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부영 브랜다임앤 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현 아시아 브랜드 프라이즈(ABP) 심사위원,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팀장
황부영 브랜다임앤 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현 아시아 브랜드 프라이즈(ABP) 심사위원,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팀장

흔히 세계 3대 타이어 기업 브랜드로 미쉐린, 굿이어, 브리지스톤을 꼽는다. 이 3대 브랜드는 네이밍 측면에서 보면 공통점이 있다. 모두 에포님(eponym) 브랜드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의 이름이 보통명사처럼 물건, 장소 혹은 이론 등의 이름으로 쓰이는 것을 에포님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 이름을 따서 쓰는 브랜드를 두고 에포님 브랜드라고 부른다.

굿이어는 미국의 화학자이자 발명가인 찰스 굿이어(Charles Goodyear)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하지만 찰스 굿이어는 타이어와 직접적인 관련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굿이어 타이어 또한 이 화학자가 죽고 40년 후에나 나왔다. 굿이어를 기리는 브랜드 네임이라고 말하지만 죽은 사람 이름을 이용한 것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전기차 테슬라가 ‘니콜라 테슬라’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브리지스톤은 일본 브랜드다. 창업자인 이시바시 쇼지로(石橋正二郎)의 이름을 따서 만든 브랜드다. 이시바시는 한자로 ‘石橋’, 돌다리란 뜻이다. 영어로 하면 ‘Stone Bridge’가 된다. 이걸 순서를 바꿔 ‘Bridgestone’이라고 했다. 1931년에 만든 브랜드인데 그 시절의 것이라 보기에는 무척 감각적인 작품이다. 브리지스톤은 후발 주자였으나 자신들의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즉각적으로 교환해주는 ‘품질보증제’를 통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미쉐린(Michelin)은 창업자인 에두아르 미쉐린과 앙드레 미쉐린 형제의 이름을 따서 만든 브랜드 네임이다. 불어로는 미슐랭이 맞고 영어식으로 읽으면 미쉐린이다. 그러니까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다. 세계 최초로 분리가 가능한 공기 타이어를 만들어 낸 이 회사는 현재도 전 세계 판매량 1위로 공인받고 있다. 미쉐린은 타이어만큼이나 유명한 두 가지를 가지고 있다. 탄생 120주년이었던 2018년, 미국 광고 콘퍼런스에서 ‘세기의 아이콘’ 상을 받은 마스코트 비벤덤(Bibendum)이 그 하나다. 비벤덤은 브랜드 캐릭터의 유명도나 역사성으로 볼 때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다른 하나는 바로 미쉐린 가이드다. 

미쉐린 가이드. 사진 미쉐린 가이드
미쉐린 가이드. 사진 미쉐린 가이드

인증 브랜드가 된 미쉐린 가이드

음식점이나 여행지를 소개하는 미쉐린 가이드는 미쉐린 타이어만큼이나 유명하다. 프랑스어로는 ‘기드 미슐랭(Guide Michelin)’이라고 하며, 음식점 안내서는 ‘레드 가이드’, 여행지 안내서는 ‘그린 가이드’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보통 미쉐린 가이드라고 하면 레스토랑 안내서인 레드 가이드를 부르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1900년 창간한 책이다. 애초에는 자동차 운전자를 위한 안내서였다. 주유소는 어디 있고 타이어 상점은 위치가 어디다 등을 알려주는 책자였다. 자동차의 대중화에 따라 자동차 여행도 많아지면서 음식이 맛있는 호텔에 별을 붙여 안내하기 시작한 것이 레드 가이드의 시초다. 책은 호평받으면서 1922년부터 유료로 판매하기 시작했고, 1933년 식당에 별을 1개에서 3개까지 붙이는 현재의 방식이 완성됐다.

미쉐린 가이드의 별은 위력적이다.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 세 개를 받는다는 것은 그 레스토랑이 세계적 수준임을 보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별 세 개는 ‘요리가 예외적으로 훌륭하기에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에 부여한다. 여행객을 위한 가이드다운 선정 기준이다. 미쉐린의 별 하나만 달아도 그 식당의 매출은 평생 보장받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미쉐린의 보증 효과는 강력하다. 미쉐린 가이드는 안내 책자를 넘어 ‘미식가를 위한 인증 브랜드’가 됐다.

