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제20차 당대회가 끝났다. 언론에 집중 조명된 큰 행사였지만 우리가 예상한 대로 공허한 행사로 끝났다. 거창한 야망과 이념적 허풍이 가득한 독재 체제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20기 1중전회에서 공개된 지도부(이번 당대회 투표를 통해 임명된 새로운 205명의 중앙위원)의 구성을 보면, 10년 전 시 주석이 당 총서기에 처음 임명된 이후 진행한 권력 공고화 방향과 완전히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두의 예상대로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당 총서기로 3연임을 하게 됐으며, 자신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측근들로 구성했다. 향후 두 입법 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수장 자리를 놓고 경쟁이 벌어지겠지만, 결과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마오쩌둥 사망 이후 탕평(蕩平·각 당파에서 고르게 인재를 등용) 정책을 지향한 덩샤오핑의 중국에서 권력 균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 두 자리는 시 주석의 중국에서는 소외돼 예전만큼의 중요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 주석의 앞으로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국가 안보가 경제 성장보다 우선한다’라는 그의 통치 이념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본다. 물론 시 주석이 이번 당대회 연설에서 ‘중국식 현대화’를 당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하긴 했지만, 이 발언은 경제 성장과는 무관하다. 현대화 역시 국가 안보를 위해서 추구하는 것일 뿐, 이미 중국 공산당은 국가 안보가 경제보다 우선한다는 그의 사상에 빠져있다. 특히 이번 당대회는 중국 특색의 경제 성장을 강조했다. 이는 우리가 익히 아는 ‘경제 성장’과는 매우 다른 개념이며 시 주석의 ‘중국식 사회화’와 뿌리를 같이하는 이념이다. 불행히도 이러한 통치 이념은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사람들이 호평했던 중국 경제의 역동성에도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다. 이번 당대회에서 시 주석은 중국이 직면한 상황을 ‘비교할 수 없는 복잡성’ ‘중대함’ ‘어려움’이라고 강조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이는 간접적으로, 시 주석이 국가 안보를 위해 경제 성장 포기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 있다는 그의 각오를 잘 보여준다.
중국이 국가 안보를 경제 성장보다 중시하는 기조는 미국과 패권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미·중 갈등은 대만해협 및 남중국해에서 미국과의 마찰 등을 통해 심화하고 있다. 또 최근 미국이 ② ‘칩 4(Chip 4, 미국·한국·대만·일본) 동맹’을 추진,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을 향한 미국의 봉쇄 전략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질 것이다. 과거 시 주석은 향후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에 대한 강한 대응을 암시하기도 했다. 2021년 7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사에서 시 주석은 “우리는 어떤 외국 세력도 우리를 괴롭히거나 억압하거나 예속시키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한 시도를 하려는 자는 14억 명 이상의 중국인이 만든 거대한 강철 벽과 정면으로 격돌하는 자신들을 발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화하고 규모가 커지고 있는 중국 군대는 시 주석의 대만 통일 같은 대외 정책 의지에 무게를 실으며, 시진핑 집권기의 중국이 내포한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
시 주석의 주요 정책인 ③ ‘공동부유(共同富裕)’ 기조도 지속될 전망이다. 공동부유 정책은 2021년 중국 공산당의 민간사업 규제 근간이 됐다. 당시 시행된 중국 플랫폼 및 게임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 사교육 시장에 대한 규제는 공동부유 정책과 연관이 있다. 중국 공산당은 한때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던 이 시장을 통제하면서 ‘악습’을 숙청하기 위해 이러한 규제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중국 공산당은 후속 조치를 통해 규제나 단속의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려는 시도를 보이긴 했다. 그러나 규제의 직접적 대상이었던 회사들은 자본 시장에서 몰락하게 됐으며, 공산당은 중국의 혁신 동력을 함께 죽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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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제로 코로나는 감염자 ‘제로(0)’를 목표로 내건 방역 정책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면 취하는 인근 지역 봉쇄와 이동 제한, 전수 검사 등의 강력한 조치를 일컫는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기간 중 미국 등 서구권 국가에서는 하루 수만 명의 확진자가 나왔지만, 지역 봉쇄에 기반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효과를 낸 중국에선 두 자릿수 이내의 확진자만 나왔다. 그러나 중국의 자랑이었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해외 대기업들도 중국의 봉쇄 정책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시가 총액이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의 애플이 최근 아이폰 14 신제품 출하량을 줄이기로 한 것도 제로 코로나 정책 탓에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폭스콘의 중국 정저우 공장이 봉쇄됐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변이 등 갈수록 감염력이 강해지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탓에 제로 코로나 정책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다른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②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미국, 한국, 대만, 일본 4개국의 반도체 동맹을 말한다. 칩 4 동맹은 첨단기술인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 기술에 강점이 있고, 일본은 장비 분야에 강점이 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이 세계 1위이고, 대만에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있다. 칩 4 동맹 4개국이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의 70%, 파운드리 시장의 8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직 한국은 이 동맹에 참여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국내 기업들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량이 적지 않은 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두고 있어 한국이 칩 4 동맹에 참여해 중국과 관계가 나빠질 경우, 국내 반도체 산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돼서다.
③ ‘공동부유’는 ‘같이 잘살자’라는 뜻으로, 2021년 8월 시 주석이 공산당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중국 내 불평등 해결을 위해 국정 기조로 밝히면서 등장한 개념이다. 공동부유는 사기업과 부유층의 부를 공산당이 조절하고 인민과 나누자는 것으로, 소수에게 부가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막겠다는 경제 이념이다.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으로 대표됐던 ‘성장’에서 ‘분배’로 국정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신호다. 중국은 공동부유를 내세워 알리바바·텐센트 같은 빅테크에 대한 반독점 규제를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