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0일(현지시각) 베냐민 간츠 이스라엘 국방 장관이 세계 최대 보안 콘퍼런스 ‘사이버 위크 2021’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박진우 조선비즈 기자
7월 20일(현지시각) 베냐민 간츠 이스라엘 국방 장관이 세계 최대 보안 콘퍼런스 ‘사이버 위크 2021’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박진우 조선비즈 기자

이스라엘이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사이버 보안 콘퍼런스 ‘사이버 위크 2021’이 7월 20일(현지시각) 텔아비브대학에서 개최됐다. 앞서 이날 새벽 레바논에서는 이스라엘을 향한 2발의 로켓포가 발사됐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에 따르면 레바논의 로켓포는 이스라엘 북부를 향했고, 국경 인근 갈릴리 서쪽에서 경보가 울렸다. IDF는 2발의 로켓포 중 한 발은 요격했다. 나머지 한 발은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곳에 떨어져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3시쯤 사이버 위크 2021에 참가한 베냐민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사이버 보안 콘퍼런스가 열리는 당일 있었던 적국의 공격에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간츠 장관은 “오늘 이곳(사이버 위크)에 오게 돼 영광이지만,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라며 “레바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고, 테러리스트의 조직들은 고의적인 사건을 벌이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우리(이스라엘)는 모든 안보 위협에 맞설 것이다”라며 “레바논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인 위기가 이스라엘에 대한 안보 위협으로 바뀌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이버 위크는 매년 100여 개국에서 정치인과 기업인, 엔지니어 등 수천 명이 찾는 대규모 사이버 보안 행사다. 이번 사이버 위크에도 주최국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 인사들이 행사장을 찾았다. 사이버 위크는 정⋅관계 인사들은 물론이고, 전문가 간 사이버 보안 사례를 공유하는 장이다.


“사이버는 육해공 외 추가된 공간”

이날 새벽 레바논에서의 로켓포 공격이 있었던 탓에 보안 검색대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한국을 포함한 스페인, 스위스, 오스트리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르완다, 북마케도니아, 조지아 등 세계 각국에서 날아온 기자단에 이스라엘 외무부 공무원 란 나타존은 “평소보다 경비가 삼엄한 것 같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가자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분쟁이 끝난 지 두 달여인 상황적 측면도 고려됐다.

사이버 위크는 이스라엘의 컨트롤 타워라고 할 수 있는 총리실이 직접 주관하는 행사다. 외무부는 물론 총리실 산하의 국가 사이버국(INCD)과 정보부 등도 행사에 참여한다. 간츠 장관은 이날 연단에서 “나는 이스라엘의 사이버 슈퍼 파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우리가 이런 힘을 갖게 된 것은 결국 (레바논 사건과 같은) 필요성이라는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간츠 장관은 “정보부, 사이버국, 군 등과 민간 부문의 협력을 통해 우리의 국가 인프라를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제 사이버 공간은 우리의 바다, 우주, 하늘, 지상, 지하에 추가된 (실제의) 공간 중 하나”라고 했다.

간츠 장관은 “최근 이란과 그 대리인들의 사이버 공격이 매년 수십 건 증가하고 있음에도 이스라엘은 회복력과 함께 질적인 군사적 우위를 입증해 왔다”며 “하지만 우리의 적은 민간인에게 로켓을 발사하는 등 그 경계를 모른다”고 했다.


‘사이버 위크 2021’ 행사장. 사진 박진우 조선비즈 기자
‘사이버 위크 2021’ 행사장. 사진 박진우 조선비즈 기자

10년 전부터 국가 차원 사이버 보안 강화

이스라엘은 원래 국방 분야가 특히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중동의 여러 나라에 둘러싸여 생존을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방위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한 것은 꽤 유명한 일이다.

이후 2000년대부터 전쟁과 테러의 위협이 사이버 공간으로 확장하면서, 사이버 보안에도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전자 정부, 웹서비스 등 정보기술(IT) 영역에서 자리한 잠재적 위협을 이른 시기부터 인지했다.

2011년 당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기존 사이버 안보 전략을 재정립·강화하는 목적의 국가 사이버 구상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하고, 이삭 벤 텔아비브대학 교수에게 국가 사이버 보안 전략의 기초를 닦게 했다.

이스라엘은 사이버 국방 역량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경제·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사이버 보안에 접근했다. 2011년 총리실 산하 국가 사이버국(INCB)이 등장했고, 2014년에는 국가 사이버보안국(NCSA)이 결성됐다. 두 조직은 2017년까지 국가사이버 구상 TF 임무를 수행했고, 2017년 INCD로 통합됐다.

간츠 장관은 “우리의 메시지는 매우 분명하다”라며 “로켓(물리적 공격)이든, 키보드(사이버 공격)든, 우리 국민을 위협하는 그 무엇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 분야에서 우리의 장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큰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이스라엘 북단에서 남단으로 전체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을 포함한다”라고 했다.

간츠 장관은 “우리에게는 많은 당면 과제가 놓여 있지만, 우리의 모든 관련 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역량을 개발할 것”이라며 “우리는 사이버 전문가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과 프로세스로 역량을 강화하고,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자에 대해 계속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적들이) 로켓을 발사하거나 병원을 원격 공격하려고 할 때, 이스라엘은 이 지역에서 가장 강한 나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 보안 업종 투자 41%가 이스라엘로

현재 이스라엘은 국가 주도로 사이버 보안 교육부터 연구개발(R&D), 안보, 경제 개발, 국제 협력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국가 안보와 경제 번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은 세계 사이버 보안 시장 규모가 미국 다음으로 큰 국가가 될 수 있었다. INCD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기업들은 총 50건의 계약을 통해 34억달러(약 3조978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는 기존 반기 최대 기록인 29억달러(약 3조3900억원)를 5억달러(약 5880억원) 초과한 것이다. 이는 상반기 전 세계 보안 분야 투자금의 41%에 이르는 수준이다. 상반기 투자를 유치한 7개 스타트업은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날 사이버 위크 2021 현장에서 이스라엘 사이버 전략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이삭 벤 교수는 “11년 전 이 콘퍼런스(사이버 위크)를 시작할 때, 사이버 보안은 지금처럼 잘 알려지지 않았다”라며 “이제 사이버 보안은 이스라엘 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이스라엘 사이버 보안 유니콘은 5~10개나 생겼다”라며 “우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 기술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텔아비브(이스라엘)=박진우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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