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옵티머스 사모펀드 상환 불능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20년 6월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옵티머스 사모펀드 상환 불능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사모펀드 제도가 6년 만에 대대적으로 정비된다. 금융 당국은 사모펀드 개편의 일환으로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6월 23일부터 8월 2일까지 40일간 예고 기간을 거쳐 10월 21일 시행할 예정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모펀드 운용사로서는 불필요한 규제가 사라지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호 조치가 강화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에서도 사모펀드 운용 규제의 일원화, 기관 전용 사모펀드 도입, 사모펀드 투자자 수 확대 등의 조치는 펀드 시장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이번 제도 개정의 의미와 아쉬운 점 등을 짚어보자.

그동안 사모펀드는 운용 목적에 따라 ‘전문 투자형’과 ‘경영 참여형’으로 구분됐다. 앞으로는 펀드에 출자하는 투자자를 기준으로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 전용 사모펀드’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일반 투자자는 일반 사모펀드에만 투자할 수 있다. 또 현행 제도하에서는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는 단순 투자만 가능하고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는 경영 참여 목적의 투자만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운용 방법이 일원화되기 때문에 펀드가 구사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이 더 다양해지고 운용 규제도 일원화돼 효율성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일반 사모펀드는 10% 초과 보유 지분의 의결권 행사가 허용된다. 기관 전용 사모펀드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 10% 이상 취득 의무와 6개월 이상 지분 보유 의무가 없어지고 지분 투자 외의 메자닌 투자, 금전 차입, 법인 대출, 부동산 투자 등이 가능해진다.

사모펀드 투자자 제한 인원 또한 기존 49명에서 100명으로 확대되기에 운용사 입장에서는 펀드 조성이 수월해지는 효과가 있다. 다만 일반 투자자 수는 현재와 같은 49명 이하로 유지된다. 전문 투자자는 일반 사모펀드에 투자할 기회가 더 많아지고, 일반 투자자를 위한 펀드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수탁은행의 기능도 한층 강화된다. 현행 제도상 전문 투자형 사모펀드는 투자신탁 계약을 통해 펀드를 설정하기 때문에 수탁은행이 고객 자산을 보관·관리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자본시장법에 수탁은행이 운용사를 감시하는 의무를 면제해주는 특례가 있었다. 수탁은행의 펀드 운용 감시 역할이 유명무실했다는 말이다.

금융 당국은 2020년 수탁은행의 특례 조항을 삭제한 데 이어 이번 개정안으로 집합투자 재산을 펀드별 자산 명세와 비교·대조하는 자산대사 의무 또한 법제화했다. 수탁은행의 감시 기능을 한층 강화한 것이다.

사모펀드 규제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 운용사와 투자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자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태생적으로 온갖 사기와 부정행위에 취약하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그간 사모펀드는 전문 지식과 위험 부담 능력이 큰 기관 투자자가 주로 투자해왔으며, 사모펀드 투자자 가운데 개인 투자자의 비중은 5%대에 불과했다.

이런 와중에 라임 사태, 독일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옵티머스 사태 등 사모펀드가 야기한 대규모 피해가 수많은 개인에게 상처를 입힌 게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규제 당국이 각종 조치를 잇달아 내놓는 상황이다. 일련의 조치는 공통적으로 개인 투자자가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진입장벽 자체를 높여 개인의 피해를 선제적으로 막으려는 것이다.


개인의 좋은 상품 접근 어려워질 수도

그러나 이 같은 사모펀드 체계 변화가 명칭과 형식만 크게 달라지는 것일 뿐 운용사로서는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게 없고, 일반 투자자의 투자 기회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앞서 금융 당국은 2020년 일반 투자자가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최소 투자 기준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일반 투자자의 접근을 어렵게 한 것이다.

물론 장벽을 쌓기만 한 건 아니다. 개인이 이 투자 제한을 우회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가 전문 투자자로 등록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개인이 전문 투자자로 등록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 전문 투자자 수는 2019년 말 3331명에서 2020년 말 1만6218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2019년 11월 금융위원회가 모험 자본 공급을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전문 투자자 등록 요건을 대폭 완화한 영향이다. 기존에는 금융 투자 상품 잔고가 5억원 이상이고 소득이 1억원 또는 순자산이 10억원 이상이면 전문 투자자 등록이 가능했다. 금융위는 이를 금융 투자 상품 잔고 기준 5000만원, 소득 1억원 또는 순자산 5억원 이상으로 낮췄다.

하지만 크게 완화된 전문 투자자 요건도 사회 초년생처럼 주머니가 가벼운 투자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높은 요건이다. 전문 투자자로 등록한 개인 대부분이 돈 많은 투자자인 것이다. 이러면 언젠가는 불공정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전문 투자자가 아닌 상황에서 고를 수 있는 금융 상품과 전문 투자자가 접근할 수 있는 상품 간 퀄리티의 간극이 매우 큰데, 이 격차는 앞으로 점점 더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기관이든 개인이든 돈 있는 사람만 쉽게 돈 벌 수 있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운용사는 개인 투자자 다수를 고객으로 받는 걸 점점 기피하면서 기관이나 소수의 개인 투자자를 위한 펀드 조성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 투자자는 펀드 투자자 수 제한에 포함되지 않아 펀드 설정에 유리하다는 실무적 이유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를 전문 투자자로 포섭해 투자 저변을 확대하려는 정책이 사모펀드 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는 건 사실이지만, 돈 없으면 전문 투자자가 될 수 없는 현실은 분명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개인 전문 투자자로 등록되면 금융 관련 분쟁 시 보상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볼 문제다. 실제로 최근 사모펀드 사태의 배상 대상에서 전문 투자자는 모두 제외됐다. 이 때문에 전문 투자자 등록을 주저하는 사람이 꽤 많다. 금융 사기에 휘말릴 수 있는 위험성까지 감수하는 건 투자자의 몫이지만, 일 년에 한두 번씩은 대형 금융 사고가 터지는 국내 금융 생태계의 현주소를 고려하면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만 떠넘기는 듯한 제도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앞으로도 금융 당국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사모펀드 투자를 전문성 있는 투자자만 하도록 유도하는 정책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일반 투자자는 사모펀드에 투자하기 힘들어지고, 위험 감수 능력이 없으면 투자 기회도 적어질 수밖에 없다. 선량한 개인의 유입을 어렵게 만드는 게 사모펀드 시장 건전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