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한국은행의 통화 긴축이 이어지면서 금리 상승에 따르는 가계의 고통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국내 가계부채 중 변동금리 비중이 약 76%에 달해 지금처럼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 원인이지만,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진짜 심각한 문제다.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중 전세를 제외한 나머지 약 46%가 변동금리로 이뤄져 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바로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세와 주가 불안정성 지속 등 자산 가격 조정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채 부실화로 가계가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심지어 최근까지도 세간을 들썩이게 하는 가계부채발(發) 금융위기가 현실화한다면 실물 경제도 그 영향을 피해 갈 수 없고, 일자리와 소득 등의 측면에서 가계의 위기 복원력 역시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아주 조금 낮아지고, 향후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둔화하면서 그동안 문제시됐던 금융 불균형 문제는 다소 완화되는 등 금리 상승의 긍정적인 영향을 무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는 이런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지금 같은 통화 긴축 속도가 유지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금융 시장의 혼란이나 실물 경제 침체 같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즉, 통화 정책 방향이 당분간 이대로라면 득보다 실이 많은 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시장의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시장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비록 단기이지만 과연 어느 정도까지 금리를 올릴 것인지, 금리 인상은 언제 멈출 것인지에 대한 전망 혹은 기대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국내 금융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실물 경제의 침체를 피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언제 그 수준에 도달할지에 대한 시장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는 자연스럽게 적정 금리에 관한 논란으로 이어진다.

적정 금리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다양한 이론적 논의가 있어 왔지만, 통상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금리로 이해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소규모 개방 경제라는 특성상 환율 안정도 고려해 적정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국내 통화 및 금융 시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국내 통화 정책도 그만큼 자유롭지 못하다.

가장 최근 발표된 연구를 종합해보면 연말까지 국내 적정 금리 수준은 3%대 후반에서 4% 정도 수준이 적절해 보인다. 이 정도면 이론적으로는 연준의 통화 정책 변화를 고려해도 국내 물가와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은 물론 외환 및 금융 시장의 안정성까지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론처럼 실제도 그럴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보다 1%포인트 내외 정도로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시장금리는 이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돼 국내 경제 주체 전반이 지금보다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하고, 그 영향이 금융은 물론 실물 경제에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 뻔한데 이론대로만 정책 의사를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금융이든 경제든 늘 변화하고 새로운 균형점을 향해 가지만 때로는 쏠림현상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정책 의사 결정은 말 그대로 현실을 직시해 쏠림현상을 예방하고, 새로운 균형점에 도달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리 수준에 관한 의사 결정도 이론과 경험을 나침반 삼아 현상의 변화와 추세가 적절히 반영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