 듯한 브랜드 가치, 트위터 인수로 다시 시작된 일론 머스크에 대한 불신, 경기 긴축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테슬라가 그나마 가장 빨리 보여줄 수 있는 이벤트가 있다면 자율주행 로보택시다. 테슬라는 2024년 버스나 지하철보다 저렴한 로보택시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원래는 2020년까지 공개하겠다고 했다가 늦춘 일정이다. 2024년 새로운 로보택시를 투자자들에게 공개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최근 자율주행에 대한 기대도 꺾이고 있다. 2022년 6월 크루즈 로보택시 13대가 도로 한복판에서 동시에 멈춰선 일이 계기가 됐다. 미국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아르고AI’는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포기하겠다고 밝혔고, 뒤이어 폐업을 선언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독일 업체 ‘이베오 오토모티브’도 파산 신청을 했다.

많은 전문가가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을 인정하기는 한다. 하지만 레벨5의 진정한 자율주행이 100m 앞에 있다면, 테슬라도 기껏해야 10m밖에 못 온 수준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남들보다 앞서 있긴 하지만 과연 우리가 살아있을 때 그 기술을 볼 수 있겠느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테슬라를 제외한 자율주행 개발 업체들은 모두 ‘라이다(LiDAR)’를 적용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한다. 라이다는 초당 수백만 개의 레이저 펄스(파동)를 발사해 되돌아오는 시간을 토대로 공간을 스캔하는 기술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고성능 라이다에 레이더, 카메라, 정밀 지도를 추가하고 이와 연관된 소프트웨어 개발 및 유지·보수를 하려면 자율주행 기술은 너무 비싸 도저히 상용화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테슬라는 카메라와 레이더만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하게끔 도전하는데, 만약 개발에 성공한다면 테슬라만의 세상이 열릴 수 있다. 사실 테슬라는 카메라만으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으나, 지난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레이더 개발 계획을 보고하면서 사실상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 새로 나올 모델3 부분 변경 모델에 레이더가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어쨌든 실현만 된다면 경쟁사들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 ‘테슬람(테슬라 강성 투자자)’들이 테슬라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테슬라의 장기 비전은 3월 1일(현지시각)에 있을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될 전망이다.


올해 실적 어떨까⋯치킨게임 가능성도

올해만 놓고 봐도 테슬라는 한 차례 시험을 치러야 한다. 실적이 바로 그것이다.

테슬라는 2022년 10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월가 예상치(219억6000만달러)를 밑도는 214억5000만달러(약 26조561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차량 인도 실적도 34만3830대로 예상치 37만1000대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의 약진으로 2022년 3분기 말 기준 재고만 1만6000여 대에 달한다는 외신이 나왔다. BYD는 배터리 업체이자 2022년 2분기 이후로는 글로벌 생산량 1위 전기차 기업이다. 이로 인해 테슬라는 자동차 가격을 인하했고, 찻값 인하 소식이 또다시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2월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 재고가 쌓여 상하이 공장에서 모델Y 생산을 8일간 중단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정책이 악수(惡手)일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쟁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높은 테슬라가 ‘치킨게임’에 돌입하는 과정이라는 진단이 있다.

장의성 미래에셋증권 반포WM 지점장은 최근 한 유튜브 경제 방송에 출연해 각 사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전기차 판매만으로 흑자를 내는 기업은 테슬라와 BYD, 기아뿐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BYD와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4~5%로 추정되고 테슬라만 18%의 영업이익률(탄소배출권 판매 이익 등은 제외)을 기록한다고 분석했다. 즉, 테슬라가 가격 인하 정책을 펴면 경쟁사들이 적자 전환, 적자 확대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다. 장 지점장은 “테슬라가 치킨게임에 들어가면 승자로 살아남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차종이 다양하지 않은 테슬라가 가격 인하 정책으로 기존의 자동차 강자들을 무릎 꿇릴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실제 자동차 업계는 타 업계와 달리 치킨게임이 통했던 역사가 없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시장에서 약 150종의 전기차가 새로 나올 예정이다. 테슬라의 경쟁력을 인정하지 않는 전문가들은 올해 테슬라가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함이 드러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테슬라가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지켜낼 수 있을지도 주요 포인트다. 지난해 테슬라의 고급 차량 모델X, 모델S는 포르쉐 타이칸과 벤츠 EQS(S클래스 전기차 모델) 등 기존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고가 전기차에 크게 밀렸다. 테슬라 차량 이미지가 그저 그런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