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는 9월 21일(이하 현지시각) 3~3.25%로 오르며 리먼브라더스 사태 전이었던 2008년 1월 이후 14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간 데 따른 결과다. 이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조치다. 앞선 두 번의 자이언트 스텝에도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8.3%에 달했다. 연준은 연말까지 1.25%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9월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2% 이하, 목표까지 떨어질 수 있도록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으로 정책금리를 이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대한 비판은 ‘인플레이션을 잡는 효과가 없다’ ‘효과를 평가하기도 전 급격한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 등을 근거로 한다. 미국의 보수 성향 정부 감시 전문 매체인 센터스퀘어와 블룸버그통신,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미국 내부는 물론 중국 등 해외에서도 연준의 노선을 비판하는 곳이 적지 않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이미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연준의 긴축 완화 조짐은 없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경기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는 배경이다. 중국도 코로나19 봉쇄 정책의 장기화로 경기 둔화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긴축 정책에 찬성하는 필자는 연준의 긴축 강도가 약하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통화 정책은 변동성이 큰 식품,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을 토대로 결정되고 있어, 인플레이션을 절반만 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필자는 ‘연준의 근원 인플레이션에 대한 집착’이 잘못된 정책을 도출한다는 점에서 ‘민간 부문을 억제해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통치에 대한 집착’과 같다고 평가한다.
제롬 파월(왼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AP연합·AFP연합
제롬 파월(왼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AP연합·AFP연합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뉴욕대 경제학 박사,전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회장, 전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연구원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뉴욕대 경제학 박사,전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회장, 전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연구원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 연준이 취한 조치와 중국을 강한 국가로 성장시킨 시진핑 국가주석의 공로는 동등하게 칭찬받을 만하다. 하지만 둘 다 비슷한 이유로 인정받을 자격이 없다.

연준은 4개월 동안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세 번 연속 단행했다. 1982년 이후 가장 가파르게 금리를 올린 것이다. 많은 정치인과 전문가는 오버킬(overkill·수요를 지나치게 억제해 경기를 침체시키는 것) 위험을 경고하며 항의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반대다. 연준은 빠졌던 가장 깊은 수렁에서 나오려고 하지만, 시작이 늦었다.

필자가 강조하는 것은 ‘시작’이다. 미국의 명목금리는 9월 현재 3.1%인데 8월 CPI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인 8.3%보다 5%포인트 이상 낮다. 연준은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막겠다고 결의했지만, -5% 정도의 실질금리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제한적 통화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는 데 수긍했다. CPI를 기준으로 보면 ① 중립금리(완전고용 상태에서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 때 금리 수준)는 기본적으로 1960년부터 2021년까지의 평균 실질금리인 1.1%다. ‘제한’의 의미를 따지면 제한적 통화 정책에서의 금리는 이보다 더 큰 숫자여야 한다. 따라서 제한적 정책금리 수준을 실질금리 2%라고 가정하겠다. 실질금리가 -5%인 상황에서 연준은 제한적 정책금리는커녕 중립금리에도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9월 21일 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연준 정책에 따라 기준금리는 제한적 수준의 하단으로 막 이동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변동성이 큰 식품,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② 디플레이터(가격수정인자)로 측정된 인플레이션(이하 근원 인플레이션)을 토대로 한 주장이다. 이 기준에 따른 7월 근원 인플레이션 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4.6%를 기록했다.

기준금리가 제한적 금리 수준의 하단에 도달했다는 파월 의장의 주장은 두 가지 이유로 실망스럽다. 명목금리는 아직 파월 의장이 선호하는 이 인플레이션 지표보다도 훨씬 낮다. 연준이 근원 인플레이션에 집착하는 것은 더 심각한 위험이다. 1970년대 초반 필자가 이 ‘근원’을 만든 연준 직원 중 한 명이었을 때도,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변동성이 큰 식품, 에너지 가격을 제외하는 근원 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 초반에 파월 의장이 그랬던 것처럼 주요 물가 충격을 일시적인 것으로 치부한다. 필자는 아직도 50여 년 전 아서 번스 연준 의장이 너무 오랫동안 충격을 일시적인 것으로 치부했던 ‘원죄’를 잊지 못한다. 이후 배운 교훈이 하나 있다. ‘근원’에 따라 사는 연준은 ‘근원’으로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근원(핵심)’이란 인플레이션이 아닌 리더십 개인 차원에 관한 것이다. 자칭 중국 ‘핵심 지도자’인 시 국가주석은 중국 통치 퇴행의 근원이다. 40년 전 덩샤오핑(鄧小平) 정권에서 시작된 ‘개혁·개방’ 정책과 반대로 가는 공산당의 행보가 이제 어디에서나 행해지고 있다. 특히 ‘공공 번영’ 캠페인을 빙자한 소득과 부의 재분배, 오랜 기간 민간 부문 선두 주자였던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한 강압적인 조치 등이 대표적이다.

시 국가주석의 통치는 중국의 기업 활동, 새로운 스타트업의 혁신 등을 억제하고, 생산성을 제한할 수 있는 ③ ‘야성적 충동의 결핍’을 낳았다. 고령화한 중국은 우려했던 것보다 더 빨리 인구통계학적인 문제에 직면했고, 이로 인한 생산성 감소를 상쇄할 요소 또한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한계를 맞았다는 불안감이 생겨나는 이유다. ‘야성적 충동의 결핍’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우려를 키울뿐더러 오랫동안 소비를 억제해온 예방 차원의 저축을 영구화할 수 있다.

근원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고집과 중국 핵심 리더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집착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주요 정책 실수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통화 정책 입안자들은 근원 인플레이션에 대한 집착으로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는 데 필요한 ‘궁극적인 긴축 조치’를 지나치게 가볍게 보고 있다. 

필자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명목금리가 5~6% 수준으로 상승해야 한다고 본다. 이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 캠페인의 절반 정도의 조치를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은 현재 이례적으로 급격한 경기 둔화 상황에 있다. 2023년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 침체는 거의 불가피할 것이다. 

이념과 통치에 대한 집착으로 눈이 먼 중국의 핵심 리더가 그의 앞에 놓여 있는 경제 위기에 대비하지 못하는 한, 문제는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10월 16일 시 국가주석의 공산당 총서기 3연임을 확정하는 20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아이러니한 전망이다.

근원 인플레이션에 대한 집착이 중앙은행을 잘못 인도할 수 있는 것처럼 핵심 리더의 권력은 방향이 잘못된, 궁극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정책의 레시피다. 근원이라는 개념 자체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한 잘못된 답을 준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것과 국가 통치 모두에 말이다. 이는 미국에도, 중국에도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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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압력이 없는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말한다. 중립금리는 경제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정확한 수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론상으로만 존재한다. 통상적으로 경기 과열일 때는 중립금리 이상으로 금리를 올려 물가를 떨어뜨리면서 과열을 막고, 경기 침체일 때는 중립금리 이하로 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한다.

가격수정인자 변수에서 인플레이션의 효과를 제거하기 위해 고안된 통계적 요인이나 장치를 일컫는다. 일정 기간의 경제 현상을 분석할 때 그간의 가격 변동을 무시하면 분석에 왜곡이 생길 수 있으므로 가격 변동을 감안한 실질 분석을 위해 필요하다.

이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심리, 즉 비경제적이고 비합리적인 동기를 말한다. 경제사상가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1936년 발표한 저서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인간이 합리적이라면 대공황이나 경제 위기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으며, 인간의 잠재적인 창의성을 뜻하기도 한다.

스티븐 로치

정리 이주형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

정리 김보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