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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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국내 경제 여건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당장 풀어야 할 난제들 역시 쌓이고 있어 우려가 크다. 그중에서도 고물가와 불황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를 동반한 물가 상승) 회피는 물론 우리 경제와 사회의 지속 성장 가능성에 대한 위협을 극복하기 위한 개혁은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로 최근 크게 이슈화하고 있다.

먼저 임박한 스태그플레이션의 회피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자.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유지한 가운데 2022년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0.3% 성장에 그쳐 고물가와 경기 둔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역성장만큼은 겨우 모면하고 있어 기술적으로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침체 또는 불황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문제는 향후에도 우리 경제가 불황을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당장 2023년에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중후반대로 통화 정책 당국의 물가 안정 목표를 큰 폭으로 웃도는 가운데 경제 성장률은 1%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한다.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의 긍정적인 변화가 대내외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런 전망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커 보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비록 일시적이겠지만 역성장과 더불어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이제는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을 향해 서서히 다가가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말로,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만약 이 상태가 이어진다면 우리 경제의 잠재 성장력도 예상보다 빨리 1%대로 하락해 지속 성장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투자, 소비 같은 수요 측은 물론 생산성과 노동력 등 공급 측과 각종 법 제도나 관행 등의 개선처럼 모든 부문에서의 개혁 필요성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노동, 교육, 연금 등 같은 3대 개혁 과제는 당장 실천하기 어려워 목전에 닥친 스태그플레이션 같은 경제 위기에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는 없을 것이고, 제대로 추진된다 하더라도 상당 기간이 지나야 무너져가는 성장 기반을 회복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미뤄왔던 우리 경제의 주요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어렵사리 내디뎠다는 점, 중장기적으로 소요됐을 엄청난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효율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우리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여 성장 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정책 당국의 추진 의지 발표만으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될 것들이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회피라는 단기 과제나 개혁이라는 중장기 과제 모두 우리 경제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 꼭 성취해야 하는 것들로, 무엇보다 국민 개개인의 역량 결집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이를 위해서는 범국민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의 발현 역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

최근 정책 당국이 위기 상황에 처한 국내 경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대응을 지속해 나가고,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리적이고 실천 가능한 개혁안이 추진될 수 있도록 준비한다고 하니 조금이나마 안도감이 든다. 하지만 범국민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위기 극복에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과도한 성과 지향성, 편협하고 왜곡된 정보, 비전문성 등에 기반해 정책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게 되면 국민 역량 결집을 통한 위기 극복은커녕 제대로 된 리더십 한번 발휘해보지 못한 채 또 다른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