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부동산 관련 세무 상담 안내문. 사진 뉴스1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부동산 관련 세무 상담 안내문. 사진 뉴스1

‘行遠自邇登高自卑(행원자이 등고자비)’. ‘중용’에 이르기를 ‘먼 곳을 감에는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출발함과 같고, 높은 곳에 오름에는 반드시 낮은 곳에서 출발함과 같다’고 했다. 많은 고객이 세법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고 말한다. 특히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다고 하소연한다. 왜 그럴까. 어려운 것만 보고 어려운 것만 찾기 때문이다. 어렵고 복잡한 상황을 깨고 파헤쳐야 세금도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해답은 쉬운 데 있다. 복잡한 것은 치우고 쉬운 방법만 찾으면 된다. 의외로 절세 해법은 쉽고 단순하다. 세금을 줄이는 방법도 무려 5205쪽에 달하는 세법을 하나하나 파헤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본인의 상황에 맞춰, 할 수 있는 방법만 찾으면 된다. 그런 방법 중 하나가 타이밍을 보는 것이다. 살 때도 타이밍이 중요하지만 팔거나 증여할 때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2020년 초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인하된 매물이 다소 증가했다. 그런데 대부분 조건이 붙어 있었다. 5월 31일 전 또는 6월 30일 전까지 잔금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왜 그랬을까. 우선 5월 31일은 보유세 때문이다. 보유세인 재산세와 종부세의 과세기준일은 매년 6월 1일이다. 2018년 9·13 대책 때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세율이 인상됐다. 그리고 2019년 12·16 대책 때 추가로 세율 인상안이 발표됐다. 12·16 대책의 세율 인상안은 당시에 국회 계류 중이었는데 개정이 빨리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주택에 대한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높아지는 추세였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보유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시세에 근접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시세와 공시가격의 차이가 큰 편이어서 시세 대비 낮은 금액으로 재산세와 종부세를 냈지만 앞으로 시세에 가깝게 과세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WM 사업부 부동산팀장 2006년 제43회 세무사, ‘아파트 한 채부터시작하는 부동산 절세’ 저자
우병탁 신한은행 WM 사업부 부동산팀장 2006년 제43회 세무사, ‘아파트 한 채부터시작하는 부동산 절세’ 저자

재산세·종부세 누가 납부? 양도 시점이 가른다 

결국 5월 31일 전에 양도하려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재산세와 종부세는 6월 1일 시점에 소유한 사람이 1년치 세금을 전부 납부한다. 따라서 6월 1일을 기점으로 좀 더 보유할 것인지, 그 전에 처분할 것인지 매도자는 고민하게 된다. 이는 매수자도 마찬가지다. 기왕이면 6월 1일 이후에 매수하는 것이 좋다. 조금이라도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오히려 조금이기 때문에 아낄 수 있는 것이다. 통상 상가나 빌딩 같은 경우에는 재산세도 잔금일을 기준으로 매수자와 매도자가 일할 계산하기도 한다. 그런데 주택의 경우엔 통상 그렇게 하지 않는다. 게다가 종부세는 인별로 과세되기 때문에 일할 계산할 수도 없다. 각자의 조건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6월 1일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매년 같은 조건이다

2020년 6월 30일 잔금 지급 조건도 역시 세금 때문이었다. 2019년 12월 17일부터 2020년 6월 30일까지 조정대상지역에서 10년 보유한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다주택자여도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았다. 즉 기본세율(6~42%)로 과세했다. 중과할 경우의 세율(2주택:16~52%, 3주택이상:26~62%)보다 최대 20%포인트 낮았다. 20~30%의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적용받을 수 있다. 차익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차이로 양도세가 수억원까지 차이 날 수 있는 조건이 된 것이다. 시세 차익 5억원, 10년 보유 2주택일 때 양도세 차이는 1억원이다. 따라서 이 시기를 전후하여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매각하려던 사람이라면 타이밍을 맞춰 그 전에 양도하려던 것이다. 이때 본인도 역시 같은 상황은 아닌지 살펴보았어야 했다. 이러한 현상은 시간이 흐른 2023년 상반기에도 마찬가지다. 2023년 5월 9일까지 양도하는 경우 다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유예된다.

