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이하 현지시각)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됐다. 당시 회의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금융 안정 방안과 기후 변화 관련 지속 가능 금융, 인프라 투자, 디지털 자산 관련 각종 조세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참가국 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관련 이견이 불거지면서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의장국 인도네시아의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은 전반적인 회의 내용을 요약한 의장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지 못했지만, 식량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포함해 대부분 문제에 합의했다”며 “협력과 다자주의 정신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7월 7~8일 개최된 G20 외교장관 회의 역시 공동성명 채택 없이 폐막했다. 당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회의에 참석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첨예한 입장차를 보였고, 결국 G20 외교회의는 빈손으로 끝났다. 이를 두고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과 러시아 측 국가 간 신(新)냉전 구도만 두드러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필자는 이런 상황을 꼬집으며 G20의 긴밀한 협력을 촉구한다.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가7월 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 G20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가7월 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 G20
앤드루 셩(왼쪽) 홍콩대(HKU) 아시아 글로벌 인스티튜트 펠로 전 홍콩 증권선물위원회 회장 샤오 겅 홍콩중문대 교수 현 홍콩 국제금융연구소소장
앤드루 셩(왼쪽) 홍콩대(HKU) 아시아 글로벌 인스티튜트 펠로 전 홍콩 증권선물위원회 회장 샤오 겅 홍콩중문대 교수 현 홍콩 국제금융연구소소장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① 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기후 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거시정책 방향 공조 등 경제 회복세를 지속하기 위한 정책 방안을 논의했다. 

그리고 “오늘날의 가장 절박한 세계적 도전에 대처하겠다”며 “강건하고 지속 가능하며 균형적이고 포용적인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를 만들어 나갈 것을 다짐한다”는 내용의 약속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2021년 G20 정상회의에서 약속은 과소평가돼선 안 된다. 당시 공동선언문에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국가)의 필요를 특별히 배려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었다. 61개의 조항으로 이뤄진 공동성명은 식량 안보부터 순환 경제, 환경, 국제 금융 위기 조기 경보 시스템 등을 다뤘다. 그로부터 1년 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결론적으로 2022년 G20의 행보는 실망스럽다. 지난 7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회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이견으로 하나가 되지 못했다. 현재로서는 오는 11월 발리에서 예정된 G20 정상회의가 이보다 더 나아질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글로벌 위기 관점에서 보면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은 시작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는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9.1%를 기록하는 등 40여 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겪고 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을 세 번 연속 강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기 침체 공포가 고조되고 있다. 또 G20 정상회의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는 불확실성을 더 악화할 것이다.

유럽에서는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공급 차질이 이뤄지는 가운데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또 유럽 대륙은 기록적인 더위와 산불, 가뭄 등을 겪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가 (기후 위기에)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일어날 일의 맛보기에 불과하다. 여기에 최근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의 사임 등 정치적 과제도 산재해 있다.

스리랑카 경제 붕괴로 이미 크게 흔들린 신흥국들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식량 위기, 부채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JP모건은 재정 압박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지원을 요청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국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광범위하고 상호 연관된 위기 속에서 어떤 사람들은 전 세계적인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할 것이다. 그러나 G20은 타협 의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 다만 주요 7개국(G7)은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47년 역사의 G7은 2014년 러시아가 퇴출당하기 전까지 주요 8개국(G8)이었다. G7은 1945년 이후 전 세계 경제를 장악해온 서구 민주주의 국가로 구성돼 있다. 2020년 기준, G7은 전 세계 인구의 10%에 불과했지만, 세계 순자산과 국내총생산(GDP)은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이런 불균형한 경제력과 널리 퍼진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G7 행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G7이 자랑스러워하는 민주주의 체제는 빠른 선거 주기로 지도자들이 단기적인 정책 사고를 하도록 조장한다. 또 대부분 G7 국가가 기축통화국이라는 점은 그들이 대규모 양적완화 같은 정책으로 단기적 이익을 도모하도록 한다.

공통분모가 많은 G7이 G20보다 더 잘 뭉치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19개국과 유럽연합(EU)을 포함한 G20은 전 세계 GDP의 80% 이상, 세계 인구의 거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또 G20 국가들은 문화·정치적으로 G7보다 훨씬 다양하며, 민주주의 국가는 물론 독재 국가도 포함돼 있다. 아울러 이 국가의 인구 나이는 G7에 비해 훨씬 젊다. 이런 점들은 G20 국가가 더 넓은 정책적 시야를 갖도록 한다.

올해 G20 개최국 인도네시아는 보다 다양한 국가 그룹을 대표한다. 인도네시아는 ②‘무샤와라(musyawarah·협의)’와 ‘무파카트(mufakat·합의)’를 강조하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이다. 아세안의 일 처리는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알려졌지만, 대화와 합의를 통한 진전은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실제로 아세안은 2030년까지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4위 경제 대국(지역)이 되기 위한 궤도에 오르고 있다.

2022년 G20 정상회의가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회원국들, 특히 G7 국가가 무샤와라와 무파카트를 수용해야 한다. 대부분 개발도상국과 신흥 시장에는 평화와 안정이 지속적인 발전의 전제 조건이다. 그들은 러시아를 물리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G7의 집착이 이를 방해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회복을 늦추고 기후 위기를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볼 때 G20은 G7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세계를 대표한다는 측면에서 훨씬 더 정당성 있는 회의체다. 따라서 G7은 회원국 이외 국가의 의견을 경청하고 협력해야 한다. 이는 어렵겠지만, 러시아와 중국 같은 전략적 라이벌과 협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방은 ‘나머지 국가’로 하여금 서방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 서방 국가가 ‘나머지 국가’를 무시한다면 경제·도덕적 리더십을 유지할 수 없다. 11월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는 서방이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갈지 결정할 중요한 기회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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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1999년 9월에 개최된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서 주요 7개국(G7)과 신흥시장이 참여하는 기구를 만드는 데 합의해 같은 해 12월 창설됐다. 회원국은 미국·프랑스·영국·독일·일본·이탈리아·캐나다 등 G7 소속 7개국과 돌아가면서 맡는 유럽연합(EU) 의장국 그리고 한국을 비롯한 아르헨티나·오스트레일리아·브라질·중국·인도·인도네시아·멕시코·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터키 등 신흥시장 12개국을 더한 20개국이다. 

G20 정상회의가 성사된 것은 기존 G7 선진국 외에 주요 신흥국을 포괄하는 국제 논의 체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다. G20은 애초 재무장관 회의로 시작됐지만,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시작된 금융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08년 위기 극복 방안 논의를 위해 그해 11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제1차 G20 정상회의가 열렸다.


인도네시아 정치의 오랜 관행으로 알려진 ‘무샤와라와 무파카트’는 정적을 제거하는 대신 협의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서로 다른 의견을 하나로 조화시키기 위해 거치는 과정으로, 동남아시아 사회의 기본 의사 결정 기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