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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차량을 출시하면서 일반 세단은 물론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픽업트럭, 슈퍼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기차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럽 교통환경국과 IHS마킷 등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 출시될 전기차는 100여 종에 이른다.

특히 올해는 자동차 업체들이 모터쇼에서 내세우는 모델 대부분이 전기차일 정도다. 현대자동차·폴크스바겐·메르세데스-벤츠·도요타 등 글로벌 업체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열린 글로벌 모터쇼 ‘상하이모터쇼’에서 전기차 신차를 대거 공개했다.

현대차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 ‘G80 전기차 버전’을 최초로 공개했고, 폴크스바겐은 대형 크로스오버 전기차 ‘ID.6’를, 메르세데스-벤츠는 준중형급 전기 SUV ‘EQB’를 처음 내놓았다. 전기차에 소극적이던 도요타도 첫 전기 SUV 콘셉트 ‘bZ4X’를 선보였다.

전기차 시장에서 격전이 펼쳐지면서 하이브리드차(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외부 전력을 연결해 배터리 재충전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차량) 인기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아직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전기차를 구매하기보다는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의 장점을 함께 살릴 수 있는 차량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 전기차 로드맵 제시

GM은 2025년까지 전기차 30종, 폴크스바겐그룹은 2030년까지 70종의 전기차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BMW는 2023년까지 13종의 순수 전기차를 출시하고, 산하 브랜드인 MINI는 2025년 마지막 내연기관 모델을 출시한 뒤 2030년엔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볼보는 2030년까지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바꿀 방침이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23종의 전기차를, 기아는 11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전동화 물결에는 내연기관차의 마지막 보루였던 럭셔리·슈퍼카 브랜드도 합류했다. 포르셰는 2025년까지 전체 모델의 65%를, 페라리는 2022년까지 전체 모델의 60%를 전동화하기로 했다.

하이브리드차 위주로 차량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었던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순수 전기차를 내놓기 시작했다. 도요타는 2025년까지 전기차 15개 차종을 내놓기로 했으며, 혼다는 2040년 이후에는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만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는 올해 25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딜로이트는 앞으로 10년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연평균 29% 성장해 2025년 판매량이 1120만 대, 2030년에는 3110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5% 수준에서 2030년이 되면 25%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각국의 탄소 배출 규제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자동차 업체가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을 1㎞당 95g으로 정하고, 이를 초과하면 1g당 95유로(약 13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해당 규제는 2023년 62g, 2050년 10g으로 점차 강화된다.

우리나라 환경부도 완성차 업체가 전체 판매량의 일정 비율을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로 채우지 못할 경우 벌금과 같은 기여금을 내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규제 강도는 해마다 강화되고 있다. 아울러 세계 각국은 친환경차 분야에 막대한 예산을 배정하는 등 전기차 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는 추세다.


페라리는 최근 브랜드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F90 스파이더’를 출시했다. 사진 FMK
페라리는 최근 브랜드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F90 스파이더’를 출시했다. 사진 FMK

친환경차 관심에 하이브리드차도 덩달아 인기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올해부터 전기차를 대거 쏟아내는 가운데 하이브리드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인기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전 세계 시장에서 HEV, PHEV 판매량은 2017년 242만2536대에서 2020년 319만2129대로 31.8% 증가했다. 한국 시장에선 같은 기간 8만4953대에서 14만5770대로 71.6% 늘었다.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전기차·수소차 시대로 가기 위한 전 단계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전기차·수소차 시대가 오더라도 이들 차량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관측도 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맞추려면 자동차 업체들이 여러 가지 차량을 선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아직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연비가 좋고 도심 주행이 편리한 하이브리드차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충전 인프라가 잘 구비돼 있는 곳에서는 전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크게 불편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하이브리드차가 적합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연기관의 감성을 느끼고 싶어하는 소비자는 하이브리드 중에서도 보다 작은 배터리가 탑재된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선호하고, 외곽 지역에서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선호한다. 이처럼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려면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또는 수소차만 생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가격은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수백만원 이상 비싸지만 전기차와는 가격 차이가 크지 않고 내연기관차보다 연비가 뛰어나다.

BMW 등 해외 자동차 업체들의 경우 거의 전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갖추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세단의 경우 C클래스, E클래스, S클래스, SUV의 경우 GLC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있다. 올해는 SUV인 GLE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예정이다.

럭셔리 스포츠카·슈퍼카 업체들도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각국의 환경 규제에 발맞추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차에 전기 모터를 추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 높은 출력을 얻을 수 있어서다.

페라리는 최근 브랜드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F90 스파이더’를 출시했다. 3개의 전기 모터(총 220마력)와 V8 터보 엔진(780마력)이 결합돼 1000마력의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현존하는 양산 슈퍼카 중 최강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맥라렌도 올해 초 브랜드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아투라를 공개했다. V6 3.0L 터보 엔진에 전기 모터가 결합돼 680마력의 성능을 낸다.

변지희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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