부동산의 증여도 팔 때와 마찬가지로 타이밍이 중요하다.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증여 거래가 늘어났다. 이 중 상당수는 주택 증여일 것으로 추정된다. 다주택자가 전세로 임대하고 있는 주택이고 10년 이상 보유했다면 양도와 마찬가지로 5월 말이나 6월 말 전에 하는 것이 좋다. 전세를 끼고 증여하는 것을 부담부증여라 하는데,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채무를 같이 넘기는 것이다. 이 경우 증여와 양도가 섞여 있는 것으로 본다. 금액이 증여와 양도로 나뉘기 때문에 증여세 세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6월 말 전이면 양도세도 중과세를 피할 수 있다. 그리고 5월 말 전에 하면 종부세도 줄어든다. 종부세는 인별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6월 1일이 과세기준일이므로 5월 말 전에 하는 것이 좋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4월 말 전에 할 수 있다면 취득세도 줄어든다. 취득세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는데 공동주택의 인상된 공시가격이 올해는 4월 29일에 확정되기 때문이다. 다만 법 개정으로 2023년 1월 1일부터는 취득세 기준이 시세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2022년 연말에도 역시 증여가 소폭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계속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패턴을 보이는 것이다.

서울 시내 아파트.부동산은 살 때도 타이밍이 중요하지만,팔거나 증여할 때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사진 뉴스1
서울 시내 아파트.부동산은 살 때도 타이밍이 중요하지만,팔거나 증여할 때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사진 뉴스1

양도소득세 절세도 타이밍이 좌우

이런 한시적인 세법 변경과 같이 타이밍을 보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또 있다. 양도소득세는 달력을 기준으로 연 단위로 부과한다. 그리고 양도소득세는 누진세율로 과세한다. 같은 연도에 소득이 더 많은 경우에는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는 뜻이다. 이것을 이용하면 세금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두 건의 부동산을 비슷한 시기에 양도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한 건의 양도 시기를 늦추거나 당겨서 연도를 달리하면 세금은 줄어든다. 두 건의 양도 시기를 달리하면 각각 따로 계산한다. 누진세율에 의해서 낮은 구간의 세율을 한번 더 적용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금액은 작지만 양도에 대해 1년에 한 번씩 적용해주는 기본공제 250만원도 한 번 더 받을 수 있다. 양도 차익이 각각 1억원일 때 해를 달리해서 줄어드는 세금의 크기는 약 2000만원이다. 특히 연초나 연말에 두 건의 부동산을 양도해야 하는 경우 이를 활용할 여지가 많다.

중요한 점은 언제를 양도 시기로 보느냐 하는 것인데, 소유권 이전 등기일과 잔금일 중 빠른 날을 양도한 날로 본다. 따라서 이 시기를 기준으로 연도를 조절하면 된다. 계약서만 변경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잔금이나 소유권 이전을 그때로 해야 한다. 연 단위로 합산되는 규정을 역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이익이 발생한 부동산과 손해가 발생한 부동산이 있다면 두 건을 같은 연도에 양도하면 손해(-)를 이익(+)에서 상계해준다. 결과적으로 양도세가 줄어든다.

양도세를 줄이는 쉬운 방법 중에 또 다른 하나는 취득 시점에 따라 양도 시점을 조절하는 것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과 비슷하다. 취득 시점부터 양도 시점까지 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소득세율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주택 외의 부동산을 취득 후 1년 이내에 양도할 경우 단기양도에 해당되어 차익의 55%(지방소득세 포함)가 양도세로 부과된다. 1년 이상 2년 이내에 양도할 경우 44%가 양도세로 부과된다. 단기양도는 중과세된다는 뜻이다. 보유 기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또 있다.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달라진다. 일단 보유 기간 3년이 넘어야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는다. 그리고 보유 기간 1년이 늘어날수록 공제액이 커진다(최장 15년, 1주택은 10년). 주의할 점은 앞의 양도세 계산 때와는 달리 력(曆)에 의해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만(滿)으로 계산한다는 점이다. 계약서를 쓰면서 잔금 및 소유권 이전일을 정할 때 하필 그 시점이 만으로 계산해 한두 달 부족한 경우라면 날짜를 조정해 만으로 1년을 더 채워야 한다. 그러면 세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계약일부터 잔금까지는 몇 개월간 간격이 생기기 때문에 협의를 통해 유연하게 있게 조절할 수 있기 마련이다. 

부동산 절세는 이처럼 가깝고 쉬운 것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부동산을 사는 것도 타이밍이지만 팔거나 증여하는 것도 타이밍이다. 부동산 절세도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