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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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현 반도체공학회 부회장,  전 삼성전자 상무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현 반도체공학회 부회장, 전 삼성전자 상무

우리는 비극적인 이태원 참사를 겪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핼러윈 파티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으로 수많은 인파가 급격히 모이면서 발생한 일이다. 그런데 기술적인 면에서 생각해 보면, 많은 인파가 모이는 행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활용될 수 있다. 이동통신 3사의 기지국 기반 위치 신호 데이터로부터 유동 인구를 알아낼 수 있고, 폐쇄형 회로(CC)TV를 활용하면 특정 지역의 인구 밀집도를 파악할 수 있다. 그 지역에 설치돼 있는 CCTV로부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모이는지 파악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하면 어느 정도 이상의 밀집도가 되면 위험을 알리는 방송이 자동으로 나오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하철역에서 현재 상황을 방송으로 알리고, 열차가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 하게 할 수도 있다. 개인 스마트폰에 문자로 상황을 보낼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더 이상 많은 사람이 행사 장소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동시에 경찰·소방 인력을 배치하면 된다. 이 모든 것이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구축된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가동될 수 있다는 말이다. 재난안전을 위한 기술로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이 사용되는데, 두 가지가 통합된 지능형사물인터넷(AIoT)이 더욱 효과적이다. 기존의 IoT는 연결된 디바이스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 처리한 이후 다시 해당 디바이스나 연관된 데이터로 보내는 방식이었다면, AIoT는 개별 디바이스나 데이터 저장장치에서도 AI가 개입해 데이터를 처리한다는 차이가 있다. 재난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문제가 터진 다음에 수습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발생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재난 피해를 막기 위해 가장 핵심이다. 


AIoT 기술로 산업재해 예방

산업재해와 관련해서 ‘하인리히 법칙’이란 게 있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법칙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한 번의 큰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 동일한 원인으로 29번의 작은 재해가 일어났고, 잠재적으로 경미한 사건이 300번은 있었을 것이란 사실을 밝혀낸 게 하인리히 법칙이다. 다른 말로는 ‘1 대 29 대 300의 법칙’이라고도 부른다. 대형 재난이 발생하기 전 일어나는 29번, 300번의 작은 사건들을 AIoT 기술을 활용해서 사전에 알아낼 수는 없을까.

큰 재난의 전조현상인 작은 사고의 연속성을 사전에 분석함으로써 큰 재난을 예방할 수 있는데, 이는 센서를 통해서 확보된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하면 파악이 가능한 일이다. AIoT 기술을 활용하면 화재, 붕괴, 폭발, 가스, 환경오염사고, 산사태 등 재난재해 역시 예방할 수 있다. 

재난 유형 중 AIoT 기술이 적용된 중요 분야 중 하나가 화재 예방시스템이다. 화재를 감지하기 위한 각종 화재 감지 장치를 설치하고 AIoT 기술을 기반으로 화재를 감지해 관제실이나 소방서에 화재 정보를 알리는 방법이다. 이것은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고 활용 단계에 와 있다. 화재 사고 발생 시 대형 인명 피해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소방시설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소방시설 점검이 필수적이다. 건물에 소방시설을 갖추고 있더라도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나 소방공무원 인원만으로는 관리에 한계가 있어 상시적인 실시간 소방시설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다. 소방시설의 잦은 오작동으로 아예 소방시설(자동화재탐지설비)을 꺼두는 건물이 많고, 이에 실제 화재 시에도 소방시설이 전혀 작동하지 않아 인명 피해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주요 관리 대상(대형 건물, 취약 건물) 위주로만 관리 감독하게 되고 점검 후 다시 소방시설을 정지시키는 사례가 많다. 

한 주택은 특정 소방대상물에 포함되지 않아 화재 시 인명 피해 발생률이 높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2017년부터 소방시설에 IoT 도입으로 소방공무원이 현장점검을 하지 않더라도 상시적으로 소방시설 유지·관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범사업으로 진행했다. 필자도 이 시기에 전문가들과 함께 기술적인 측면에서 활용성을 검토한 경험이 있다. 이제는 실제 적용단계에 와 있다. 또한 IoT 화재예방시스템을 포함한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 제12조)도 마련됐고 시행을 앞두고 있다. 또한 소방 관리시스템 표준 개발을 추진하여 제조사가 상이하더라도 호환성을 고려해서 소방설비의 운용·관리에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사업화까지 준비가 된 셈이다. 불꽃이나 연기, 온도 등의 화재의 원인을 감지하는 센서는 몇 초 이내에 화재를 감지한다. AI가 이를 감지한 즉시 자동으로 119에 신고하고 점포주 등에게 화재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며 상점명과 정확한 점포 정보를 119 신고 서버로 전달하게 된다. 

석유화학 공장에서는 저장탱크 개방검사나 반응기 내부 정비 등 밀폐 공간 작업이 매우 많다. 이런 밀폐 공간은 가연성 또는 유해가스가 남아 있고, 환기가 부족할 경우 언제라도 화재, 폭발, 질식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측정된 가스 농도가 설정값을 넘게 되면 경보음과 함께 위기 내용이 감독자, 작업자 등에게 실시간 전파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센서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상된 가스 누출 경로, 폭발 시 파급력 등의 정보를 토대로 주요 위치에 설치된다. 밀폐 공간 내부의 가스 누출 전 징후(시설물 부식 등) 또는 가스 누출 징후(가스 농도 초과 등)를 센서로부터 측정값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무선통신과 작업장 유무선 통합네트워크를 통해 관제센터로 전달하면, 관제센터에서는 위험을 판단하고 근로자들이 차고 있는 스마트 워치 등을 통해 대피 명령을 내리게 된다. 작업 현장에 위험을 알리도록 하는 방법이다. 

도심지 지반침하, 즉 싱크홀 예방에 활용된다. CCTV 영상을 분석해서 하수관로 결함을 자동으로 식별해 낸다. 소규모 건축공사장 사고도 예방한다. 공사 현장의 CCTV 영상을 AI가 실시간 분석해 위험 상황을 감지한 후 안전관리자 및 작업자에게 즉시 알려 줄 수 있다.

터널, 도로변, 지하 등의 붕괴를 예방 및 모니터링하기 위해 센서를 부착해 정보를 수집하고 통신 기술을 적용, 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붕괴 징후를 예측할 수 있다. 침수 또는 홍수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 및 건물에 IoT 기술을 접목해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예방 조치를 할 수 있다.


산학연 참여한 재난 방지 대책 마련 필요 

이태원 참사는 성수대교 붕괴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세월호 참사에 이어 또다시 발생한 대규모 사회 재난이다. 정부가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겠지만 기업, 정부출연연구소, 협회, 대학 등 산학연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AIoT 활용 재난재해 방지 위원회’와 같은 민관 합동기구를 설립해, 정책 수립과 기술개발, 표준화, 법제화, 기업의 제품 사업화까지가 종합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그동안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적용이 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시범서비스에서 확대 적용을 체계적으로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수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황 발생 전 징조를 해석하고 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와 관련한 기술이 없는 것이 아니다. AIoT 기술은 대상의 사물들을 지능화함으로써,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사물이 인간을 위한 더 좋은 서비스가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한마디로 센싱 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서비스가 구축될 수 있다. 이것은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스스로 선제적 예측을 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사회 재난재해안전망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태원 참사가 국가·개인 차원에서 재난을 예방하고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