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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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IGM세계경영 연구원 교수 전 라이나생명 디지털·IT 담당 임원, 전 PwC컨설팅  디렉터
이용수 IGM세계경영 연구원 교수 전 라이나생명 디지털·IT 담당 임원, 전 PwC컨설팅 디렉터

CJ그룹은 2021년 말 임원을 직급 구분 없이 경영 리더로 단일화했다.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움직이려는 파격적인 조치였다. 이미 많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회사는 임직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스스로 업무를 정의하고 수행하고 있다. 회사나 조직들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디지털 전환, 경기 급변 등 압박 속에서 더 빨리 신제품을 내고 더 빨리 기술을 적용하고 더 자주 조직을 바꾸고 있다.

조직 내에서는 수많은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대규모 프로젝트도, 제품과 서비스를 반복적으로 개선하는 작업도,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도 모두 프로젝트다. 정규적인 업무를 담당하더라도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이끌거나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원하는 미래 시점과 현재 상태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기획하고 실현하는 모든 일을 프로젝트라고 한다면, 직무·직책을 불문하고 누구나 프로젝트 관리자다.

프로젝트를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2020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조사에서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의 70%가 실패했고 2017년 프로젝트관리협회(PMI) 조사에서도 전략적 프로젝트의 28%가 완전히 실패했다고 한다. 실패의 원인은 너무나 다양해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프로젝트는 일정 기간 내에 완수할 과업이라고 통상적으로 정의한다. 이렇게 보면 일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서 정해진 범위를, 정해진 일정 내에, 정해진 예산에서 끝내는 데 에너지가 집중된다. 그러나 답은 다른 곳에 있다. 프로젝트는 특정한 목적이 있고 사람들이 만들어 간다. 물론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프로젝트는 실패한다. 사람들이 서로 협업해야만 목적에 다가갈까 말까 한다. 비즈니스가 미션(목적), 프로세스(일), 조직역량(사람)의 삼박자로 가능하듯, 비즈니스를 역동적으로 바꿔가는 프로젝트도 ‘목적·일·사람’의 삼박자로 시야를 넓혀 관리해야 한다.


목적과 직결된 단축키를 만들라

기업은 고객이 있어야 생존한다. 고객의 니즈(요구)를 파악해야 한다. 그 니즈를 충족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해서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아 고객들이 더 많이 찾게 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러한 흐름의 각 단계는 나뉘어 있다. 각각의 단계는 끊어지기도 하고, 누수가 생기기도 하고, 왜곡되기도 하고, 시차도 발생한다. 각 단계의 이해당사자가 다르고 책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고객의 니즈는 수시로 변하지만, 프로젝트는 정해진 일정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해야 한다.

이러한 단계를 획기적으로 파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일즈포스(미국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는 2006년부터 ‘아이디어 익스체인지’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내부 직원과 서비스 이용 고객 누구나 제품·서비스에 대해 개선 사항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이다. 현재 8만6000건이 넘는 아이디어가 게시돼 있다. 참여자들은 가상 코인을 받고 선호하는 아이디어에 코인을 지급한다. 가장 많은 코인을 받은 아이디어가 먼저 개선된다. 고객의 니즈가 프로젝트와 제품으로 연결되고 고객에게 다시 평가받는 단축키가 작동하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탠디시그룹이 전 세계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프로젝트가 복잡하지 않고, 기간이 짧고 애자일(Agile·민첩한) 방식일수록 성공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고객 니즈에 대한 핵심 가설을 증명할 간단한 기능을 빨리 만들어 고객에게 보여주고 평가받을 때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장기간의 대형 프로젝트도 최초에 세운 목적, 가정에 변화가 있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내부 직원을 위한 프로젝트도 실제 사용자와 함께 계속 점검해야 한다. 프로젝트 범위 완수가 아니라 프로젝트 목적 달성으로 관점을 바꾸면, 범위 변경과 재작업도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 물론 비용을 더 들이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해진 범위를 과감히 제거하고 새로운 범위에 비용을 전용하고 인력을 재배치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프로젝트 최종 책임자부터 이러한 인식을 가져야 하고, 외부 업체와 계약했다면 계약 방식에서부터 변화가 필요하다.


오답 노트를 활용하되 유연하게 일하라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원인이 매우 많듯이 이를 해결할 방법도 많이 알려져 있다. ‘발생할 일은 발생한다’고 전제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다. 오답 노트를 만들어 대비해야 한다. 경험이 부족하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벅찰 만큼 수집할 수 있다. 프로젝트가 마지막에 실패했다는 가정을 하고 ‘왜 그렇게 됐을까’를 프로젝트 참여자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역으로 점검해 보면서 잠재적인 리스크를 끄집어낼 수 있다. 

프로젝트는 성공을 목표로 하지만 통계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크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프로젝트를 계획할 때부터 오답 노트를 철저히 만들고, 몰래 보는 것이 아니라 이해 관계자 모두에게 공표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계획과 대비해서 실제 현장이 어디까지 진행돼있는가’ ‘잠재 리스크는 지금 어떤 상태에서 관리되고 있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에 끊임없이 답해야 한다.

그러면 충분할까. 프로젝트 관리를 예술이라고 부르는 데는 워낙 변수가 많고 통제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답 노트를 챙기고 프로젝트 방법론을 충실히 따라도 부족하다. 답은 애자일 원칙에 있다. 매일 스크럼 회의(업무 진행 상황 등을 공유하는 짧은 회의)를 제대로 해야 한다. 어떤 프로젝트든 동일하다. 어제 한 일, 오늘 할 일을 공유하고, 이미 일어난 문제, 일어날 징후가 보이는 문제를 올려놓는다.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다. 프로젝트 관리자도 보고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한 일, 할 일을 공유하고 해결 방법을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말해야 한다. 실제 현장에 밀착해 서로의 지성을 모으고 빠르게 태세를 바꾸기 위해서는 주간 보고 방식으로는 되지 않는다.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팀 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눈은 여러 곳에 있다. 프로젝트 목적에 직결된 단축키가 있어도 이해 관계자 모두가 수긍하고 움직여야 변화가 실제로 일어난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일 자체 이전에 사람을 쫓아다니고 어떤 순간에도 정직하게 알려야 한다. 이해 관계자가 뒤늦게 곤란해지게 하면 안 된다. 일을 아무리 똑 부러지게 해도 사람들의 지지, 수용, 변화 없이는 프로젝트가 난항에 빠지고 목적 달성은 멀어지게 된다. 프로젝트 관리자, 프로덕트(제품) 관리자, 프러덕트 오너라는 명칭에 따라 조금씩 역할 차이가 있더라도 모두 비즈니스를 미래 시점으로 이끌어간다는 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모든 임직원은 사실상 이러한 역할을 직간접적으로 수행한다. 비즈니스의 기본으로서, 목적·일·사람의 균형된 시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 때 과실에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