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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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최근 국내 경제는 대외적으로는 달러 초강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 등으로 인한 통화 및 외환 시장의 불안정성 확대는 물론 대내적으로도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3고(高) 현상이 지속되면서 금융과 실물에 걸쳐 복합 위기가 진행되고 있다. 몇 가지 상황에 비춰서는 1998년 외환위기 재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먼저, 가계 부채발 위기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달러와 원화 환율 불안까지 겹쳐 당분간 고금리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웃돌 정도로 급증한 가계 부채발 위기 가능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가계 부채발 위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한다.

대외 거래 수지 악화 역시 위기설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무역 수지는 10월에도 적자를 보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교역의 최종 결과이자 대외 신인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상 수지 역시 8월에는 적자로 전환됐는데 올 들어 벌써 두 번째다. 단기 현상이지만 이 역시 국내 외환 및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통화 긴축 지속은 당면한 최대 리스크다. 더 충격적인 것은 미국 경제가 너무 강해 달러 강세를 걱정하지 않지만, 타국의 경제 성장과 견실한 정책 부족이 걱정이라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는 미국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은 물론 향후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 확대와 함께 실물경기 침체도 각오해야 한다는 점 등을 시사한다. 이 밖에도 국내 경제 위기설의 요인이 다수 있을 것이고, 실제 위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지금 우리 경제가 제2 외환위기를 경험할 만큼 우려해야 될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 위기설은 대부분 국내 외환 및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 탓으로 보이는데, 이것만으로는 정확한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외화 유동성 부족 재현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올해 경상수지는 지난해의 절반 정도 수준에도 못 미치겠지만 400억달러(약 58조4800억원) 내외 수준의 흑자를 보일 전망이다. 최근 축소되고 있는 외환보유고 역시 세계 8위 규모를 유지하는 등 당장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Fitch), 무디스(Moody’s)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도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고려하면 현재로서는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금융 및 통화 정책 방향 역시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금융 및 자본 시장 감독 기능 강화와 취약 계층에 대한 안전망 확충 등 위기 발생 가능성의 사전 차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과거 외환위기 때처럼 급격한 단기 외화 유출, 환율 급등, 외화 유동성 부족, 국내 기업 및 금융 기관 부실, 대외신인도 하락 악순환 현상의 재현은 어려워 보인다.

우리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내년은 올해에 비해 경제 성장률 둔화가 예상된다. 다만, 경제 성장률 하락 폭이 크지 않아 잠재 성장률 내외 수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과 타국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라는 점 역시 과도한 위기의식에서 벗어날 필요성이 있음을 말해 준다. 

따라서 지금 정말 우리 경제가 위기인가를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오히려 지금은 현재의 위기적 상황을 직시하되 자기실현적 비관론 때문에 진짜 위기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