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설명 세계 곳곳에서 폭염, 폭우, 산불 등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면서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물가 안정이라는 기본 목표 외에도 기후변화 대응을 목표로 삼고 정책을 확장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금융 안정을 위협하기 전, 저탄소 사회로 전환하고 금융 시스템에 숨겨진 기후 위험도 해결하기 위해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대응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ECB는 회사채 매입 물량을 배분할 때 기후변화 대응을 기준으로 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통계 데이터 및 지표를 구축하고, 2022년부터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한다. 기업들에도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구할 계획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대출 제도를 구축했다. 일본은행은 7월 15~16일 진행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탈탄소 관련 투자와 융자를 하는 금융 기관에 자금을 금리 0%대에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행은 그린본드와 지속가능성 채권에 투자하고, 탈탄소 전환 과정에 필요한 설비투자 자금도 지원할 계획이다. 일본 금융청은 유가증권보고서에 기후변화가 기업 활동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도 기후변화 대응 전담 기구를 설립했다. 연준은 특정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금융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대형 은행들을 대상으로 각종 정보를 요청했다. 홍수와 가뭄, 산불 등이 금융 자산에 미칠 영향이나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면 어려움을 겪는 광업·석유정제업·화학업에 대한 대출 등을 평가하는 등 스트레스 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7월 15일(현지시각) 독일 슐트 지역을 강타한 홍수로 강이 범람해 집과 농경지가 휩쓸렸다. 사진 AP연합
7월 15일(현지시각) 독일 슐트 지역을 강타한 홍수로 강이 범람해 집과 농경지가 휩쓸렸다. 사진 AP연합
존 코크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존 코크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증권거래위원회(SEC) 및 재무부가 유럽에 이어 기후 정책과 미국 금융규제 정책의 통합을 준비하고 있다. ‘기후 리스크’가 금융 시스템에 위험을 안겨준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터무니없는 말이다. 금융 규제는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될 기후 정책을 위해 이용되고 있다. ‘금융 시스템에 대한 기후 위험’은 갑작스럽고 예상치 못할 정도로 기후가 변화해 자본과 장·단기 부채 등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그러나 허리케인, 폭염, 가뭄, 화재 같은 기후 리스크는 금융위기를 야기할 정도는 아니다. 향후 10년 내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빈도가 높아지거나, 심각해지리라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검증되지 않았다. 최근 뉴스 헤드라인에 등장하는 이상기후도 우리의 현대적이고, 다각화되고, 산업화된 서비스를 지향하는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많은 기업과 사람들은 ② 러스트벨트에서 벗어나, 폭염·허리케인이 발생하기 쉬운 텍사스와 플로리다로 이동하고 있다.

정부 기관이 금융 시스템에 대해 걱정한다면, 기후뿐 아니라 전쟁, 감염병, 사이버 공격, 정치적 붕괴, 소행성 충돌 등에 대해서도 짚어야 한다. 소행성 충돌을 제외한 전쟁, 감염병, 사이버 공격, 정치적 붕괴 등이 금융 시스템을 위험에 빠트릴 가능성은 기후 위험보다 높다. 홍수나 화재로 발생할 비용이 걱정된다면, 홍수와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지역의 건축·재건축 보조금도 중단해야 한다.

차라리 기후 관련 규제로 인해 벌어지는 위험이 그럴듯하다. 무능한 규제 기관은 경제 시스템 문제가 생길 정도로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설득력 없어 보인다. 문제가 규제 위험이라면, 규제 기관은 좀 더 광범위한 규제 위험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반독점 규제, 빅테크 해체를 위한 움직임,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무역 정책 등으로 벌어지는 시스템적 리스크에 대한 고려는 없다.

