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합수 건국대 부동산 대학원 겸임교수 현 ㈜박합수부동산연구소 대표, 전 KB국민은행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 대학원 겸임교수 현 ㈜박합수부동산연구소 대표, 전 KB국민은행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최근 재건축, 재개발 정비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부는 재건축에 대한 규제완화를 한다지만 여전히 기준이 높다. 그렇다고 지원(?) 대상인 재개발 사업이 활성화된 것도 아니다. 지난 10년간 서울시에서 절반가량의 정비구역을 해제한 결과, 추진구역 자체가 많지 않다. 대도시 주택 공급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한 정비 사업의 현황을 분석해보고, 공급의 필요성과 개선 방안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서울에서는 주택 공급의 대략 80%가량은 재건축·재개발에서 이뤄진다. 아파트로 개발할 신규 부지가 많지 않아 기존 노후 주택을 헐고 다시 짓는 것이 대안일 수밖에 없다. 인천을 비롯한 부산 등 대부분의 광역시도 마찬가지다. 도시의 외곽 팽창에 한계가 있고, 공장이나 공공 용지 등도 거의 소진된 상태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비 사업은 주택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지만, 여러 규제로 사업 추진이 더디기만 하다.


재건축, 구조 안전성 평가 비율 낮춰야

정비사업은 정비기반시설(도로·공원·주차장·상하수도·공동구 등)이 양호한 지역의 노후 주택 개선 사업인 재건축과 열악한 지역 사업인 재개발로 나뉜다. 재개발은 열악한 기반 시설을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공공적(?) 성격을 인정받아 규제 강도가 훨씬 덜하다. 가령 개발이익환수(재건축부담금)가 없고,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시점도 늦다. 하지만 사업 과정에서 순 부담률(기부채납) 비율이 유사하고, 정비기반시설의 개선 정도도 미미해 구별의 실익은 거의 없다. 신축 아파트로 바뀐 후 가격 상승 여력도 차이가 없다. 결과적으로 재건축을 강하게 규제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을 세부적으로 알아보자.

첫째, 재건축 안전진단이다. 재개발은 노후도 평가 등으로 이뤄진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첫걸음이다. 이를 통과해야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조합 설립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문제는 평가 기준이다. 2018년 3월 5일 이전 구조 안전성 비율은 20%였다. 하지만 그 후 50%로 강화되면서 사실상 통과가 어려워졌다. 2015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통과 단지는 139건(전국)인데, 2018년 3월부터 2022년 11월까지는 21건에 불과하다. 정부는 12월 구조안전성, 주거환경, 설비노후도 비율을 각각 30%로 발표했다. 구조 안전성 비율은 종전 20%로 복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안전진단이 통과되더라도 사업 종료 후 입주까지는 약 10년이 걸린다. 물론 인허가 기간을 단축한다고 하지만 지켜봐야 한다. 또한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으로 인허가 기간을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다지만, 선정돼야 하고 사업 초기 단지만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안전진단을 강화해 운영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 후 과정이 너무 긴 데다가 궁극적인 목적은 공급 확대이므로 첫걸음도 못 떼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제도다. 조합원 자격을 차기 매수자에게 승계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적용된다. 매매는 할 수 있지만, 매수자는 조합원 자격이 없어 입주권을 받을 수 없게 돼 현금 청산 대상이 된다. 매입 의미가 없다. 물론 조합 설립 후 3년 내 사업시행인가 신청이 없으면, 3년 이상 소유자는 예외로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사업시행인가 후 3년 내 착공하지 않는 경우와 착공 후 3년 내 완공되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 밖에 상속, 경매, 해외 이주 등의 예외가 있다. 2018년 1월에 장기 보유자에 대한 예외도 마련했다.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는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매물이 극소수다.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올라간다. 재개발의 지위 양도 금지 시점은 한참 늦은 관리처분인가 계획 이후다. 굳이 차별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사진 뉴스1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사진 뉴스1

