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리스 오블리제’ 높은 사회적 신분에 뒤따르는 사회적 의무를 뜻한다. 로마시대 지도층이 보여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했다. 인류역사상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로마제국의 저력은 바로 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정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가능했다.

 로마 초기 수많은 전투에서 가장 먼저 앞장서 전쟁터로 나선 이들은 바로 귀족들이었다. 카르타고와 벌인 제2차 포에니전쟁 중 최고 지도자인 집정관(콘술)의 전사자 수는 전체 집정관의 3분의 1인 13명에 달했다. 위기 상황을 맞아 앞장섰던 고위층의 솔선수범과 희생을 바탕으로 도시국가에 불과했던 로마는 승리를 거듭하고 결국 세계제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방 백리 안에 굶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말로 유명한 경주 최 부잣집 이야기는 지도층이 ‘나눔’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것으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된다.

 최근 우리 경제가 어렵다. 서민들은 지난 IMF 외환 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경제 전문가를 중심으로 우리 경제가 극심한 내수 부진에 성장 동력마저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의 지적이 안팎으로 높다. 저성장, 고실업 사태와 함께 경제의 양극화와 빈부 격차는 심화되는데 구체적인 대책과 노력은 아직 미흡하다. 정작 경제를 이끌어갈 정치는 성장이 먼저냐 분배가 먼저냐며 이분법적 논리에 머물러 있으며, 기업은 반기업 정서와 과도한 정부 규제, 그리고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를 머뭇거린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의 위기 상황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현재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과 고용 증대를 유도하는 현실적 정책 대안들이 마련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 기업에서는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춘 뼈를 깎는 내부 경영 노력과 동시에 기존 ‘돈 잘 버는 기업’에서 ‘존경받는 기업’으로 한층 성숙된 경영 이념의 변화와 나눔 경영의 인식 및 실천이 중요하다.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생존 조건이다”는 조 후지오 일본 도요타 부회장의 지적과 “이해당사자와 공생하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도태될 것이다”는 미타라이 후지오 일본 캐논 사장의 경고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최근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사회 참여 경영’, ‘나눔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행과 지속 성장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며, 이는 기업의 브랜드 로열티를 더욱 높이고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도덕적이거나 철학적인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 본연의 자세를 인식하고, 그 사회적 지위에 적합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이 바로 기업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다. 이는 현재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미래의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유망 사업에 투자를 지속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고용 확대의 기회를 마련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정치 역시 이 같은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수행에 발맞춰 우리 기업들이 치열한 국제 경쟁 시장에서 맘껏 뛸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의식과 노력이 절대 필요하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 정치든 기업이든 먼저 솔선수범해 그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해 나간다면 우리 경제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층 더 성숙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