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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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지난 8월 말 국내 금융 시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두 가지 빅 이벤트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한국은행의 사상 첫 4회 연속 금리 인상이고, 다른 하나는 잭슨 홀 미팅에서 확연히 드러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 본능이다. 이 때문에 국내 통화 및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공포감이 최고 수준에 달하기도 했다. 

반면 이로 인해 분명해진 것도 있다. 우선 미국은 물론 국내 통화 정책도 긴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 다음으로는 국내 통화 및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고 자칫하면 복합불황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 나아가 통화 및 금융 정책 당국의 역할도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점 등이다.

통화 정책은 국내 물가 상승 억제와 금융 불균형 개선, 미국 통화 정책과의 정합성 유지를 통한 통화 및 금융 시장의 안정성 확보라는 닥친 과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방향 전환이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금융 정책은 이런 대내외 환경 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미시적으로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시장 주체들의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가장 큰 것은 합리적인 서민금융 안전망 대책에 대한 기대일 것이다. 이는 경제성장률 둔화와 함께 금리 상승, 자산 시장 불안정성 확대 등으로 서민경제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어렵고 미래가 불투명한 시기에는 불법 사금융이나 전화금융사기, 유사 수신, 불법 다단계 등으로 경제적 절박함이 큰 서민층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대책도 있어야 한다. 단,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해결책 찾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청년층을 포함한 서민과 저신용 계층, 중소기업 등에 대한 채무조정과 그 밖의 다양한 지원책들은 위기 때마다 정책 단골 메뉴로 등장했고,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도덕적 해이나 역차별 논란을 피해 갈 수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음은 기업구조조정 지원에 관한 기대다.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된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분명 많은 부실기업이 생겼지만,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시혜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정책 노력이 없었더라면 훨씬 큰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부실기업이 발생할지는 누구도 모를 일이지만, 지금보다 더 강도 높은 기업구조조정 지원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현재 마무리에 애로를 겪고 있는 구조조정 사안에 대해서는 가능한한 빨리 출구전략을 추진하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입된 공적자금도 합리적인 선에서 회수함으로써 자금 면에서 추가적인 지원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한편, 이는 공공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과도 연관이 깊어 금융 당국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위기 대응 과정에서 늘어난 대출은 물론 보증 만기연장, 이자상환 유예제도 등으로 부담이 커진 공공금융기관들의 재무 건전성 개선 논란은 있을 수밖에 없다. 향후에도 서민금융 안전망이나 기업구조조정 등에 관련된 자금 지원이 불가피한 점을 감안하면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 개선은 꼭 필요하다. 따라서 합리적인 공적자금의 회수와 재투자가 원활히 이뤄져야 적어도 자금 측면에서는 추가 국가재정 투입 없이 금융 당국의 신뢰도를 높이고 시장 기대도 충족시킬 수 있다.

금융 당국은 국내 자본 시장 육성 등과 같은 금융 시장 경쟁력 제고나 신산업 육성 지원 등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지만, 현재는 당장 커지고 있는 시장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