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펀드 수탁고가 올 들어 벌써 8조원이나 늘어났다. 특히 적립식 투자처럼 소액으로 적금 넣듯 친숙하게 펀드를 생각하기 시작한 만큼 진정으로 펀드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 수시로 부실 채권이 불거지면서 투자자를 불안하게 하던 산업이 이젠 가장 각광받는 산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 원인은 크게 봐서 저금리와 노령화 때문이다. 3%대로 떨어진 저금리로 인해 국민들은 더 이상 저축으로 자녀 교육 및 은퇴 자금을 마련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특히 서민들의 재산 증식 수단인 정기적금은 투자 원금 대비 수익률이 연 1.5% 정도로 하락했기 때문에 견디지 못한 나머지 적립식 투자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저금리는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중인 노령화 역시 펀드 증가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노령화는 부동산 가격 하락, 의료비 증가, 경제 성장 둔화 등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결국 노령화는 국민들의 삶의 질을 하락시키므로 큰 재앙이라고 볼 수 있다. 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적립식 펀드로 10년 이상 투자하여 은퇴 후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비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펀드산업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 몇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첫째, 펀드 투자를 좀더 확산하기 위해선 재무설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개인의 재무 상태를 진단하고 교육 자금이나 은퇴 설계를 수립한 후에야 비로소 펀드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금융기관 직원들에 대한 교육이나 투자자 교육과 같은 보완 조치가 조속히 활성화되어야 한다. 

 둘째, 펀드 투자를 좀더 장기 투자로 전환시키기 위한 정부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펀드 투자를 연금제도로 연결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펀드산업은 연금 자산에 의해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속도의 노령화로 인해 연금 개혁이 시급하지만 정부는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자발적으로 노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펀드 투자와 적립식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세제 혜택을 주거나 연금으로 연결하는 장치는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펀드 투자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펀드 운용자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의 주식시장은 전세계 주식시장의 2%밖에 안되는 소형 시장이므로, 국민들의 자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국제적인 시장 동향과 리서치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산 운용 회사 중 외국계가 아닌 한국계 회사들은 지나치게 국내 시장에만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자산 운용 성과를 높이기 위해선 국제적인 리서치 조직을 확충하는 한편, 펀드매니저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펀드매니저들의 근속 기간이 짧고 교육이 부실한 것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넷째, 투자자 보호 장치를 좀더 강화해야 한다. 분명히 법으로는 투자자 보호 조항이 어느 정도 마련되었으나 실천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펀드의 성과 평가가 엄밀하지 못한 데다 공시가 미흡하며, 펀드 판매자들은 아직도 펀드를 불완전하게 판매하고 있다.

 펀드산업의 성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외국인의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을 정도로 취약한 주식 수요 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최근 늘어나고 있는 펀드들이 과거에 보지 못한 장기 투자 경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펀드는 분명히 저금리와 노령화 시대에 국민들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투자 대상이다. 펀드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나 관련 업계에서 좀더 노력해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