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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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연초부터 국내 금융 및 실물 경기 회복 기대감이 점차 살아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반가운 변화의 징조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국내 금융 시장은 대내외적으로 물가 정점론(inflation peak)에 힘이 실리고 통화 긴축 기대가 완화되면서 원·달러 환율과 주가, 시장금리 등이 지난해보다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물 경기 역시 대외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 확대와 중국 방역 조치 완화 등 세계 경제의 2대 축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고, 대내적으로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대응으로 내수 경기 둔화세 역시 생각보다 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직은 대내외 여건상 국내 경제의 위기론은 커질 수밖에 없을뿐더러 심지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상황인 것 같다. 먼저 대내적으로 보면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수준과 통화 정책 향방의 불확실성,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 가계와 기업 등과 민간 부문의 부채 문제같이 언제 터질지 모를 금융 시장발(發) 리스크, 고질적인 투자 부진 등과 같은 문제가 남아 있다. 현재로서는 건전성을 강조하는 재정 정책의 방향 전환 기대도 어렵다.

대외적으로도 긴축발작(taper tantrum)에 따른 타국의 위기가 국내로 전이되는 것 같은 극단적인 위협은 아직 없지만,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원화 환율과 글로벌 공급망, 국제 원자재 가격 등이 조금씩 안정되고 있지만, 세계 경제 전반의 회복 시기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수출과 무역수지 개선 시기도 기대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경상수지 역시 상품수지 개선 지연에 더해 해상 운임 하락에 따르는 운송 서비스 수지 둔화, 해외여행 증가 등에 따르는 여행수지 악화로 예년 수준만큼의 흑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세계은행(WB) 같은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기관의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이 과할 정도로 하향 조정된 것은 가히 충격적인 일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입장에서는 이런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외수 충격 누적에 따르는 피해는 물론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심리에도 크게 악영향을 미쳐 내수 부문도 예상 수준을 넘어서는 부진을 경험할 수도 있게 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경험했던 것처럼 우리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하기에는 시기상조다. 물론, 원화 환율이 달러당 1600원대에 근접하고 주가가 추가로 폭락함과 동시에 시장금리 급등세가 이어지는 등 외환 및 금융 시장이 공황 상태에 빠지거나, 3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본다. 수출 역시 12개월 연속 감소하는 일도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수의 성장 기여도가 전체 경제 성장률을 상회해 우리 경제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는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정책 당국이 시장보다 기대치를 낮게 잡고 있고, 매우 도전적인 과제지만 우리 경제를 타국에 비해 더 빨리 더 강하게 회복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다만, 대내외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너무 낮은 기대 혹은 전망을 유지하는 것은 시장의 활력을 약화해 민간을 중심으로 한 우리 경제의 회복력 발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도 유의했으면 한다. 즉, 정책 당국 스스로도 위기 경계감은 가지되 언제까지고 2008년 경험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기시감에 빠져 있을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