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이 북미에 수출하는 카이오티(KIOTI) 제품. 사진 대동
대동이 북미에 수출하는 카이오티(KIOTI) 제품. 사진 대동

대동과 TYM 등 한국 농기계 업체들의 미국 수출이 올 상반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사전주문 물량을 공급하기도 빠듯한 상황이어서 하반기까지 실적 전망이 밝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동과 TYM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 확보하기 위해 자율주행 등 신규 기술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트랙터 수출액은 5억1522만달러(약 590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상반기 3억2382만달러(약 3756억원)보다 59.1%, 2019년 상반기 3억1945만달러(약 3705억원)보다 61.3% 늘었다. 특히 미국 시장은 2019년 상반기 1억9474만달러(약 226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3억8022만달러(약 4410억원)로 2년 새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북미 트랙터 수출 1년 새 급증…대동 26%·TYM 50%↑

업체별로 보면 대동은 올해 상반기 북미 시장 트랙터·운반차 판매량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26%가량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대동의 미국 트랙터·운반차 수출은 2016년 7600대 → 2017년 9400대 → 2018년 1만500대 → 2019년 1만1900대 → 2020년 1만6600대 등 꾸준히 늘고 있다. TYM도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 트랙터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보다 50%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 농기계 업계는 국내 시장이 하향세를 보이면서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공을 들여왔다. 국내 농기계 시장은 농산물 생산이 정체되면서 축소되고 있다. 경운기, 이앙기, 콤바인 등 국내 농기계 보유량은 2010년 130만 대에서 2019년 110만 대까지 줄었다. 쌀 수요와 농업 인구가 줄고, 농산물 시장 대외개방도가 높아지면서 이런 추세가 반등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해외 시장 농기계 수출은 꾸준히 늘어왔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오히려 기회가 됐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정원을 가꾸거나 텃밭을 일구는 이들이 늘었다. 자연스레 소형 트랙터 수요로 이어졌다.

국내 농기계의 브랜드 인지도가 꾸준히 성장한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대동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100마력 이하 트랙터를 주로 판매하는데, 2010년부터 ‘카이오티(KIOTI)’ 브랜드 마케팅을 단계적으로 강화해왔다. 대동 관계자는 “미국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 경기장에 지난해부터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며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TYM 역시 소형 트랙터를 중심으로 현지 영업망을 강화하고 있다. TYM 관계자는 “올해 소형 트랙터 ‘T25’를 출시했는데 시장 반응이 뜨겁다”며 “동양물산기업에서 사명을 변경하면서 BI(Brand Identity)와 CI(Corporate Identity)를 교체한 것도 마케팅에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대동·TYM, 나란히 1분기 최대 실적…하반기까지 기대감

대동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972억원, 영업이익이 262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수출은 2019년 앙골라 농기계 수출프로젝트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분기 1억달러를 넘겼다. TYM도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152억원, 영업이익 128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대체로 1분기보다 농번기에 진입한 2분기 실적이 더 좋은 만큼 올해 2분기에는 실적이 더 좋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전주문 물량이 밀려있어 올해 하반기까지 ‘수출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TYM 관계자는 “수출 주문량에 비해 생산량이 따라가지 못해 2분기 계약 물량을 이월한 사례도 적지 않다”며 “하반기까지 수출 강세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자율주행·빅데이터 기반 정밀농업이 미래 먹거리

다만 난관도 있다. 철광석 가격 상승에 따라 철강재값이 오르면서 당장 농기계 제작에 드는 비용도 늘었다. 중국 칭다오항 현물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7월 들어 t당 22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연초보다 30%가량 올랐다. 수출에 필요한 컨테이너선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시아~북미 서안 노선의 컨테이너선 운임은 7월 16일 기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5334달러로 반년 새 32.7% 올랐다.

해외 시장에서 글로벌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아직 대동과 TYM 모두 주력 수출 상품이 소형 트랙터·운반차로 시장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기술력을 키워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농기계 업계 관계자는 “기존 시장은 기술 격차가 있어 따라잡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자율주행이나 무인 스마트팜 등 신규 산업 영역은 상대적으로 격차가 덜해 국내 농기계 업체들도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동은 올해 직진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트랙터 HX시리즈, 농기계 원격 제어 및 관리가 가능한 ICT 기반의 ‘대동 커넥트(Connect)’ 서비스를 선보였다. HX 트랙터는 직진 구간에서는 핸들 조작 없이 알아서 운전한다. 대동은 올해 안에 직진뿐만 아니라 작업 경로 끝에서 알아서 선회하는 더 진화한 자율주행 트랙터를 출시할 예정이다.

또 대동 커넥트를 중심으로 농작물 생육 빅데이터를 본격 수집, 정밀농업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나가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무인 자동화로 운영하는 도심형 ‘스마트팜’까지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원유현 대동 총괄사장은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도 ‘최대 실적 달성’과 ‘미래 농업 비전 수립’을 이룰 수 있었다”며 “올해는 미래 농업 사업 원년으로 스마트 농기계,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팜 등을 본격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고 미래 농업 기업으로서 성장 발판을 확고히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TYM 역시 자회사 TYM ICT를 중심으로 텔레매틱스 기반의 자율주행 농기계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일 계획이다. ICT R&D센터를 구축해 자율주행 농기계에서 수집·분석한 데이터를 정밀농업에 적용하겠다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김도훈 TYM 대표이사 사장은 제12회 아시아리더십컨퍼런스(ALC)에서 “TYM은 자회사 TYM ICT를 통해 농업 효율성 증진을 위한 농업 부문 빅데이터 구축과 자율주행 및 텔레매틱스 분야에 대한 연구 개발을 확대할 계획이다”라며 “2022년에는 3단계 자율주행 농기계를 개발하고, 2025년까지 4단계 완전자율주행 기술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권오은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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