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니 간츠 올캠 CMO (최고마케팅담당임원) 테크니온공과대 기계공학과,벤구리온대 전기광학 석사,텔아비브대 MBA,전 KLA 마케팅 부사장 사진 이신태 PD
메니 간츠 올캠 CMO (최고마케팅담당임원) 테크니온공과대 기계공학과,벤구리온대 전기광학 석사,텔아비브대 MBA,전 KLA 마케팅 부사장 사진 이신태 PD

미국 주간지 ‘타임’은 2019년 100대 발명품 중 하나로 이스라엘 스타트업 올캠(Orcam)이 개발한 ‘마이아이(MyEye)’를 선정했다. 마이아이는 ‘인공지능(AI) 시각 보조기’다. 안경테에 부착하면 신문, 책, 메뉴판 등 사용자가 원하는 글자를 카메라가 인식한 뒤 설정된 언어로 읽어준다. 시력이 매우 나쁜 사람뿐 아니라 시각장애인, 난독증을 앓는 사람도 마이아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올캠을 설립한 인물은 이스라엘 자율주행 기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암논 샤슈아 히브리대 교수다. AI와 컴퓨터 비전 시스템 분야 전문가인 샤슈아 교수는 1999년 자율주행 기술 업체인 모빌아이(Mobileye)를 창립한 뒤, 고도화된 비전 시스템 기술을 바탕으로 2010년 올캠을 세웠다. 모빌아이는 2017년 인텔에 154억달러(19조698억원)에 인수됐으며, 올캠 역시 이스라엘의 대표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중 하나로 등극해, 이르면 올해 미국 증시에 상장될 전망이다.

예루살렘 올캠 본사에서 만난 메니 간츠 CMO(최고마케팅담당임원)는 마이아이의 가장 큰 특징에 대해 “사용자가 주변의 이목을 끌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개발 과정에서 많은 시각장애인이 주변의 불필요한 이목을 끌지 않는 제품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요청한 데 따른 배려다. 올캠은 마이아이를 최대한 소형화하고, 배터리 연결선을 없앴다. 특히 사용자가 신문이나 책을 거꾸로 들고 있으면, 마이아이가 ‘위아래를 뒤집어달라’고 안내한다.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주변의 이목을 끌지 않게 하기 위해 도입한 기능이다. 간츠 CMO는 “한국 시장에는 2018년에 진출했고, 이미 수백 명의 한국인이 마이아이를 사용하고 있다”며 “마이아이의 도움이 필요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캠의 마이아이를 사용해 책을 읽는 모습. 사진 올캠
올캠의 마이아이를 사용해 책을 읽는 모습. 사진 올캠

마이아이에 대해 소개해달라.
“시각 장애와 난독증,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으로 글자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 단순히 시력이 안 좋은 사람까지 포함해 전 세계에 이런 인구가 수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들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글자를 읽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가 개발한 마이아이다. 마이아이에는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이 적용돼 있다. 기기에 장착된 1300만 화소의 카메라가 이미지를 인식하면, AI가 문자만 식별해 읽어준다. 덕분에 어두운 곳에서 글자를 읽는 데 어려움이 없다. 또 기기 측면에 자석이 붙어 있어 안경테에 가볍게 부착할 수 있다. 무게도 22.5g으로 가벼워 장시간 사용해도 불편하지 않다.”

글자만 읽을 수 있나.
“아니다. 마이아이는 사람의 얼굴도 인식할 수 있다. 가령 내 앞에 남성이 서 있으면 ‘남성 1명이 서 있다’고 알려준다. 기기에 100명까지 얼굴을 등록할 수 있는데, 이들이 감지되면 마이아이에서 이름을 말해준다. 얼굴의 128개 포인트를 인식하기 때문에 안경을 벗거나 모자를 써도 누군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또 신호등 색깔부터 지폐의 액면 금액까지 읽어줄 수 있다. 상품의 바코드도 인식할 수 있다. 미국에서 서비스 중인 마이아이의 경우 100만 가지 이상의 상품 바코드 정보가 탑재돼 있어, 마트에서 바코드를 인식시키면 어떤 제품인지 즉각 알려준다.”

