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들어 세 번째 수도권 규제지역 해제를 발표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부가 올 들어 세 번째 수도권 규제지역 해제를 발표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정부가 올해 6월과 9월에 이어 두 달 만에 부동산 규제 추가 해제를 발표했다. 11월 14일 자로 서울과 경기 과천, 성남, 하남, 광명을 제외하고 전국이 규제지역에서 풀렸다. 주택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자 정부가 초강수 대책에 나선 것이다. 지금 주택 시장 냉각 속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가 빠르게 전달되는 데다 과열기의 규제책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다. 어느 순간 수요에 큰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시기적으로 더 빨리 규제 완화책을 내놓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번 대책 발표에도 금리가 치솟고 있어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락세를 멈추기보다는 하락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규제지역 해제되면 뭐가 달라지나

규제지역은 크게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이 있다.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기에 가장 센 규제는 조정대상지역이다. 청약, 대출, 취득세, 양도세, 종부세까지 규제는 대부분 조정대상지역에서 판가름이 난다고 할 정도이다. 당장 수요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취득세다. 조정대상지역에선 기존 1주택자가 집을 한 채 더 사면 취득세만 8%다. 하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한 채를 더 사도 일반 세율(1~3%)을 적용받는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도 사라진다. 종전에는 내년 5월 9일까지 집을 양도(잔금 기준)해야 일반 세율(6~45%)을 적용받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기한에 관계없이 일반 세율이 적용된다. 다주택자 입장에서 양도세 불이익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일시적 2주택자가 받을 수 있는 양도세 비과세 기간과 취득세 일반 세율 적용 기간이 종전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조정대상지역 해제지역에서 집을 1채 사면 2년 거주 없이 2년 보유만 해도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집을 살 때 자금조달계획서도 내지 않아도 된다. 대출 규제도 일부 완화된다. 규제지역이 풀리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로 높아진다. 이와는 별도로 12월 1일부터는 서울 등지의 투기과열지구에서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도 허용된다.


급급매물은 소화되겠지만

일부 가격 메리트가 부각된 급급매물은 어느 정도 거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거래가 많지 않을 것이고 시장 흐름을 바꿔놓지는 못할 것이다. 수요 심리가 너무 얼어붙어 있는 데다 향후 금리까지 더 오를 가능성이 있어서다. 집을 살 때 가장 큰 결정 요인은 ‘전망’이다. 수요자들이 지금 집을 안 사는 것은 대출 액수가 핵심 요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보다는 집값이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치솟는 금리 부담에 집 사기를 꺼리는 것이다. 2년 전에 연 2%대 대출을 받았는데 지금은 5~6%대에 이르니 빚내서 집을 사기가 어렵다. 사실 지금 주택 시장은 본격적인 하락장이다. 고금리가 시장을 강타하는 양상이다. 어찌 보면 주택 시장이 고금리에 발작을 일으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금리가 부동산 시장의 최대변수 블랙홀이자 중력으로 작용한다. 이런 상황에선 세금과 대출 규제 완화 효과는 크지 않다. 하락기에는 규제 완화에 대한 민감도가 낮기 마련이다. 최근 지방에 각종 규제를 풀었지만, 집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규제 완화 조치는 집값이 상승 반전되기보다는 연착륙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완충 역할이 아닌가 생각된다.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에 하락 폭이 다소 둔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하락세를 멈출 수는 없다는 얘기다.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가격 하락과 거래량 감소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추가 규제 완화책 필요할 듯

부동산 시장의 관심사는 다음 규제지역 해제지역은 어디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강북권의 경우 규제지역 해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값이 수도권 못지않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서울이 가진 파급효과, 상징성, 대기수요 감안하면 단계적으로 풀어야지 한 번에 풀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은 끝까지 규제지역으로 묶겠다는 게 아니라 서울의 주변 지역을 풀고 나면 그 효과가 어떻게 나는지를 한번 보고 그다음에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시장이 계속해서 위축되면 강북권 일부 지역은 규제지역에서 풀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강남권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은 규제지역에서 해제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전망이다.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필요 매매 시장뿐만 아니라 전세 시장 안정 대책도 필요한 것 같다. KB국민은행 부동산통계에 따르면 10월 현재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 비율(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이 62%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12년 하우스푸어 사태 때보다 훨씬 높다. 이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돈(전세보증금)을 많이 꾸어줬다는 것으로 그만큼 세입자 입장에서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깡통전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서울 부동산 중개소. 사진 연합뉴스
서울 부동산 중개소. 사진 연합뉴스 

타이밍과 가격을 동시에 보라

많은 사람이 집을 싸게 장만하기 위해 타이밍을 잰다. 하지만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오죽하면 타이밍을 맞춰 부자가 된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을까. 가령 바닥이 2년 뒤에 올지, 3년 뒤에 올지, 아니면 5년 뒤에 올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예측은 확률적으로 가능성을 내다보는 것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두 가지를 조언하고 싶다.

첫째, 1년 단위로 기간을 잘라 전망하는 것이다. 전망을 길게 할수록 적중률이 떨어진다. 활을 쏜다고 생각해보자. 거리가 1m, 10m라면 누구든지 과녁에 적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0m, 300m로 멀수록 적중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전망보다 대응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둘째, 타이밍과 프라이스(가격)를 동시에 보는 것이 중요하다. 아니 타이밍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프라이스이다. 주택 시장이 지역별로 울퉁불퉁하게 움직이므로 일괄적으로 내 집 마련 타이밍이 성립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누가 ‘언제 바닥이니 집을 사라’는 식의 조언을 하더라도 무조건 맹신하면 안 된다. 내 집 마련 타이밍은 생각보다 어렵다. 거듭 강조하건대 타이밍보다 가격에 초점을 맞춰라. 싸게 사라, 무조건 싸게 사라. 고점 평균 거래 가격 대비 하락 폭이 큰 곳을 고르는 것이 좋다. 지난해 4분기 고점 평균 거래 가격 대비 서울은 30% 이상, 수도권은 40% 이상 싼 곳을 선별적으로 검토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요컨대 일단 금리 인상 랠리가 마무리될 내년 상반기까지는 시장을 지켜보되 그 이후는 프라이스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 가격도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 폭이 클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둔화할 수 있다. 다만 곧바로 V 자형 반등을 하지 못할 수 있으니 너무 급하게 내 집 마련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다. 내 집 마련의 조급증을 버리자.

가만히 앉아서는 급급매물을 잡기는 어렵다. 원하는 지역과 아파트단지 주변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미리미리 연락을 해놓는 것이 좋다. 이 정도 가격이 하락하면 연락을 달라는 식이다. 요즘 급급매물이 나와도 중개업자들이 주민들의 항의로 인터넷에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과거 기성세대의 방식대로 다리품을 많이 파는 것이 중요하다. 싸게 내 집을 장만하려면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