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앤디 하워드 슈로더 지속가능투자 글로벌 헤드 런던정경대 경제학 학사,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MBA, 전 ERM그룹 크리티컬 리소스 상임고문, 전 골드만삭스 매니징 디렉터·지속가능 부문 헤드, 전 맥킨지앤드컴퍼니 뉴욕 컨설턴트캐서린 데이비슨 슈로더 수석 포트폴리오매니저 옥스퍼드대 철학·정치학·경제학 학사
왼쪽부터
앤디 하워드 슈로더 지속가능투자 글로벌 헤드 런던정경대 경제학 학사,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MBA, 전 ERM그룹 크리티컬 리소스 상임고문, 전 골드만삭스 매니징 디렉터·지속가능 부문 헤드, 전 맥킨지앤드컴퍼니 뉴욕 컨설턴트
캐서린 데이비슨 슈로더 수석 포트폴리오매니저 옥스퍼드대 철학·정치학·경제학 학사

전 세계 돈을 움직이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반영하느라 분주하다.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ESG 펀드에 투자된 자금은 1조6520억달러(약 1883조원)로 집계된다. 글로벌 ESG 펀드 자금은 2019년 말까지만 해도 1조달러(1140조원)를 못 넘겼다. 영국의 슈로더도 이런 흐름에 올라탄 대표적인 글로벌 자산운용사다. 지난해 모든 투자 전략에 ESG 요소를 결합하는 작업을 마쳤다. 지난해 기준 슈로더가 운용하는 자금은 5744억파운드(약 930조원)에 달했다.

친환경(Environmental)과 사회적 책임 경영(Social), 투명 경영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ESG’ 투자는 단순히 착한 기업에 자금을 대는 게 아니다. 비재무적 성과인 ESG 요소를 고려해 수익과 함께 지속가능성 있는 성장을 챙긴다. 슈로더는 4월부터 수익과 함께 사회, 환경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끄는 지속가능한 투자를 지향한다며 ‘수익 그 이상의(beyond profit)’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선보였다. ESG를 잘하는 기업이 결국 장기적으로 더 성장한다고 본 것이다.

‘이코노미조선’은 5월 19일 슈로더에서 ESG를 총괄하는 앤디 하워드 지속가능투자 글로벌 헤드와 캐서린 데이비슨 수석 포트폴리오매니저에게 이메일로 기업의 ESG 전략 수립 조언을 들어봤다. 하워드 헤드는 “기업이 생존하고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능력은 이해관계자와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좌우된다”고 했다. 데이비슨 수석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모든 이해당사자를 고려해 운영하는 기업은 비용이 많이 들고 존재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는 논란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하워드 헤드는 지난해 6월부터 그룹의 지속가능 투자 활동을 지휘하고 있다. 데이비슨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슈로더 대표 ESG 펀드인 ‘글로벌지속가능성장주펀드’ 운용을 주로 맡고 있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일문일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ESG에 대한 관심을 키웠나.

하워드 “코로나19 사태는 ESG의 ‘S(사회)’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이제 기업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이해관계자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가 일상 대화가 됐다. 기업이 고객과 직원, 공급 업체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철저하게 검증되고 있다. 정부가 고용 보호를 위해 기업에 압박을 가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기업의 직원에 대한 처우가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다보스 회장은 ‘코로나19 위기라는 썰물이 되면 비로소 누가 주주자본주의(성장·사람·지구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달리 주주 이익만 중시)를 숭상하며 발가벗고 수영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SG를 투자 원칙에 적용한 이유는.

하워드 “슈로더는 고객과 직원, 사회를 위해 지속가능하고 내구성 있는 사업에 투자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자 한다. 지속가능한 투자는 한 회사가 달성하는 수익뿐 아니라 회사가 어떻게 수익을 도출하는지도 중요하게 본다. 한 회사의 모든 활동은 금전적 손실을 유발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슈로더는 해당 위험을 파악해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따른 잠재수익률을 계산한다. 슈로더는 2000년 지속가능 투자와 관련한 경영관여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도 ‘높은 수준의 주주행동주의’를 필수 투자 원칙으로 삼는다. 주주제안 등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실현한다. 지난해 슈로더는 2150건에 이르는 경영관여 활동을 했다. 슈로더는 2050년까지 포트폴리오 내 기업들의 탄소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을 달성하겠다며 세계 자산운용사 73개 사가 참여한 ‘탄소중립 자산운용사 이니셔티브’의 창립회원이기도 하다. 회사는 유엔 사무총장 주도로 2000년 출범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제협약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에도 서명했다.”


ESG 펀드가 단기 트렌드라는 시각도 있다.

데이비슨 “세계경제포럼이 비즈니스 리더들과 선정한 파급력 큰 글로벌 리스크에 환경과 사회 비중이 커지고 있다. 리더들이 선정한 상위 5대 세계 잠재 위험 중 네 가지가 환경 항목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경제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잠재 위험요소로 꼽혔다. 슈로더가 지난 5년간 매년 전 세계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투자자들은 향후 몇 년간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 지속가능 투자 펀드로 1조6500억달러가 넘는 기록적인 자금이 유입된 게 이를 입증한다. ESG 투자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단기적인 트렌드가 아니다.”


ESG 펀드가 수익률도 높은가.

하워드 “지속가능 기업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하는 경우가 많다. 지속가능한 투자가 금전적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ESG가 비재무적 요소인 만큼 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전문가들도 기업의 성장 전망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지속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내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성이 있는 기업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한 ESG 펀드가 기존 펀드나 시장 지수를 앞서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데이비슨 “지속가능 투자의 핵심은 기업이 이해관계자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기업과 이해관계자 간의 공생관계는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이행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하는 데 유리하다는 ‘기업의 운명’을 의미한다. 모든 이해당사자를 배려해 운영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


ESG 투자 기업을 어떻게 선정하나.

하워드 “사업 성격상 친환경적이고 수익성이 높은 기업이라고 해도 직원이나 협력 업체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고 지역사회를 등한시한다면, 장기적으로 생존하고 번창하기 어렵다. 슈로더는 ESG 트렌드를 조사하고, 이를 기업 평가와 투자 전략에 통합시키는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자 노력한다. 슈로더는 이 같은 기조로 재무 분석과 함께 자체 ESG 분석 기법인 ‘콘텍스트(CONTEXT)’를 투자에 활용한다. ESG 전문가가 47개 영역의 기업에 대해 지속가능성 트렌드 730여 개를 통합해 분석한다.”


ESG 평가기관마다 결과가 달라 혼란이다.

하워드 “한 기업을 놓고 ESG 평가기관마다 매우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ESG 평가는 기업의 정보 공개 정도, 지출 여력, ESG 관련 정보 공개와 관련한 현지 당국의 규제와 압박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외부 ESG 평가기관은 기업이 현재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떻게 미래의 도전을 헤쳐나갈 것인지가 아니라, 과거에 어떻게 해왔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평가사의 ESG 등급은 단순하다는 매력은 있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일 위험이 있다. 슈로더는 이 때문에 외부 ESG 평가기관의 평가보다 회사 내부 애널리스트가 스스로 내린 판단을 투자 결정에 통합시키는 자체 평가 프레임, 분석 기법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