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의 2만6000TEU급 컨테이너선이 만선으로 출항하고 있다. 37항차 중 36항차가 만선을 기록했다. 사진 HMM
HMM의 2만6000TEU급 컨테이너선이 만선으로 출항하고 있다. 37항차 중 36항차가 만선을 기록했다. 사진 HMM

해운, 조선, 철강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기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기 회복으로 해운 물동량이 늘자 선박 수주가 급증했다. 모처럼 살아난 조선업 덕분에 철강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등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면서 주가도 자연스레 뛰는 분위기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부터 4월 7일까지 해상 운수 기업(8곳)의 주가는 32% 상승했다. 철강·비철금속 기업(81곳)과 조선·기자재 기업(22곳)은 각각 28%, 11%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9.1%), 코스닥지수 상승률(0.4%)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10년 불황 해운업 기지개

해운업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부터다. 2020년 초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공장이 멈춰 서면서 물동량이 줄었지만, 하반기 들어 수출이 몰리면서 역대급 호황이 시작됐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면서 소비심리가 회복됐고, 늘어난 물동량에 선박 대란이 벌어지면서 운임이 급등했다. 세계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지난해 4월 말 818.16에서 올해 4월 첫째 주 2585.42로 수직 상승했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도 10년간의 불황을 딛고 화려한 재기에 성공했다. 적기에 2만4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2척을 투입하고, 세계 3대 해운동맹에 가입해 호실적을 이끌었다. HMM의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12척은 ‘32항차 연속 만선’이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HMM의 부활 뱃고동에 실적도 순항하고 있다. HMM의 2019년 매출액은 5조513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6조4133억원으로 16%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96억원 적자에서 980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10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을 넘어 사상 최대 실적을 세웠다.

HMM의 실적 개선은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HMM 주가는 지난해 4월 7일 3250원에서, 지난해 말 1만3950원까지 올랐고, 4월 7일 현재 3만500원이다. 1년 새 9배나 상승한 셈이다. 이한준 KTB 연구원은 “다시 보기 힘든 실적 대호조”라고 했고,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높아진 기대치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업, 2008년 이후 최대 호황

조선업 선행지표인 해운업이 살아나자 조선업 시황도 불붙고 있다. 국내 조선사는 2008년 이후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 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024만CGT로 전년 대비 4.3배 증가했다. 이 중 한국의 선박 수주량이 532만CGT로 1위(52%)였다. 지난해 1분기(55만CGT) 대비 10배 늘어난 수준이다.

국내 조선 3사는 웃음꽃이 피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총 42척, 51억달러(약 5조7100억원) 수주 실적을 기록해, 연간 수주 목표(78억달러)의 65%를 달성했다. 수주 잔고는 3월 말 254억달러(약 28조4400억원)로, 5년 이내 최고치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3월 대만 에버그린으로부터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20척을 한꺼번에 수주하며, ‘세계 최대 수주(단일 계약 기준)’ 기록을 다시 쓰기도 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총 68척, 55억달러(약 6조1600억원)를 수주해 목표의 37%를 달성했고, 대우조선해양은 19척, 17억9000만달러(약 2조원)로 목표의 23% 수준이었다. 조선업 특성상 연초보다 연말에 선박 수주가 몰린다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달성률이다. 최근 1개월간 주가 상승률도 현대미포조선 25%, 한국조선해양 19%, 삼성중공업 15%, 대우조선해양 13% 등으로 높다.

조선 업계에서는 경기 회복과 환경 규제로 수주 호조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5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최소 30% 이상 감축하도록 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세계 경기 회복이 기대돼 당분간 발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도 “경기 회복, 운임 인상으로 선사들의 이익이 늘어난 데다, IMO가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선박 수요가 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철강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현대제철 열연공장. 사진 현대제철
국내 철강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현대제철 열연공장. 사진 현대제철

‘고진감래’ 철강업, 가격 인상도 성공

조선업에 생기가 돌고 자동차, 건설업 등이 회복세를 보이자 철강사도 숨통이 트였다. 선박 제조용 후판, 자동차·가전제품용 열연강판 수요가 증가해 제품 가격 인상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사는 그간 주요 산업 부진에 철광석 가격이 올라도 제품 가격을 동결하며 냉가슴만 앓아 왔다.

포스코는 올해 초 조선 3사와 상반기 선박용 후판 가격 인상 합의에 성공했다. 2016년 이후 4년 만이다. 현대제철도 선박용 후판과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을 추진 중이다. 동부제철과 동국제강도 4월 냉연도금 가격을 7만원 이상 인상했다.

대외적 요인도 철강사의 가격 인상을 뒷받침한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중국이 2060년 탄소 제로(이산화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 산업을 제재하고 있어서다. 중국의 철강 생산이 줄면, 그만큼 국내외 철강 제품 가격이나 수급 측면에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세계로 눈을 넓히면 더욱 기대감이 커진다.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전 세계 철강 수요가 17억9500만t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이는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17억6700만t)을 웃도는 것으로 최근 20년 중 최고 수준이다. 더욱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철강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국내 철강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도 커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1분기 별도 영업이익 4581억원에 이어 2분기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엔 1조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제철도 올해 연결 영업이익이 작년(730억원) 대비 10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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