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가 미래 대체에너지로 부각하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수소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수소가 ‘탈(脫)탄소 시대’ 주요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으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한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정유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는 남동발전과 손잡고 수소 발전 시장에 진출한다고 5월 10일 밝혔다. 현대오일뱅크가 수소를 생산·공급하고, 남동발전은 연료전지 발전소를 운영해 전력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수소 산업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은 현대중공업뿐만이 아니다. 재계 10대 그룹 중 대부분이 수소와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거나,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10위권 밖인 두산·LS·효성 등도 수소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SK그룹은 공격적으로 수소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SK그룹은 5년간 약 18조5000억원을 이 사업에 투입한다. 2023년까지 연 3만t 규모의 액화수소를 생산하는 플랜트를 짓고, 2025년까지 충남 보령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인근에 연 25만t 수소 생산 기지를 짓기로 했다. SK와 SK E&S는 올해 초 미국 수소 기업 플러그 파워에 1조6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9.9%를 확보하기도 했다. 플러그파워와 아시아 수소 생태계 조성 사업을 함께 추진한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하기 위해 다른 기업과 동맹을 맺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부터 5대 그룹 총수와 차례로 만나 미래 모빌리티 분야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현대차는 포스코와 수소 생산과 이용 기술 개발을 협력하고, SK와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GS칼텍스와는 수소 충전소 구축, LS일렉트릭과는 수소 연료전지 발전 시스템 개발을 함께한다. 2030년까지 수소 관련 분야에 11조1000억원도 투자한다.

한화그룹은 수소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이다. 한화솔루션은 스페이스X에 수소 탱크를 공급한 시마론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한화종합화학은 수소, 천연가스를 태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가스터빈 제작 기술이 있는 미국 PSM과 네덜란드 ATH 지분도 인수했다.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분리해내는 기술 개발에도 착수했다.

포스코는 수소를 활용해 철강을 생산하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 개발에 10조원을 투자하고, 2050년까지 수소 500만t 생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효성은 독일 린데그룹과 합작해 2023년까지 울산에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인 연간 1만3000t을 생산할 수 있는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한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수소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시대적 흐름이 된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어지지 않는 상태)’ 때문이다. 2019년 유럽연합(EU)을 시작으로 지난해 일본, 중국, 우리나라가 잇따라 탄소 중립 계획을 내놓았다. 수소는 활용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발생시키지 않고, 화석연료 대비 발전 효율도 좋아 대체에너지로 꼽히고 있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전 세계 수소 사업 시장 규모가 2050년에 2조5000억달러(약 2825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일자리도 3000만 개 이상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부 산하 수소경제위원회는 2050년 국내 수소 시장이 연간 70조원 규모로 커지고, 60만 명을 채용하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수소 사업 관련 정부 지원도 늘리고 있다.


문승욱(왼쪽) 장관과 최태원 회장. 사진 연합뉴스
문승욱(왼쪽) 장관과 최태원 회장.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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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상의 회장 첫 회장단 회의 주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겸 서울상의 회장은 5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첫 서울상의 회장단 회의를 주재했다. 새로 개편된 회장단과 상견례를 하고, 향후 상의 역점 사업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서울상의 회장단에 새롭게 포함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경제 발전의 새로운 모델과 사회 문제 해법 찾는 일에 기업 부문에서도 더 적극적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자”고 뜻을 모았다.

최 회장은 이날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나 각종 기업 현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날 문 장관에게 “하루빨리 내수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늘어나 모든 국민이 일상을 되찾기를 희망한다”며 “미래 산업 선점을 위한 국가 간 경쟁에서 기업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도 탄소 중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확산 등 새로운 환경 변화에 맞춰 유연하고 적극적인 산업 정책을 펼쳐 달라”고 요청했다.


구본준 LX홀딩스 회장. 사진 조선일보 DB
구본준 LX홀딩스 회장. 사진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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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홀딩스 구본준家 승계 작업 가시화

LX홀딩스가 5월 1일 출범한 가운데, 경영 승계 작업이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의 아들 구형모씨는 5월 초 LX홀딩스 상무에 선임됐다. 구형모씨는 1987년생으로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나온 뒤 2014년 LG전자 대리로 입사해 일본 법인에서 근무해 왔다. LG의 장자 승계 가풍에 따라 구 상무가 LX홀딩스에 합류할 것이란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

구형모씨는 당장 경영 전면에 나서기보단 경영 수업을 받을 전망이다. 앞서 구자경 명예회장이 70세에 장남인 구본무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면서 ‘70세 룰’이 LG가의 가풍처럼 비쳤지만, 나이와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구본준 회장은 올해 70세다. 구형모씨는 LX홀딩스 자회사인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 등과 손자회사인 판토스의 업무를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LX홀딩스는 최원혁 판토스 대표를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AP연합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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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LG 주요 그룹 CEO 韓·美 정상회담 동행한다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5월 21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동행한다. 재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는 미국 투자를 단행했거나 추가 투자를 앞둔 기업 CEO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는 대한상의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방미길에 오른다. 미국과 협업 이슈가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안재용 대표가 참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의 김종현 회장이 미국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 법인을 세우고, 5조원의 미국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삼성그룹에서는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나 최시영 삼성전자 DS 부문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이 사절단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텍사스 반도체 공장의 추가 투자 가능성이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