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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룡 KDI 초빙연구위원 전 한반도평화연구원 원장
윤덕룡 KDI 초빙연구위원 전 한반도평화연구원 원장

환율이 오랜만에 달러당 1200원대로 내려왔다. 1월 3일 1185원으로 시작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0월 25일 1444원까지 올랐다. 연초 대비 22% 오른 수준이다.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었지만 12월 들어 환율이 종가 기준 달러당 1200원대까지 하락했다. 올 들어 다른 통화들도 높은 환율의 변동성을 보였으나 한국 원화는 가장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우리나라 환율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의 통화 정책이다. 미국의 통화 정책 결과는 보통 달러인덱스로 표현된다. 달러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와 비교해 미국 달러의 평균 가치를 지수로 나타낸 것으로, 지수가 상승하면 통화 가치가 상승, 하락하면 통화 가치가 하락한 것을 뜻한다. 2015년 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우리나라 환율 자료를 근거로 계산해보면 환율과 달러인덱스 간 상관관계가 0.82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환율이 미국 통화 정책에 따라 변화한다는 의미다.

두 번째 주요 요인은 경상수지다. 경상수지는 무역수지와 소득수지를 합한 값이다. 무역수지는 상품과 서비스를 해외에 수출하고 수입한 값을 종합한 결과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90% 이상 무역수지가 결정한다. 무역수지 흑자가 증가하면 환율이 하락하고 무역수지가 적자면 환율이 상승한다. 무역수지는 우리 경제가 국제 무역으로 돈을 벌어 올 수 있는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수치다. 2009년 이후 13년간 계속해서 무역수지 흑자를 시현한 우리나라는 올 들어선 11월까지 누적 적자 260억달러(약 33조7200억원)를 넘어서고 있다. 환율 상승을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이다. 

소득수지는 최근 들어 흑자를 보이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높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 사상 첫 대외 순자산 흑자 국가로 전환했다. 그 후 지속적인 무역 흑자로 벌어들인 자산을 해외에 투자하면서 대외 순자산과 투자 소득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9월까지 누적된 소득수지 흑자가 120억달러(약 15조5600억원)를 웃돌고 있다. 소득수지는 경상수지 흑자를 높이고 환율을 하락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연기금과 국부펀드의 해외 투자가 증가할 뿐 아니라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의 해외 투자도 증가하고 있어 소득수지는 앞으로도 증가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추세적으로 적자를 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 적자 전환을 예상하는 이유는 인구구조 때문이다. 경상수지는 국민 계정 항등식상 저축과 투자의 차이로 정의되기 때문에 저축이 증가하면 경상수지 흑자도 증가한다. 

모딜리아니(Modigliani)가 제시한 소득의 생애주기이론에 따르면 유년과 노년에는 음의 저축, 장년기에는 양의 저축을 시현한다. 어린 시절은 생산 능력이 없어 교육과 성장을 위해 돈을 쓰는 세대이며 노년층은 정년 이후 이전의 저축을 소비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장년층 인구 비중이 증가하면 사회 전체의 저축률을 높여 경상수지 흑자가 증가하고 자본의 해외 투자도 늘어난다. 반면, 중장년층 인구 비중이 줄면 경상수지 흑자가 감소하고 해외 투자 여력도 낮아진다. 한국은 저출산으로 급속한 고령화와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진행되고 있다. 베이비부머가 팽창시킨 저축 여력은 이들이 퇴직하면서 감소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는 2025년에 정점을 찍고 2030년까지 320만 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구구조 변화로 경상수지는 2030년부터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 경상수지 적자는 환율을 상승시킬 뿐만 아니라 국가의 부(富)를 감소시켜 소득과 일자리 감소를 유발한다. 이를 막으려면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투자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실물 면에서는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정년 연령 상향 조정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일본은 해외 투자에서 거둬들인 소득수지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오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정년 연령 상향 조정으로 고령화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 늦기 전에 인구구조 변화가 환율과 거시경제에 미칠 문제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