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기후 위기 대응에 나섰다. 지난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선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한 탄소 배출량 감축과 탄소 포획·활용 등의 기술 개발이 논의됐다. 특히 기후 변화로 손실을 본 취약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기금 조성이 타결된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기금 성격, 재원 마련 방안, 구체적 운영 방식 등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 투자, 기업 지속 가능성 전문가인 필자들은 이런 문제는 기부금과 다자개발은행 자본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후 변화 프로젝트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고 민간 투자가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2023년을 보다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미국 등 주요 정부가 기업의 기후 변화 데이터 공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수입품에 ‘탄소국경세(탄소세)’를 부과하는 제도를 2023년 10월 시범 운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필자들은 금융기관, 투자자들이 기후 변화를 투자 의사 결정 기준으로 삼는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목했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지난 11월 6일부터 2주간 이집트에서 열렸다. 사진 AP연합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지난 11월 6일부터 2주간 이집트에서 열렸다. 사진 AP연합

11월 20일(현지시각)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끝날 무렵 분위기는 다소 냉랭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각국은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석탄과 다른 화석연료에 의존해야 했고, 세계는 ①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 경제로의 전환이 더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후 변화 속 안전한 미래를 위한 공공 정책과 규제 그리고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부분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글로벌 기후 변화 대응 프로젝트를 지지하고 진행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연간 수조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최악의 영향에 대처해야 하는 저소득 국가를 돕기 위한 기금을 만들기 위해 COP27에서 타결된 획기적인 합의는 세계 지도자들이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기부금과 다자개발은행 자본으로만 기후 변화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데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민간 부문도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글로벌 자본 시장의 방대한 잠재력을 깨울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희망을 가질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선 정부가 기업의 기후 변화 데이터 공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② 2022년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기후 변화 위험 요인 등을 기업 공시에 포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몇 달 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도 기업에 비슷한 조치를 제안했다. 앞서 2021년 유럽연합(EU)은 기업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목표와 정책을 공시하도록 하는 지속 가능성 보고 지침을 발표했다. 세계 3대 경제 블록의 투자자들이 보다 정확한 기업의 기후 변화 데이터를 확인하고, 그 기업이 지속 가능한지 평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후 변화 데이터와 함께 투자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탄소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U는 최근 수입품에 탄소세를 물리는 ③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도입하기로 정했다.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방법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수입에 대해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유럽에 상품과 서비스를 수출하는 나라들은 ④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일이 상업적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왼쪽)벤 멩 프랭클린템플턴수석 부사장 전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최고투자책임자, 전 중국 국가 외환관리국 최고투자책임자앤 심슨 프랭클린템플턴 지속가능성 글로벌 책임자 전 기후 행동 100+ 운영위원, 전 세계은행 글로벌 기업지배구조 포럼 책임자
(왼쪽)벤 멩 프랭클린템플턴수석 부사장 전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최고투자책임자, 전 중국 국가 외환관리국 최고투자책임자앤 심슨 프랭클린템플턴 지속가능성 글로벌 책임자 전 기후 행동 100+ 운영위원, 전 세계은행 글로벌 기업지배구조 포럼 책임자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글로벌 탄소 배출권 시장 성장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탄소 배출권은 지구온난화 유발 및 이를 가중시키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배출권을 할당받은 기업은 의무적으로 할당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은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기후 변화를 고려한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도 희망적인 부분이다.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세계 최대 투자자 그룹인 ‘기후 행동 100+(Climate Action 100+)’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투자자 그룹은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 거버넌스 개선, 탄소 배출량 감축 및 기후 관련 재무 공개 등을 이끌고 있고, 그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블랙록 등 기후 행동 100+에 속한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들이 관리하는 자산만 68조달러(약 8경9000조원)에 달한다. 그리고 프랭클린템플턴을 포함해 40조달러(약 5경2000조원)가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600명 이상의 투자자는 지난 11월 열린 COP27에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가능케 하는 글로벌 투자자 성명에 서명했다. 

이런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국적이나 정치적 소속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들은 기후 변화 문제 해결과 재정 수익을 목표로 한다. 기후 변화 해결책의 성장 잠재력을 이용하는 것은 모든 이해 관계자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한다. 

투자자들이 유용한 정보와 적절한 인센티브를 갖게 되면, 자본 시장은 그들이 가장 잘하는 일인 규모에 맞게 자본을 할당하도록 내버려 둘 수 있다. 하지만 우선 정책 입안자들은 시대착오적인 용어에 기반한 의제보다 기후 변화 해결책의 실질적이고 상업적인 기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후 변화 대응과 관련, 지속 가능한 재정과 빠른 혁신의 조합은 탄소 중립 경제로의 전환을 더 빠르게 달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태양광, 풍력, 수력 발전 같은 재생에너지 기술은 물론 청정 수소 기술에도 투자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방해하고 있지만, 그것은 에너지와 식량 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가스관을 잠그는 것은 태양과 바람 에너지의 가동을 막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하지만 지속 가능하고 회복 탄력성을 갖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기업이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반 시설과 지속 가능한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이러한 기후 대책 중 몇몇은 아직 경제적이지 않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정부와 자본 시장의 지지가 따른다면, 청정 기술은 확장 가능하고 경제성을 갖출 것이다. 

자본 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가장 필요한 곳에 자원을 분배하고, 탄소 중립 경제 달성과 기후 변화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양만큼 다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실질적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 평균 기온이 이전 수준보다 2도 이상 상승할 경우 폭염·한파 등으로 인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아래 제안된 개념이다. 이를 달성하려면 화석에너지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기업을 대상으로 탄소 배출량 정보 등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 상장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기후 변화 리스크 요인, 이 요인이 사업에 미쳤거나 미칠 영향 등을 공개해야 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상장기업은 제품 생산 등 기업의 직접적인 활동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Scope 1)과 제품 생산용 열·전기 에너지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간접 탄소 배출량(Scope 2)을 공시해야 한다. 소비자와 협력 업체 등 기업의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 배출량(Scope 3) 공시 의무도 제한적으로 부과했다.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공시를 의무화할 전망이다. 

유럽연합(EU)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을 수입할 때, 탄소 배출 초과분에 대해 EU 내 수입 업자에게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 2023년 10월부터 시험 운용에 들어갈 전망이다. 시험 운용 기간에는 기업들에 수입 제품의 탄소 배출량에 대한 보고 의무만 부과된다. 실제로 세금이 부과되는 시기는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EU 집행위원회는 3년의 유예 기간을 거친 뒤 2026년부터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개인 또는 단체가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총량. 여기에는 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연료, 전기용품 등이 모두 포함된다. 대기로 방출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물질이 지구의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는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