재건축 개발 이익 환수 장치 손봐야

셋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다. 개발 사업에서 발생하는 개발 이익을 환수하는 장치다. 유사 법률로 ‘개발 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 있다. 여기서는 사업별로 20%, 25%를 개발부담금으로 징수한다. 재건축부담금은 지난 9월 정부에서 개선안을 발표했다. 국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부과 시점을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일에서 조합 설립 시점으로 늦추고, 초과이익 1억원 이하는 면제하며, 부과 구간을 7000만원으로 잡았다. 부과율은 최소 10%(1억~1억7000만원)에서 최대 50%(3억8000만원 초과)까지다. 1주택 장기 보유자에게는 6년 이상(10%)~10년 이상(50%)까지 감면 적용한다. 제도의 가장 불합리한 점은 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부과율이다. 1주택자는 감면한다고는 하지만 투기자가 아닌 데다 다주택자와 비교 시 필요 경비 공제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1주택자의 감면 비율을 양도소득세 수준인 최대 80%까지로 조정해야 한다.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이다. 적용 지역도 전국이다. 물론 감면 기준이 초과이익 1억원으로 높아지면, 지방에서 해당 단지가 많지 않을 거라는 게 정부 분석이다. 이 법은 노무현정부 당시 재건축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급조된 측면이 강하다. 시행을 유예하다 2017년 말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 단지까지 감면하고, 2018년 이후 다시 실시하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분양하고 있는 대부분 단지는 감면받은 곳들이다. 둔촌주공, 잠실미성·크로바, 잠실진주,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신반포4지구(메이플자이) 등이 해당한다. 궁극적으로 사업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재개발과 형평성을 고려할 때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심 지역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선 안정적인 주택 물량 공급이 우선시돼야 한다. 사진 셔터스톡
도심 지역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선 안정적인 주택 물량 공급이 우선시돼야 한다. 사진 셔터스톡

분양가상한제 폐지돼야

넷째, 분양가상한제다. 재건축과 재개발 모두 해당하며 지정 구역에 한정한다. 분양가상한제는 현 정부 들어 일부 불합리한 부분에 대한 개선책을 발표했다. 명도소송비, 이사비 등을 반영하고 건축비에 대한 발표 주기도 당겼다. 무엇보다 거주의무기간(2·3년)을 양도, 상속, 증여 등의 시점까지 채우면 된다. 분양가상한제의 본래 목적은 주변 시세보다 낮게 분양을 유도하여 주변 시세를 낮춘다는 명분이지만, 현실에서는 분양가가 시세로 상향 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사실상 가격 안정 효과가 없다. 반면 사업 주체는 추가 부담을 안게 돼 사업 자체를 미루거나 하지 않게 된다. 특히 거주 의무는 입주 시점에 전세 물량이 사라지는 문제점도 있다. 분양가상한제 또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지자체의 분양가 심의 등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해 폐지해야 한다. 도심 지역에서 정비 사업을 하는 이유는 주거 환경 개선 측면도 있지만, 양질의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여 주거 안정을 기하기 위함이다. 사업 시 가장 우선해야 할 조건은 빠른 사업 추진이다.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2020년 기준 95%에 불과하다. 그것도 2019년에 비해 1%포인트 낮아졌다. 공급 물량 확대가 절실한 부분이다.

서울의 주택 약 300만 채 중 30년 이상 노후 주택 비율은 약 20%가량이다. 다섯 채 중 한 채는 낡아서 대책이 필요한 상태다. 그런 만큼 체계적인 개발 계획 수립과 아울러 신속한 주택 공급이 절대적이다. 특히 서울의 주택 유형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기준 58.3%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 62.3%보다도 낮다. 그 결과 새 아파트가 완공되면 너도나도 관심을 보여 가격이 오른다. 또한 3기 신도시가 입주한다 하더라도 서울의 문제는 서울에서 해결해야 한다. 일부는 신도시로 이주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서울에 머물고자 한다.

주택 시장은 부침(浮沈)을 거듭한다. 가격은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그렇다고 주택 공급 주기도 들쭉날쭉하면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공급 물량은 일정하고 꾸준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매매 시장뿐만 아니라 전세 시장 안정까지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정비 사업 물량을 제때 공급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