인증 마크와 인증 브랜드는 결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인증 마크는 KS마크처럼 정부나 공공기관이 기업에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인증 브랜드는 특정 기업이나 전문가 집단이 전문성과 객관성으로 명성을 쌓아서 추천과 보증할 수 있는 주체가 된 것을 말한다. ‘여기 얘기는 믿을 수 있어’ ‘이곳에서 추천하는 제품이면 사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이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인증 브랜드다. 예를 들면 화장품 리뷰 애플리케이션으로 시작한 ‘화해’도 이제는 인증 브랜드가 됐다. 화해라는 브랜드 네임은 ‘화장품을 해석하다’를 줄인 것이다. 화장품 리뷰, 성분표 제공 등 여러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국내 최대의 화장품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특히 성분표 제공은 화장품을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 되면서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었고 그 결과 품질을 보증해 주는 인증 브랜드가 됐다. 매년 상·하반기에 화해 뷰티 어워드를 개최하고 있는데 이런 것은 인증 브랜드기에 가능하다. 화해가 여러 화장품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1 대동여주도 로고. 사진 대동여주도 2 풍정사계의 사계절 술들. 사진 풍정사계
1 대동여주도 로고. 사진 대동여주도 2 풍정사계의 사계절 술들. 사진 풍정사계

전통주 인증 브랜드, 대동여주도

‘외국 귀빈을 위한 만찬 자리에 쓸 술이다’ ‘전통주지만 누룩 향이 너무 나지는 않아야 한다’ ‘마시기 부담 없어야 한다’ ‘화이트 와인 느낌이 난다면 좋겠다’ 등. 전통주 가운데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는 전통주를 꼭 집어 추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전통주 플랫폼 브랜드 ‘대동여주도’의 이지민 대표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 때의 일이라고 한다. 그때 이 대표가 추천한 만찬주는 ‘풍정사계 춘’이었다. ‘풍정사계 춘’은 농업회사법인 ‘화양’이 제조한 약주로, 2016년에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약주·청주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풍정리라는 지명에서 따온 것이지만 ‘풍정사계(楓井四季)’라는 이름은 ‘단풍나무가 있는 우물가의 사계절’이라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풍정사계는 춘(약주), 하(과하주), 추(탁주), 동(증류주) 네 가지가 있다. ‘단풍나무 옆 우물’이란 공간과 ‘사계절’이란 시간을 하나의 브랜드 네임으로 표현한, 그야말로 시공간을 하나에 담은 걸작 네이밍이 된다. 

만찬주는 ‘풍정사계 춘’이었다. ‘봄’을 머금은 술이다. 겨우내 얼었던 땅을 따스한 봄기운이 녹이듯 당시 북한과 협상, 미·북 회담 등 얼어붙어 있던 난제를 언 땅을 풀어주는 봄기운처럼 잘 풀라는 바람까지 담아 추천했다고 한다. 워낙 좋은 술이기도 하지만 전통주에 이야기를 담아 콘텐츠 브랜딩을 했기에 풍정사계도 대동여주도도 모두 화제가 됐었다. 

인증 브랜드로서 대동여주도의 위상은 올 9월에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잘 나타났다. 포럼에서는 한영석 발효연구소의 ‘청명주’, 국내 최초 비건 와인인 ‘또다른 시선’, 막걸리 ‘써머 딜라이트’ 등이 만찬주로 쓰였다. 전통주 소믈리에와 함께 전통주 인증 브랜드 대동여주도가 엄선한 것이었다. 

주목할 것은 또 있다. 건배주로 쓰인 ‘또다른 시선’은 대동여주도가 갈기산 포도농원과 함께 손잡고 만든 술이란 것이다. 또 샤인머스캣을 부재료로 써서 만든 막걸리 ‘써머 딜라이트’도 서울의 같이양조장이 생산하고 대동여주도가 브랜딩한 술이다. 막걸리 이름이 ‘써머 딜라이트’라니. 이는 몇 년 사이 대동여주도가 전통주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전통주 콘텐츠·유통 플랫폼으로 한 단계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2014년, 잘 알려지지 않은 양조장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닌다는 점에서 대동여지도가 연상되는 대동여주도란 이름을 짓고, 발로 뛰면서 명인들을 만나며 신뢰를 쌓아 온 지난한 노력의 결과였다.

전통주에 있어 제조법이나 세계관 등은 고수해야 하는 핵심 가치다. 전통주의 핵심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이야기가 입혀지고 트렌드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대동여주도의 건투를 빌고 싶다. 한국의 역사와 개성을 각인시킬 대표 콘텐츠로 전통주가 하루라도 더 빨리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