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5개 빅테크 기업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의 주가 탈(脫)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FAANG는 미 증시를 주도하는 5개 대형 기술주 이름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명칭이다. 이 기업들의 주가는 그동안 같은 방향으로 동조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국면에서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팬데믹이 가속화할 디지털 전환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 덕분이다. FAANG는 지난해 미국 대표 500개 기업 주가로 구성된 S&P500 지수가 16% 오르는 원동력이었다. 애플의 주가는 81% 상승했고 8월에는 미국 상장사로는 최초로 시가 총액 2조달러(약 2300조원)를 돌파했다. 아마존은 76%, 넷플릭스는 67% 뛰었고, 페이스북은 33%,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31% 올랐다.


알파벳 41%, 페북 26% 상승

FAANG 5개 기업의 주가 동조화가 올 들어 깨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1월 4일부터 6월 22일(이하 현지시각)까지 FAANG의 주가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알파벳 주가는 41.7%, 페이스북 주가는 26.1%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의 상승률(14.7%)을 웃돌았다. 하지만 아마존과 애플은 S&P500보다 부진했다. 아마존 주가는 10%, 애플은 3.5%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 한 해 동안의 주가 상승률과 비교하면 아마존은 66%포인트, 애플은 77.5%포인트 둔화했다. 넷플릭스 주가는 오히려 2.7%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거대 기술 기업의 동기화된 (주가) 행진이 무너졌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상당수 기업의 주가 전망이 상향되면서, 투자자들이 고평가된 기술 기업 등 비싼 주식을 살 이유가 없어졌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항공과 여행 업체들의 주가가 올해 들어 크게 뛰었다. 1월 4일부터 6월 22일까지 아메리칸항공과 크루즈 업체 카니발의 주가는 각각 46%와 37.7% 올랐다. 지난해 FAANG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기술 기업 시스코와 인텔도 21.2%와 12.5%씩 상승했다.

윌리엄블레어 라지캡그로스펀드를 운용하는 짐 골런 매니저는 “경기 호전으로 모든 종목이 살아나고 있다”며 “올해는 상위 4~5개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은 맞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이슈도 FAANG의 주가 동조화 붕괴에 영향을 미쳤다. 일반적으로 성장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라간 기술 기업들은 금리가 오를수록 기대 현금흐름이 작아져 주가 상승 동력이 떨어진다. ‘금리 인상→통화량 감소→투자 축소→주가 상승 동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6월 22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연준은 6월 16일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크게 높이고 2023년까지 금리를 두 차례 올릴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넷플릭스 가입자 증가세 둔화에 주가 하락

FAANG의 실적 동조화가 깨지는 것도 엇갈린 주가 향방과 무관치 않다. 올해 1분기 페이스북과 구글은 광고 수익을 바탕으로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넷플릭스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가입자 증가세 둔화라는 리스크가 부각됐다.

페이스북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사상 최대인 261억7000만달러(약 30조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8% 증가한 수준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페이스북 수익의 대부분인 광고 매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회복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광고하려는 기업이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알파벳도 올해 1분기 매출이 553억달러(약 63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34% 늘었다. 특히 유튜브 매출이 49% 증가한 60억1000만달러(약 6조90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알파벳의 순이익은 179억달러(약 20조원)로 162% 증가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자택에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즐기려는 고객이 늘면서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했지만, 올해 들어 신규 가입자가 줄고 있다. 넷플릭스의 분기별 신규 가입자를 보면, 지난해 1분기 1577만 명, 2분기 1009만 명, 3분기 220만 명, 4분기 851만 명에서 올해 1분기 398만 명으로 둔화세가 뚜렷하다.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등 경쟁사들의 등장도 무시할 수 없다.

애플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집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직장인과 학생들이 늘면서 아이패드·아이폰 판매가 증가했지만, 백신 접종 확산으로 경기 회복이 속도를 내면서 코로나발 전자제품 수요 감소로 매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 회사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애널리스트는 “2014년 출시된 아이폰6 이후 2020년 선보인 아이폰12가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6년 만에 ‘아이폰 슈퍼사이클’이 이뤄졌다”면서 “올해 출시될 아이폰13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사코나기 애널리스트는 ‘애플, 110달러(약 12만6000원) 매수’ 의견을 내놨다. 6월 22일 애플 주가는 133.98달러(약 15만4000원)로, 이보다 주가가 17.9% 더 떨어질 때가 애플 주식 최적의 매수 시기라는 것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올 들어서도 실적은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주가는 부진한 모습이다. 아마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1085억2000만달러(약 124조7900억원)로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순이익은 81억달러(약 9조3100억원)로 세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대면 시장 활성화에 따른 온라인 시장 위축 우려와 지난해 76%에 달하는 주가 급등에 대한 부담감에 주가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박용선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