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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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산적한 대내외 리스크로 인해 부동산과 주식 등 국내 주요 자산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역자산 효과(negative wealth effect)로 인한 급작스러운 경기 침체 가능성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역자산 효과란 자산 효과의 반대 개념으로 자산가치 하락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추가적인 경기 둔화를 유발하는 상황을 말한다. 만약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산시장과 실물경기의 악순환을 발생시킬 수도 있어 세심한 대응이 필요한데 현재 국내 여건이 매우 불안정해 우려되는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도 높은 통화긴축으로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과 외국인 투자자 이탈 등으로 약세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 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예고한 바와 같이 올해 말까지 1.25%포인트의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국내 주식시황의 추가적인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부동산시장 역시 좋지 않은 상황이다. 주택 매매 가격은 지난 6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고, 지난해 연말만 하더라도 5만 건를 웃돌던 주택 거래량이 최근에는 4만 건 내외 수준으로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더군다나 주택 가격이 고평가돼 있다는 인식 확산, 대출금리 상승세 지속, 추가적인 가격 상승 기대 약화 등으로 미분양 주택 물량마저 확대되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국내 가계가 가지고 있는 자산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주식과 부동산 등 실물자산 가격이 지금보다 더 빠르게 조정된다면 가계의 부채 대응 능력 저하는 물론이고 이미 침체 국면에 진입한 소비와 투자 등 실물경기 회복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가계 자산의 85% 이상이 실물자산으로 구성돼 있는데, 부동산 가격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고 주가가 하향 조정된다면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평균 부채 대비 총자산과 순자산 비율이 각각 18%, 23% 정도 악화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만큼 실물경제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즉, 역자산 효과로 이미 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는 소비와 투자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실제 국내 가계 소비는 대면 활동 확대에도 불구하고, 고물가에 따르는 가계 구매력 감소와 소비 심리 악화로 7월 소매 판매가 전달 대비 기준 5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설비 투자도 악화하고 있다. 선행지표인 기계수주액과 자본재수입액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장기 침체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수출 경기마저 뚜렷한 하강 국면에 진입해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역자산 효과까지 겹치면 실물과 자산(금융) 복합불황의 현실화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보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마땅한 정책 수단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긴축 강도를 높이는 것은 부동산 가격을 포함한 전반적인 물가와 가계부채는 물론 외환 및 금융시장 등의 안정을 꾀할 수는 있지만, 지나치면 급작스러운 자산시장 붕괴와 실물경기 침체 같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정책 당국의 구두 개입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시기도 아니고, 부동산 규제 완화나 불법 공매도 규제 강화 등과 같은 자본시장 안정화 대책들 역시 기대만큼 성과를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책 당국 입장에서도 매우 곤란한 형편에 처한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심정으로 마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기에 아무쪼록 현명한 대응이 이뤄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