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기 출범에 따른 ‘차이나 런(China run·차이나와 뱅크런의 합성어)’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1월 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헤지펀드 타이거 글로벌은 최근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하기로 했다. 타이거 글로벌은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에 투자해 큰 이익을 거둔 대형 헤지펀드다. 타이거 글로벌 경영진은 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당 총서기 3연임이 확정되고 중국 지도부가 ‘시자쥔(習家軍·시진핑 측근 세력)’으로 채워지면서 중국 경제와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이에 반시장 정책과 대외 강경 노선이 짙어질 수 있는 만큼, 중국 시장에서 발을 뺀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외국인 투자금도 중국 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10월 시 주석의 3연임 확정 직후 5일 동안 중국 증시에서 유출된 외국인 투자금만 총 383억위안(약 7조5451억원)에 달한다. 채권 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외환거래센터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외국인 투자자의 중국 채권 보유액은 3조1715억위안(약 624조785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8월 말 대비 616억위안(약 12조1352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국외 자본이 중국에서 발을 빼는 이유는 중국 경기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는 5.5%지만,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 경제 성장률이 3%대 초·중반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필자는 지금 중국이 처한 정치·경제·사회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글로벌 투자자들과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저렴하게 좋은 주식을 사들이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철저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게 필자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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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비사 모요 경제학자 하버드대 행정학 석사,옥스퍼드대 경제학 박사,현 3M·셰브론 사외이사, 전 세계은행 컨설턴트,전 골드만삭스 전략가
담비사 모요 경제학자 하버드대 행정학 석사,옥스퍼드대 경제학 박사,현 3M·셰브론 사외이사, 전 세계은행 컨설턴트,전 골드만삭스 전략가

미·중 경쟁 격화와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서방 기업들이 중국 현지 투자 전략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경제 정책들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여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중국은 ‘제로 코로나’와 같은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정책과 시 주석의 당 총서기 3연임을 통해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시 주석의 경제 어젠다인 ② ‘공동부유(共同富裕)’는 반기업적이고 경제 활동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정책이다. 시 주석은 부의 재분배를 강조하는 공동부유를 두고 “과도하게 높은 소득을 규제하고, 소득이 높은 사람과 기업들이 사회에 더 많이 돌려주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이 같은 발언이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상황에서 2021년 중국 증시가 약 20% 하락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국제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0월에만 투자자들은 중국 시장에서 12억달러(약 1조6416억원) 상당의 채권과 76억달러(약 10조3968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물론 이 같은 투자자들의 반응은 그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와 리스크 관리 전략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중한 투자자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투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앞으로 중국 투자에 대한 ‘포지셔닝(positioning)’을 재고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기업 역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더 멀어지거나 전 세계적으로 탈세계화 기조가 확고해질 경우, 사업 운영 방식에 대해 극단적인 피벗(pivot·방향 전환)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기업들은 사업 자금과 해외 인력 채용 계획, 자산 분배 방법을 재고할 것이다. 또 해외 사업 운영 방식도 현지에 거점을 마련하는 대신 본사가 사업을 주도하는 중앙집중화된 방식을 채택하고, 회복 탄력성이 높은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중국에 투입한 자산 비중을 얼마만큼 재조정해야 할까. 첫 번째 선택지는 중국에 투자한 자산을 모두 빼는 것이다. 중국 자산 비중을 0%로 줄인다는 뜻이다. 다만 중국 주식 포트폴리오를 축소하거나 사모펀드 투자를 회수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자산 매각을 희망해도 적정가에 이를 매수할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퍼진 중국에서 이러한 작업은 매우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중국에 있는 자산을 유동화하려는 투자자들은 세금 등 각종 비용까지 감수해야 한다. 또 향후 중국 자산 시장 및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었을 때 다시 시장에 진입할 시점을 놓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중국 시장에서 발생하는 ③ 매몰 비용(sunk cost)을 받아들이는 것도 또 다른 선택지다. 현지 투자 비용을 재평가해 가치를 의도적으로 평가절하하는 대신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중국에 투입한 자금을 당장 회수하기는 어렵겠지만, 중국 시장에 발을 걸치고 있으니 나중에 중국 경제가 반등할 경우 이에 따른 혜택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에 공장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공장을 완전히 폐쇄하고 철수하기보다 자산 가치를 하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생산량을 늘리거나 자본을 추가로 투입하지 않고 현상 유지 전략을 시행하는 것이다.

오히려 강수를 두는 방법도 있다. 중국에 투자한 자금의 규모를 유지하는 것을 넘어서 약세장에서 저가에 좋은 주식들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중국 투자 비중을 늘릴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전략을 취하려면 투자자 스스로 투자 전략을 다시 살필 필요가 있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를 추가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기업이 중국에 남아 현지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채택했다면, 사업 과정에서 각종 규제 장벽에 부딪혀 고립될 수도 있다는 점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지금 전 세계는 보호무역주의와 지역주의가 득세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선 규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중국에 투자하기로 한 투자자와 기업이라면 혁신적인 경영 전략을 세우길 조언한다. 중국 현지 법인의 지배 구조와 이사회 감독 구조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거시 지표, 주가수익률(P/E) 등 전통적인 지표들은 외교 관계, 경제, 금융 상황이 빠르게 변하는 국가에서는 크게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현지 경영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다소 비정형화된 지표들에 의존해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투자자와 기업이 어떤 선택을 하든 지난 10년 동안 중국에서 경험한 것과 완전히 다른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시 주석의 권력이 더욱 견고해지는 정치적 상황과 경제, 기술, 안보 분야를 둘러싼 미·중 패권 갈등이 격화하고 있어서다. 탈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세상 속에서 투자자들은 다음 선택을 신중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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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10월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당 총서기 3연임을 확정 지었다. 중국 전문가들은 사실상 종신 집권의 막을 올렸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그동안 1인 지배의 폐해를 막기 위해 10년 주기로 리더십을 교체해왔지만, 이번엔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변이 없는 한 오는 2023년 3월 열리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국가주석 3연임도 이뤄질 전망이다.

문자 그대로 ‘더불어 잘살자’는 뜻의 분배 중심 경제 정책이다. 사기업과 부유층의 부를 공산당이 조절하고 인민과 나누자는 것으로, 소수에게 부가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막겠다는 경제 이념이다.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일부가 먼저 부유해진 뒤 이를 확산한다)’으로 대표됐던 ‘성장’에서 ‘분배’로 국정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 공산당은 이번 제20차 당대회에서 당장(黨章·당헌) 개정을 통해 ‘전체 인민 공동부유의 점진적 실현’을 명시했다. 이에 중국 정부가 공동부유 기조 아래 민간 기업에 대한 통제를 더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제학에서 이미 발생하여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비용을 뜻한다. 함몰 비용이라고도 불린다. 일단 지출하고 나면 회수할 수 없는 광고비와 연구개발(R&D) 비용이 매몰 비용에 속한다.

담비사 모요

정리 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

정리 원자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