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는 어떤 부동산 투자가 현명할까.  부동산 침체기에는 현란한 마케팅에 현혹되지 말고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사진 셔터스톡
올 한 해는 어떤 부동산 투자가 현명할까. 부동산 침체기에는 현란한 마케팅에 현혹되지 말고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사진 셔터스톡
이선호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차장 감정평가사, 전 DL이앤씨· 이화자산운용 근무
이선호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차장 감정평가사, 전 DL이앤씨· 이화자산운용 근무

대표적인 투자 상품 두 가지를 뽑으라면, 단연코 주식과 부동산이다. 주식과 부동산 모두 수익(yield)을 추구하며, 수익은 보유 기간 중 소득 이득(income gain)과 처분 시 자본 이득(capital gain)으로 실현된다. 소득 이득은 주식의 경우에 배당, 부동산의 경우는 임대료에 해당하며, 자본 이득은 양자 모두 취득가 대비 가치 상승분이다. 주식과 부동산은 투자 규모 및 레버리지 활용, 환금성 등에 있어서 분명 차이가 나는 상품이지만, 수익 추구 관점에서 보면 재테크 상품으로의 접근법은 유사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주식 광풍이 불면서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를 필두로 하여 주식투자의 저변이 확대되었지만, 아직 부동산에 대해서는 지식과 경험, 정보의 부족 등으로 인해 주식 대비 투자의 이해도는 낮은 듯하다. 다양한 부동산 투자 상품을 주식 유형에 빗대어 이해하면 어떨까.


성장주(카카오와 테슬라에 해당하는 부동산 유형)

미래 이익에 기반한 성장주는 앞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로 자본 이득만을 추구한다. 보유 기간 중 배당은 기대하기 어렵고, 미래의 미실현 이익이 상당 부분 주가에 선반영돼 있으므로 성장성에 문제가 생기면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기도 한다. 최근 테슬라 주가는 1년간 70% 이상 하락하며 서학 개미의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기도 하다.

부동산 중 임대 수익이 없고 미래 가치에 대한 프리미엄만을 기대하는 대표적인 유형은 재개발·재건축, 입주권, 분양권, 지역개발 호재 토지 등이 있다. 모멘텀(인허가, 착공 등) 발생 시 계단식 가치 상승을 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나, 모멘텀 부재 시 소득 없이 투자금이 묶이며 장기 투자화되기도 한다. 근래 급격한 금리 인상과 더불어 경기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선반영된 프리미엄이 급격히 되돌림되는 재건축 단지가 많아지고 있다.


배당주(KB금융과 AT&T에 해당하는 부동산 유형)

배당주는 말 그대로 배당을 많이 주는 주식을 의미한다. 주가 상승보다는 배당 수익을 목적으로 투자하며, 대부분 배당주는 장기간 주가 흐름이 횡보하는 경향이 있다. 미래 성장성보다는 안정성을 중요시하는데, 투자자 유인을 위해 부실하거나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 고배당을 주는 경우도 있다. 작년 연말에 배당락 효과로 인해 많게는 10%포인트 넘게 주가가 하락하는 배당주들도 있었는데, 제 살 깎아 배당을 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부동산 중 가치 상승이 미미하지만,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유형은 구분상가,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이 있다. 타 부동산 유형 대비 소액 투자로 높은 임대수익률을 보이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다수의 소유자로 구성된 집합건물 형태로 장래 개발 가능성이 희박하고, 높은 건물 가치 구성 비율로 감가상각이 심하여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저금리 시대에는 정기 예·적금 대비 높은 임대수익률로 인기가 있었으나, 현재 고금리로 인해 투자 메리트가 많이 떨어졌다.


배당 성장주(삼성전자와 존슨앤드존슨에 해당하는 부동산 유형)

배당 성장주는 사업의 성과를 꾸준히 개선하면서 배당금의 규모를 매년 성장시키는 주식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25년 이상 배당을 꾸준히 증가시켜온 기업을 배당 귀족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앞서 설명한 성장주와 배당주의 복합 성격으로 배당 수익과 주가 상승을 모두 추구하나, 한쪽만 보면 수익률이 그리 높지는 않다. 또한, 배당 성장이 되지 않으면 가치 상승이 미약하다.

부동산 중 임대료가 점진적으로 상승하며 이에 기반한 수익 가치도 동반 상승하는 유형은 토지·건물로 구성된 근생 빌딩, 오피스 빌딩, 주거용 빌딩(다가구, 상가주택) 등이다. 특히, 장기 우량 임차인 수요가 많은 역세권 입지의 빌딩은 지속적인 임대료 상승으로 현재의 고물가 시대에 인플레이션 헤지(hedge·회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다만, 운영 기간 중 그다지 높지 않은 임대수익률로 인해 대출이 많은 경우 역레버리지 효과가 커질 수 있다. 코로나19 시기에 저금리 기조의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켜 빌딩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비용을 임대료로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가치주(현대차와 GM에 해당하는 부동산 유형)

가치주는 주로 성장이 많이 되어 성장세가 둔화한 산업 중에서 내재 가치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주식을 의미한다. 통상 저PER(주가수익비율),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이 이에 해당하며, 과거 장기간의 적정 가치 대비 주가가 현격히 내려가 있으면, 적정 가치로의 되돌림을 기대하며 자본 이득을 추구한다.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의 상장 이후 PBR 평균값은 약 1.1배인데, 현재 PBR은 약 0.6배 수준이다.

부동산 중 양호한 입지와 풍부한 인프라(교통·학군·편익 시설 등)로 상당 기간 견고하게 시세가 형성되어 왔던 기축 아파트 또는 주변 시세 대비 할인된 미분양 아파트 등이 이에 해당한다. 거시지표(물가, 금리, GDP 등)가 개선되면 원래 시세대로 회복될 가능성이 크겠지만, 추가 하락 리스크에 대한 감내와 지역 쇠퇴(인구 유출, 산업 후퇴 등) 가능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경계해야 할 테마주 성향의 부동산

장기적으로 본다면 성장주, 배당주, 배당 성장주, 가치주 성향을 지닌 부동산들의 전체 수익률은 유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가치 상승은 없지만 매년 6% 임대수익을 5년간 실현하는 배당주 성향의 부동산과 이와 반대로 임대수익은 없지만 재건축에 5년간 투자하여 30%의 가치 상승을 실현하는 성장주 성향의 부동산 간 연평균 수익률 성과는 비슷하다. 다만, 변동성에 대한 수용도와 선호하는 현금흐름의 양상, 투자자의 자금 여력에 따라 투자 선택이 달라지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부동산 하강 국면이 진정되면 가치주 성향의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활한 업체들의 현란한 마케팅에 넘어가기 쉬운 테마주 성향의 부동산은 조심해야 한다. 주로 시세 파악 및 권리 분석이 어려운 집합건물이나 토지를 대상으로 테마가 형성된다. 고수익 보장 확정 임대 분양 상가 또는 생활형 숙박 시설, 공유 지분 임야 대상 기획부동산, 개발 호재를 미끼로 한 그린벨트 지역 내 맹지, 깡통전세 갭투자 빌라 등 테마주는 주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