간츠 CMO는 인터뷰 도중 “직접 보는 게 빠르다”며 검지 크기의 마이아이를 주머니에서 꺼내 자신의 안경테에 부착했다. 그가 신문을 펼치고 마이아이 옆을 가볍게 톡톡 두드리자, 내장된 스피커를 통해 기사 제목부터 본문까지 정확하게 읽어냈다. 딱딱한 기계 음성이 아닌 사람이 읽어주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기기 옆을 두드리는 것 외에도 ‘Read(읽어)’라는 명령어를 통해 마이아이를 작동시킬 수 있다고 한다.

마이아이에는 일명 ‘스마트 리딩(smart reading)’ 기능도 탑재돼 있어, 사용자가 원하는 부분만 읽어줄 수도 있다. 이번에는 간츠 CMO가 파티 초대장을 들어 올리고 “장소와 시간을 알려줘”라고 말하자, 잠시 뒤 마이아이가 정확하게 초대장에 적힌 장소와 시간만 골라내 읽어줬다. 마이아이 가격은 국가마다 상이하지만, 한국에서는 5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보조 공학 기기 지원 사업을 통해 신청자에 한해 구매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많은 정보를 이처럼 작은 기기에 담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인터넷 연결이 필요한가.
“인터넷 연결이 필요 없다. 그래서 사생활을 보호해줄 수 있고 외부 해킹으로부터도 자유롭다. 마이아이가 인식한 텍스트나 이미지는 기기에 저장되지 않는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된다. 법조인이나 사업가들처럼 민감한 서류를 읽어야 하는 사용자에게 아주 유용한 기능이다. 업데이트가 필요할 때는 와이파이에 연결하면 된다.”

사용 시간이 짧지는 않나.
“사용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최장 2시간 30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대신 충전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20분이면 배터리 용량의 7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충전 단자도 자석으로 돼 있어 전원 케이블에 가까이 가져가면 착 달라붙게 만들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이들을 배려해 설계한 것이다.”

마이아이는 몇 개 언어를 지원할 수 있나.
“한국어를 포함해 총 25개 언어를 지원한다. 기본 언어인 영어를 포함해 기기당 5~6개 언어를 추가할 수 있다.”

25개 언어를 지원하면 번역기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술적으로 어렵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마이아이를 개발한 목적은 읽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다. 그래서 시각 보조 기능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나.
“마이아이 사용자가 주변의 이목을 끌지 않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발 과정에서 우리에게 피드백을 전달한 시각장애인들은 ‘사람들의 불필요한 이목을 끌지 않게 해달라’고 공통적으로 요구했다. 마이아이를 무선으로 설계해 거추장스러운 배터리 연결선을 없앤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글자를 읽는 소리도 사용자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게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만약 사용자가 신문을 거꾸로 들고 있다면, 마이아이가 자동으로 ‘위아래를 뒤집어 달라’고 알려준다. 기술적으로 거꾸로 된 문자를 읽는 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기능을 추가한 것은 사용자가 사람들의 불필요한 이목을 끌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만약 지하철에서 옆 사람이 거꾸로 뒤집힌 신문을 읽고 있다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올캠의 기술을 적용한 다른 제품도 있나.
“마이아이뿐 아니라 ‘올캠 리드(Read)’와 ‘올캠 런(Learn)’이란 제품도 출시했다. 올캠 리드는 펜처럼 손에 들고, 문자를 인식할 수 있는 독서 보조기다. 올캠 런은 어린이와 난독증 환자들이 글자를 올바르고 정확하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 학습 보조기다. 올캠 런은 스마트폰과도 연동돼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학습량을 체크할 수 있다. 영국 일부 학교에선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올캠 런을 시범 도입한 상태다.”

예루살렘(이스라엘)=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