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일대 아파트단지. 사진 연합뉴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일대 아파트단지. 사진 연합뉴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박사,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외래 교수

‘투자는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투자의 출발점(매수 적기)도, 종착점(매도 적기)도 타이밍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 모든 투자의 핵심은 기회를 얻기 위한 시간과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며, 우리는 이것을 ‘타이밍’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 상품에 투자할 때 매수나 매도 타이밍은 투자 성패를 가를 만큼 매우 중요하다. 물론 부동산에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부동산은 실물이면서 세금과도 깊이 연관돼 있어 비교적 장기간의 보유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여타 투자 대상물보다 더욱 그렇다. 사실상 부동산 투자의 성공과 실패가 타이밍에 좌우되는 셈이다. 사례를 통해 좀 더 살펴보자.


사례 1│시장 위기 때를 우량 부동산 매수 타이밍으로 여긴 A씨

지인들 사이에서 부동산 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강남 부자 A씨(남·58세). 그가 이런 유명세를 타게 된 데는 시장 위기 때마다 우량 부동산을 적극 매수해 자산을 크게 불려왔기 때문이다. 평소 그는 남들이 투자하기를 꺼리는 시점이야말로 우량 부동산을 시세보다 10~20% 이상 싸게 매입할 수 있는 최고의 적기(타이밍)라고 말해 왔다. 특히 사업체의 부도 처리, 상속세 미납 등 건물주의 급박한 자금 사정상 소리 소문 없이 급매물로 나온 강남 요지 빌딩은 그가 선호하는 최고의 먹잇감이다.

실제로 A씨의 이런 투자 행태는 2008년 하반기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했을 때도 빛을 발했다. 그는 이 시기를 우량 부동산을 값싸게 매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008년 10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 대로변에 소재한 5층짜리 오피스빌딩(일반상업지역, 토지 512㎡, 건물 2952㎡)을 그 당시 시세인 300억원에서 20% 할인된 240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이 빌딩은 모 기업이 사옥으로 사용하던 중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암암리에 나온 급매물이었다. 2021년 현재, 이 빌딩의 시세는 테헤란로 대로변에 있는 오피스빌딩 가격을 감안할 시 최소 750억원에 달한다.


사례 2│정부 정책 발표 직전⋅직후를 거래 타이밍으로 잡은 B씨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큰 편이다. 다만 지금까지 부동산 정책이 이른바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가는 모양새를 보여 왔고 이마저도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했던 점은 아쉽다. 사실상 정부 정책이 경기 상황과 정치적 판단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한 것이다. 돌이켜보건대 지금껏 정부가 굵직굵직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시점을 전후해 시장은 적지 않게 요동쳐 왔다.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자산가 B씨(남·70세). 그는 새로운 정부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급력을 세밀히 분석해 거래 타이밍을 잡는 방법으로 성공적인 투자를 이어 가고 있었다. 일례로 지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조치에 발맞춰 법원경매로 사들인 상가빌딩에서부터 지방분권화를 내세운 노무현 정부 시절 혁신도시·기업도시의 개발에 대응한 토지 매입, 박근혜 정부 시절 재건축 연한 단축(40년→30년)에 기대한 노후 아파트 매입, 그리고 지금은 사실상 폐지됐지만 문재인 정부 초반 전월세 임대 시장의 안정화를 명분으로 장려된 다주택자 대상 주택임대사업자등록(취득세 감면, 양도소득세 및 종합부동산세 중과 제외 등)은 정부 정책을 거래 타이밍과 연계시킨 사례다.


사례 3│지하철 착공 직전 매입하고 개통 직후 매각해 큰 차익을 남긴 C씨

도로나 철도(전철 및 지하철) 같은 교통기반시설이 들어설 곳에 투자하기를 즐기는 C씨(여·63세).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그녀는 특이하게도 남들이 쉽게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는 아파트나 상가보다는 도로나 철도(전철 및 지하철)가 개설될 토지에 투자해 거액 자산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다만 도로부지의 경우 서남부 수도권(경기도 이천, 여주, 평택, 화성 일대)을 대상으로 공장이나 물류센터가 입지하기 좋은 IC 인근 지역으로 한정 지어 투자했고, 철도부지의 경우라도 서울 또는 서울 근접 지역의 역세권을 대상으로 삼았다.

일반적으로 도로나 철도의 개설로 인한 토지 가치의 상승, 즉 투자 이익은 3단계를 거치게 된다. 1단계는 개발 계획 발표 시점, 2단계는 공사 착공 시점, 3단계는 완공 시점이다. 물론 여기서 핵심은 매수 및 매도 타이밍을 잡는 것이다. 쉽지 않은 얘기겠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완벽한 매수 타이밍을 찾아야 했고 또 매도 타이밍도 찾아내야 했다.

문제는 확실한 정보를 사전에 구하기 어렵고, 또 공사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어 현실감이 크게 떨어진다는 데 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욕심을 줄이는 대신 현실성 있게 단순화했다. 매수 타이밍은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착공 직전으로 정했고, 매도 타이밍은 개발 효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공사 완공(개통) 후 6개월 내로 정했다. 실제로 그녀는 지하철 9호선 신설로 상권이 크게 확장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역삼동 일대를 중심으로 대지가 넓은 단독주택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이를 적정 시점에 매각해 큰 차익을 남겼다. 타이밍에 투자해 성공한 것이다.


사례 4│엇박자 재건축 투자로 낭패 본 D씨

엇박자가 난 타이밍 때문에 부동산 투자에 실패한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 중인 병원장 D씨(남·49세)가 그랬다. ‘재건축 투자는 타이밍 잡기’라는 말이 있다. 조합을 결성한 후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새로운 주택을 신축해야 하는 재건축의 특성상 최소 7~10년은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재건축은 기본적으로 사업 진행 속도가 빠를수록 투자 가치가 높다. 재건축 사업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추진되고 종료된다. 따라서 사업 기간이 짧을수록 좋다. 만일 사업 진행 속도가 예상보다 길어지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조합원인 투자자 본인의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갑작스러운 경기 불황 여파로 주택 시장이 침체돼 사업 진행이 보류됐거나 구역 지정 이후 조합원 간 마찰 또는 불화로 조합 인가나 사업 시행 인가를 받지 못해, 그리고 관리 처분 인가를 제때 받지 못해 낭패를 본 사업장이 적지 않다.

D씨 역시 재건축 투자 타이밍 잡기에 실패해 낭패 본 아픈 기억이 있다. 2005년 하반기, 당시 뜨겁게 달아오른 아파트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강남 아파트(전용 84㎡)를 당시 시세보다 다소 높은 7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하지만 아파트를 매입한 이후 연이어 터져 나온 악재가 문제였다. 가뜩이나 아파트값 버블 논란으로 시끌벅적한 가운데 이듬해 2006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법이 제정됐고 준공 후 최대 40년이 지나야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서울시 조례가 제정됐기 때문이었다. 설상가상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터지면서 매입한 아파트 시세는 그 뒤로 수년간 하락의 길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2013년 하반기 해당 아파트를 매입가의 60% 선에서 손절하고 말았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이듬해인 2014년,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통한 경기 회복을 기대한 정부가 재건축 허용 연한을 기존 40년에서 30년으로 크게 앞당기면서 가격이 반등했고 그로부터 몇 해 뒤 전고점마저 뚫어버렸다. 매수 타이밍과 매도 타이밍이 엇박자 나면서 재건축 투자로 큰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