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벌SK 켄터키 공사 현장. 사진 SK온
블루오벌SK 켄터키 공사 현장. 사진 SK온

미국 켄터키주 최대 도시인 루이빌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50분가량 달리면 SK온과 미국 완성차 기업 포드가 짓는 미국 최대 배터리 생산기지인 ‘블루오벌SK(BOSK) 켄터키’가 나온다. 1월 8일(이하 현지시각) 찾은 이곳은 주말임에도 철골 공사가 한창이었다. 부지 규모만 628만㎡(약 190만 평)에 달하는 BOSK 켄터키는 연산 43(기가와트시)짜리 공장 두 개가 각각 2025년, 2026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총 86는 포드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의 82만 대분에 해당한다. 이는 미국 단일 부지 내 최대 생산 규모다.

지난해 11월부터 공사가 시작돼 뼈대가 10% 정도 세워진 1공장을 F-150 라이트닝을 타고 돌아봤다. 1공장은 이제 막 철골이 절반쯤 세워진 상태였다. 미국 내 최대 규모 배터리를 생산하는 곳인 만큼 현장 규모도 거대했다. 원청 건설사인 바튼 말로의 조남현 프로젝트 엔지니어(PE)는 허허벌판 공사장을 달리던 중 “지금 우리는 공장의 3분의 2 지점쯤을 달리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PE인 비니 그리피스는 “미시간 건설 현장에서 3년간 일하다 이곳에 왔는데 지금까지 본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말했다.

BOSK 켄터키 투어에 사용된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F-150 라이트닝. 사진 이윤정 기자
BOSK 켄터키 투어에 사용된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F-150 라이트닝. 사진 이윤정 기자

켄터키주 역사상 최대 민간 프로젝트

BOSK 켄터키는 58억달러(약 7조2100억원)가 투입되는 켄터키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경제개발 프로젝트다. SK온에 따르면 현재까지 BOSK 켄터키에 설치된 구조용 강철만 소방차 400대 무게인 7900t에 달한다. 운반된 흙의 규모는 미식축구 경기장 200여 개를 채울 수 있는 33억L이고, 콘크리트 보강을 위해 투입된 철근은 3300t에 달한다. BOSK 켄터키 관계자는 “주변 커뮤니티 주민들도 대규모 일자리를 가져다준 BOSK 켄터키 프로젝트를 반기고 있다”고 전했다.

BOSK 켄터키 현장에는 현재 원·하청 건설업체에서만 700여 명이 파견돼 일하고 있다. 공장이 완공되면 5000명 이상을 고용할 예정이다. 이들의 교육을 위해 SK온은 3900㎡(약 1180평) 규모의 ‘엘리자베스타운 커뮤니티 & 테크니컬대학(ECTC) 블루오벌SK 교육센터’를 설립한다. 2024년부터 직원들에게 작업 시뮬레이션과 품질·제조 프로세스 등을 교육할 예정이다. 교육 과정은 짧게는 2~3주에서 길게는 1~2개월로 구성된다.

엘리자베스타운에 거주하는 프리실라 모셔는 “BOSK 켄터키 덕분에 이 지역에 많은 사람이 모이고 있다”라며 “이를 계기로 기반 시설이 더욱 확충되고 지역이 더 큰 발전을 이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BOSK 켄터키는 미국 공장이지만 국내 배터리 생태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SK온 측의 설명이다. 신동윤 BOSK 사업관리부 디렉터는 “유럽이나 미국 조지아 공장의 경우 생산설비의 96%가량이 한국산”이라며 “BOSK 켄터키 역시 한국 장비업체 참여 비중이 90%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며, 한국 협력업체들이 간접적으로 해외 진출을 할 수 있어 전방·후방 산업의 동반 성장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SK온은 BOSK 켄터키가 가동되면 북미 배터리 시장의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BOSK 켄터키에 이어 테네시 공장(43)도 2025년부터 가동된다. 이미 SK온은 미국법인 자회사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를 통해 조지아주 커머스에 단독으로 운영하는 제1·2 공장을 갖고 있다. 9.8 규모의 제1 공장은 완공 후 작년부터 양산을 시작했고 11.7 규모의 제2 공장은 올해부터 본격 상업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퇴역 군인·예비역 채용, 지역 일자리 창출

정준용 SKBA 법인장은 1월 9일 조지아주 가스 사우스 컨벤션 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SK온은 미국에 진출한 몇 안 되는 배터리 업체 중 하나”라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때문에 많은 완성차 기업이 우리 쪽에 협력을 타진하고 있고, (포드 외에도 협력을) 논의 중인 업체들이 있다”고 말했다. SKBA만 보면 지난해 계획한 물량 대비 5% 정도 초과 생산할 정도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도 전했다.

SKBA는 지역사회에서 SK의 평판을 쌓는 데도 일조했다. 총 26억달러(약 3조2200억원)가 투자된 SKBA는 현재 20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했고 추가 인력을 채용 중이다. 특히 2022년 7월 조지아주 방위군과 고용 협력을 발표하고 퇴역 군인, 예비역, 군인 가족 등을 적극 채용하겠다고 밝혀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로부터 감사 인사도 받았다. 

SK온의 배터리 생산 수율(투입 수에 대한 양품의 비율)이 경쟁사 대비 낮다는 지적에 대해선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작년 초반까지는 수율이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는 많이 좋아져 예측 범위 내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드와 SK온이 튀르키예(옛 터키)에 세우기로 했던 합작 공장이 무산됐다는 일부 보도는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사안이지만, 수율 문제 때문이라는 소문은 억울하다”며 “수율과 생산량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Plus Point

북미 생산 거점 늘리는 K배터리 3사

국내 배터리 3사는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꾸준히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해왔다. 먼저 K배터리의 ‘맏형’으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2012년부터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에서 단독 공장을 가동해왔다. 5 규모인 이 공장의 생산 능력은 2025년까지 25, 이후 40까지 단계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인 ‘얼티엄셀’ 공장도 늘려가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 로즈타운(45), 테네시주 스프링힐(50), 미시간주 랜싱(50)에 각각 합작 제1~3 공장이 들어서고 있다. 이 외에도 애리조나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각각 단독 공장과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공장을 짓기 위해 투자 계획을 검토 중이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에 각각 9.8, 11.7 규모의 제1·2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제1 공장은 작년부터 가동을 시작했고, 제2 공장은 올해 생산을 시작한다. 포드와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를 통해서도 미국 켄터키주(86)와 테네시주(43)에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SDI는 국내 경쟁사 대비 가장 늦게 북미에 진출했다. 작년 5월 다국적 자동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합작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처럼 북미 지역에 단독 공장을 지을 계획은 현재까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배터리 3사의 북미 생산 거점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되면서 그 가치가 더욱 올라가고 있다. IRA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하고 북미 내에서 최종 조립된 차량이어야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