확실히 말하자면, 지금까지 과학적, 경제학적으로 볼 때 기후가 금융 시스템 붕괴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은 없었다. 물론 향후 10년 내 기후 문제로 시스템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금융 시스템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기 자본을 크게 늘려 위험을 피하는 것이다. 기후 투자 위험을 측정하거나, 기술을 규제하는 방식으로는 미지의 ‘전환점(티핑 포인트)’으로부터 시스템을 보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정유,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 산업과 온실가스 대량 배출 산업인 철강, 시멘트, 플라스틱 산업의 에너지 전환 위험은 어떤가. 석유 및 석탄 기업은 저탄소 에너지로 전환될 경우 가치를 잃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모두가 알고 있다. 화석연료 기반 산업은 항상 위태로웠고 관련 기업과 주주들은 이미 기후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화석연료 기업이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단기 채무를 지는 식으로 자금을 조달한 게 아니기 때문에 주주, 채권자들의 손실이 금융 시스템을 위태롭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지금까지의 역사를 보면 쇠퇴하는 산업에서 금융 문제가 비롯된 적이 없다. 2000년의 주식시장 폭락 원인은 타자기, 영화, 통신 장비 같은 산업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시대를 약간 앞서가는 기술 회사가 발단이었다. 마찬가지로 ③ 1929년의 주식시장 대폭락은 마차 때문이 아니라, 라디오, 영화, 자동차, 전자 산업 때문이었다.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금융 리스크를 걱정한다면 테슬라처럼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닌 새로운 기업이 더 위험하다. 정부 보조금, 중앙은행 지원으로 촉발된 ‘녹색 거품’이 큰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신기술을 선보이는 기업의 고공행진은 정치 스탠스 변화와 더 발전된 기술에 취약하다. 전기차 업체가 정부로부터 받는 일종의 환경 포인트인 ‘규제 크레디트’가 고갈되거나, 수소 연료전지가 배터리를 대체하면 테슬라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규제 당국은 투자자들이 계속 늘어나기를 부추기고만 있다.

기후 관련 금융 규제는 법 제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행하고 있지만, 적어도 비용 대비 편익 분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 정책에는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 자동차나 기차, 풍력, 태양광 발전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포함됐지만, 원자력, 탄소 포집, 수소, 천연가스 또는 기타 유망한 기술 지원은 없다. 금융 규제 기관은 또 투자 대상과 자금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믿을 때까지 ‘금융 시스템에 대한 기후 위험’을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금융 안정성이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일관성 있고 지능적이며 과학적으로 유효한 정책이 필요하다. 기후 금융 규제는 기후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중앙은행을 정치적으로 움직이게 하며 그들의 독립성을 파괴할 것이다. 또 터무니없고 허구적인 기후 위험을 평가하도록 강요할 것이다. 다음 위기는 다른 곳에서 올 것이다. 기후에 집착하는 규제 당국은 지난 10년 동안 감염병(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처럼 새로운 위기도 전혀 예측하지 못할 것이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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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7월 11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국제기후콘퍼런스에 참석해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 차원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겠다”고 밝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성된 FSOC에는 재무부, 연방준비제도, 증권거래위원회 등 주요 금융감독기구가 참여한다.

미국 북동부 5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장지대를 일컫는다.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 미시간, 위스콘신주 등이 꼽힌다. 미국 제조업 경기가 전성기였던 1870년대부터 호황기를 누렸지만, 개발도상국으로 공장이 옮겨가면서 일자리가 줄었다. 러스트벨트는 미국 대선 때마다 주목받는 지역이다. 러스트벨트는 서민 노동자들이 많이 살고 있어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었으나,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자 강한 지지를 보냈다.

1920년대는 ‘광란의 20년대’라고 불릴 정도로 미국 경제가 빠르게 발전한 시기였다. 미국은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전후 복구 사업을 지원하며 호황을 누렸다. 미국 제조업 생산량은 10년간 64% 늘었고, 미국인 5명당 1대꼴로 자동차를 가지게 됐다. 주가의 10% 정도의 자금만 있어도 주식을 살 수 있는 신용거래제도가 도입돼 투기가 만연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연일 상승했고, 1921년 8월 24일 63.90이었던 지수는 1929년 9월 3일 381.17까지 치솟았다. 1929년 10월 24일 시세 차익을 노린 ‘매도’ 주문이 쏟아지며 상황이 반전됐다. 다우존스지수가 하루 동안 20% 이상 하락하며 299.47까지 떨어지자, ‘검은 목요일’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검은 목요일은 대공황으로 이어져 수천 개의 은행이 파산하고, 투자자들의 자살이 속출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1932년 7월까지 고점 대비 89% 하락했으며, 1954년이 돼서야 1929년 최고점을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