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4월, 10개국 과학자·교육자·경제학자·기업인·관료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 30명이 로마에서 자리를 같이합니다. 현재와 미래 인류가 처하게 될 위기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이 모임은 2년 뒤 로마클럽으로 성장했고, 다시 2년이 흐른 1972년 3월 첫 보고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를 내놓습니다. 인구, 자원 소비, 환경 오염의 기하급수적 증가로 100년 이내에 세계 경제의 성장이 멈출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해 유엔이 환경의 날을 처음 제정하는 등 환경 문제가 부각된 시대적 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틀린 예측도 있지만 50년이 흐른 지금, 성장에서 균형으로 사회 목표를 전환하라는 보고서의 울림은 여전합니다. 

이번 커버 스토리 ‘제로 성장 시대’는 구조적인 저성장 기조를 진단하고, 그 대응 방안을 모색합니다. 미·중 갈등,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경기 침체 공포가 부각되는 현실에만 빠져들면 장기적 흐름을 만들어내는 구조적 변화를 놓칠 수 있습니다. 

사실 성장의 한계 보고서가 나온 그해 오스트리아계 프랑스 사회철학자 앙드레 고르는 ‘탈성장(degrowth)’이란 신조어를 내놓았고, 2000년대 초반 에너지와 자원을 덜 사용하고 이익보다 복지를 앞에 둬야 하는 탈성장 이론이 부각됩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도 결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경제인류학자 제이슨 히켈은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국내총생산(GDP)을 우상 숭배시하는 믿음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며 “달성해야 할 것은 성장이 아니라 보편적 공공 서비스, 직업 안정성, 공평한 소득 분배”라고 말합니다. 성장이 멈춘다고 호들갑 떨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성장 없는 번영’의 저자 팀 잭슨 영국 서리대 교수는 물질적 풍요에 앞서 “독창성, 창의성, 관계를 발전시키는 능력, 가족, 친구, 건강한 환경 같은 것이 풍요로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제로 성장 사회를 새롭게 진화하는 사회로 인정하고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든 경제 주체의 성찰이 필요한 때입니다. ‘성장의 한계’ 보고서의 결론 중 한 대목입니다. “계획적이고 합리적이며 영속적인 균형 상태에 도달하려면 개인과 국가, 세계의 각 수준에서 가치관과 목표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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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클러스터도 인재 확보가 성공 핵심 키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의 경우, 지리적으로 인접한 곳에 유명 대학과 연구소가 많이 모여 있어서, 우수한 인재들의 유입이 원활한 점이 바이오 클러스터가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이었다. 어떤 산업이든 인재가 모이는 곳에서 스타트업 창업이 활성화하고, 이것이 산업을 꽃 피우는 밑거름이 된다는 점을 느꼈다.

-김세희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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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편중 심한 K바이오 클러스터

지난 호를 읽고, 바이오 클러스터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설이나 인력 편중이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연구시설과 인재의 응집된 힘으로 바이오과학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바이오 클러스터 특성상 꼭 지역 균형 발전을 고집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경우 전국을 하나의 바이오 클러스터로 봐야 한다는 김종성 보스턴대 교수의 인터뷰도 와닿았다.

-박용재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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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세금 들여 만든 바이오 클러스터의 현주소

정부가 십여 년 전부터 바이오 업계에 수천억원을 투자했다. 우리 세금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획이었다. 자생적으로 생긴 해외와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인위적으로 바이오 클러스터를 만들었는데, 그동안 투자한 세금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바이오 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해 재정비할 때라고 본다.

-김윤진 직장인

오광진 편집장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