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소에 붙어 있는 전단. 사진 뉴스1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소에 붙어 있는 전단. 사진 뉴스1
이선호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차장 감정평가사, 전 DL이앤씨·이화자산운용 근무
이선호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차장 감정평가사, 전 DL이앤씨·이화자산운용 근무

10월 12일, 한국은행은 7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기준금리가 연 3%대로 올라선 것은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를 희생하더라도 물가를 잡겠다며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것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중 무역 갈등,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고착화, 환율 급등 및 급격한 금리 인상 등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경기는 후퇴기(recession)를 맞이했고, 부동산 역시 사이클상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부동산 투자자는 어떠한 자세로 부동산 시장 불황기에 맞서야 할까? 삼성인력개발원 부원장 출신인 신태균 교수는 리더가 갖춰야 할 ‘사물을 보는 네 가지 눈’을 ‘시력, 시야, 시각, 시선’으로 설명했는데, 이를 부동산 투자와 접목해 투자자가 지녀야 할 네 가지 눈을 살펴보고자 한다.


자세히, 폭넓게, 다르게, 올바로 보는 눈

시력(視力)은 ‘자세히 보는 눈’으로, 눈에 들어와서 자연스레 보이는 ‘see’가 아니라 미세한 부분을 관찰하거나 식별하는 ‘watch’의 의미다. 특히, 시간 흐름에 따라 가치 변동성을 보이는 시공간 제품인 부동산을 분석할 때 자세히 보는 눈은 중요하다. 지식 정도에 따라 관찰의 깊이가 달라지는 만큼 시력은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격언과 일맥상통한다. 경기 하강 국면의 부동산 시세 흐름 파악 및 가격 적정성, 금리 인상 및 대출 규제 완화 등 금융 정책의 방향, 규제 지역 해제 및 세제 완화를 비롯한 부동산 정책의 변화 등 부단히 변동하는 법제 및 시황 관련 지식과 데이터를 습득해야 한다. 양질의 도서와 경제 주간지, 신문 등을 탐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SNS)를 활용해도 좋다.

시야(視野)는 ‘폭넓게 보는 눈’으로, 시력이 미치는 범위인 ‘sight’의 의미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의 단편만을 보지 말고 그것들 사이의 인과관계, 상호영향력 등을 폭넓게 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현시점에서는 미국의 물가지수(CPI) 결과 발표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여러 나라의 금리와 환율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임을 이해하고, 복합 불황(내수 및 수출의 동반 침체)과 인플레이션 위기에 부동산 가격 하방 압력을 바라봐야 한다. 그동안의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 또는 거품 제거 현상으로 단순히 치부하지 말고, 거시적 안목에서 복잡계 세상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결국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세상의 흐름을 읽으며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과 연관 지어야 한다.

시각(視角)은 ‘다르게 보는 눈’으로, 어느 각도에서 보는지에 따라 견해가 달라지는 ‘view’의 의미다. ‘맞다’의 반의어인 ‘틀리다’가 아니라 해석의 차이에 따라 정답이 없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위기(危機)와 기회(機會)의 ‘기(機)’는 같은 한자를 쓴다. 부동산 투자 관점에서 보면 불황기를 위기로 볼 수도 있지만 기회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모멘텀 투자 입장에서는 불황기를 위기로 보고 추세 전환 후 가격 상승 시 올라타겠지만, 가치 투자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불황기를 내재 가치 대비 저평가 국면에서 매입할 기회로 보고 추가 하락 리스크를 감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여러 관점과 견해가 가능함을 이해하고, 정반합의 논리로 나만의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도 있다. 세계적 석학들의 책, 강의, 기고문 등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접해보는 것이 좋다.

시선(視線)은 ‘올바로 보는 눈’으로, 어디에 주의 또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direction’의 의미다. 삐딱하게 서서 일확천금이나 요행을 바라는 것이 아닌 올바른 부동산 투자관을 정립하는 것이다. 불황기에 불안 심리를 이용하는 과장된 광고와 편법, 위법, 탈법적인 수단에 현혹되지 말고, 철저한 진위 파악과 현장 조사를 통해 내 눈으로 똑바로 봐야 한다. 무리하게 높은 수익률만을 좇지 말고, 장기적으로 자신의 자산 부채 상황에 맞게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안정성과 수익성, 유동성을 고려한 실행 가능 계획을 점검해야 한다. 주변의 말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단기적인 가격 등락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이 장기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진일보해야 한다.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투자역시 성공하려면 안목이 필요하다. 사진 셔터스톡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투자역시 성공하려면 안목이 필요하다. 사진 셔터스톡

학습을 통한 부동산 통찰력 키우기

네 가지 눈인 시력, 시야, 시각, 시선으로 부동산을 끊임없이 본다면, 통찰력(insight)을 키울 수 있다. 그 과정은 ‘논어’의 첫 구절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즉 학습(學習)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학습은 배움(學)의 지식과 익힘(習)의 경험으로 이루어진다. 지식은 책을 통해, 경험은 실제 투자 실행으로 쌓인다. 여기서는 개인적으로 중요시하는 부동산 투자 관련 공부를 몇 가지 소개해본다.

첫째, 거시 경제(macro)다. 부동산 활동도 경제 활동의 하나이고, 거시 경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번 물가, 환율, 금리 변동 등 거시 경제의 기본적 흐름을 이해해야 부동산 시장의 변동도 이해할 수 있다. 더욱이 탈세계화 및 지정학적 이슈 등 외생적 변수가 많아짐에 따라 거시 경제의 이해가 꼭 필요하다. 국내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변수까지, 넓게 보고 다각도로 해석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둘째, 가치 산정(valuation)이다. 투자 이익은 양도 차익, 임대 수익으로 측정되고, 올바른 매매 시세, 임대료 수준을 파악하여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아무리 공인중개사나 전문가가 가격을 설명하더라도 본인의 머리로 급매, 고가, 부동산 하자 여부 등을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실거래가를 포함한 부동산 거래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이 갖춰져 있다. 스마트폰으로 관심 있는 지역과 부동산 유형에 대해 지속적인 시세 추이 등을 관찰해야 한다.

셋째, 세금(tax)이다. 부동산은 투자 규모도 크지만,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등 세금 종류도 다양하고 세율도 높은 편이다. 절세 여부 및 그 금액의 정도는 부동산 운용(취득, 관리, 처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사 결정 요소다. 더욱이 관련 세법이 부동산 정책과 더불어 자주 제·개정되므로 그 내용을 꼼꼼히 살펴 운용 전략의 변경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상속·증여를 고려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용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 외 도시계획(도시기본계획, 생활권계획 등) 및 부동산 기본 용어(법령, 건축, 금융 등)도 숙지하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