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피치그로브 대표 중앙대 광고홍보학, 전 엔씨소프트 쓰론앤리버티경제디자인팀장, 전 엔픽셀 그랑사가 마케팅팀 총괄 사진 김선우
김선우 피치그로브 대표 중앙대 광고홍보학, 전 엔씨소프트 쓰론앤리버티경제디자인팀장, 전 엔픽셀 그랑사가 마케팅팀 총괄 사진 김선우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디즈니플러스까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네 개 다 구독해도 월 1만7600원이면 됩니다. 불법 아니냐고요. 이용자끼리 계약하도록 해 법적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공동구독 중개 플랫폼 링키드를 만든 김선우 피치그로브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링키드는 구독 서비스를 매입해 이용자들에게 재판매하는 방식이 아닌 공유자(파티장)와 피공유자(파티원)의 공동구독 계약을 중개하는 서비스”라고 했다. 게임 업체 엔씨소프트와 엔픽셀에서 마케터 및 게임 기획자로 일한 김 대표가 만든 공동구독 중개 플랫폼은 언뜻 보면 한 사람이 구입한 구독 계정을 나눠 판매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여러 사람이 구독 계정을 함께 구입하는 공동구매에 가깝다.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 무기명 호텔 회원권을 구입하고, 한 사람에게 회원권을 관리하는 총무 역할을 맡기는 것과 같다. 수고하는 총무에게 회비를 깎아주는 것처럼 링키드는 공유자에게 요금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수백 명의 돈을 받아 도망치는 OTT 공유 부작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링키드는 구독 서비스 공유를 안전하게 중개하면서 공동구독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링키드 서비스 화면. 사진 피치그로브
링키드 서비스 화면. 사진 피치그로브

링키드 서비스를 만들게 된 계기는.
“엔픽셀에서 그랑사가 마케팅팀을 이끌 때 여러 개의 OTT를 구독하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저렴하게 볼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가 공동구독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창업에 도전했다. 

이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두 명의 공동 창업자와 함께 피치그로브를 설립했고, 첫 번째 서비스가 공동구독 중개 플랫폼 링키드다.”

피치그로브와 링키드는 어떤 의미인가.
“피치그로브는 ‘삼국지’의 유비·관우·장비가 의형제를 맺은 도원결의(桃園結義) 장소인 ‘복숭아밭’을 뜻하는 단어다. 이용자에게 신뢰성 높은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공동구독 중개 플랫폼 링키드는 연결을 뜻하는 ‘링크’와 ‘아이디’의 합성어다. 이용자 아이디를 안전하게 연결하겠다는 의미를 더했다.”

링키드 성과는.
“2021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링키드는 1년여 만에 가입자 10만 명을 돌파했다. 2022년 6월에는 우수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선정됐다. 링키드는 올해 상반기 가입자 15만 명, 연내 30만 명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평균 몇 개를 구독하는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난해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OTT 이용자는 평균 2.7개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OTT는 넷플릭스가 가장 인기 있고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가 비슷한 수준이다. 

링키드 이용자 1명당 평균 1.9개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구독 개수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링키드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구독 서비스 공유 시장 전망은.
“가족이나 친구와 구독을 공유하는 비율은 최소 40%에서 높으면 80%에 달하지만, 제삼자와 공유는 많지 않다. 타인과 OTT 계정을 공유하는 비중은 현재 1%를 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 계정을 공유받는다는 인식과 그렇게 해도 된다는 신뢰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고나라에서 1년치 넷플릭스 아이디를 구입했다가 먹튀(먹고 튀기)를 당했다거나 구입한 공유 계정이 해외 계정이라 환불을 요구했더니 거절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타인과 OTT 계정 공유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신뢰만 받쳐주면 성장 공간이 꽤 크다는 얘기다.”

경쟁사가 OTT를 쪼개 판매한 논란으로 서비스를 중단했는데, 링키드와 차이점은.
“구독 서비스를 하루 단위로 분할해 판매하는 공유 서비스는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참신했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 플랫폼이 구독 계정을 직간접적으로 매입해 재판매할 경우 라이선스 조항에 위반되는 만큼 링키드는 철저하게 사용자 간 공동구독 형태로 서비스하고 있다. 링키드는 계정을 구입하는 공유자와 피공유자를 분리해 모집하고 있으며, 이들을 중개·보증하고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취하는 방식으로 사업하고 있다. 

또 약정 거래를 통해 구독 서비스 업체에도 수익을 보장하고 있다. 공동구독으로 이용자 이탈을 막을 수 있다면 당장의 월 단위 매출이 감소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고 생각한다. 링키드는 이용자의 75%가 12개월 이상의 약정을 이용 중이다. 약정 이행률은 97%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요금제 변화가 링키드에 미칠 영향은.
“넷플릭스는 최근 광고 요금제를 도입했다. 광고 요금제 도입 목적은 광고 수익을 늘리는 동시에 유입된 이용자를 일반 요금제로 전환시키는 모객 확대 전략이 함께 있다고 생각한다. 광고 요금제로 증가한 넷플릭스 이용자가 일반 요금제로 전환하면서 공동구독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요금제를 도입할 경우 계정 공유 권한이 플랫폼에서 이용자에게로 옮겨가는 것이기 때문에 구독 공유 서비스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남는 자리 세 개를 주변에 선물처럼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OTT 종류가 늘어나는 만큼 타인과 공유는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남는 계정을 무료로 나눠주는 ‘선물경제’가 지금까지 구독 서비스를 지탱해 왔다면, 앞으로는 타인에게 돈을 받고 계정을 판매하는 ‘공유경제’가 활성화할 것이다. 링키드는 이런 변화를 서비스 시작부터 고려한 만큼 예상되는 모든 형태의 공유 서비스에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 그동안 OTT를 포함한 대부분의 구독 서비스는 수익률보다 이용자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면서 지속 가능성의 한계에 봉착한 상태다. 공동구독 서비스는 구독 플랫폼 입장에서는 이용자 이탈을 막아주는 헤지(hedge·위험 회피) 역할을 할 것이고, 이용자에게는 요금 부담을 줄여줄 대안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넷플릭스 등이 계정 공유를 차단할 경우 링키드의 사업성은 타격받는 것 아닐까.
“구독 서비스가 계정 공유를 차단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계정 공유를 무기로 이용자를 늘려온 OTT가 계정 공유를 차단하는 건 자해 행위에 가깝다. 넷플릭스가 공유 수익화를 검토하는 것도 계정 공유를 막을 수는 없으니,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계정 공유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현재는 계정 공유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아 가족이나 친구들과 선물처럼 주고받지만, 공유 수익화 이후에는 기존 가족과 친지 간 공유까지 공동구독 중개 플랫폼으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러 사용자가 모여 공동으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미래는 무조건 온다.”

링키드의 미래 사업 전략은.
“링키드가 제시하는 공동구독의 미래는 구독경제의 한계인 소비자의 피로감과 기업의 과잉 경쟁을 공유를 통해 완화하는 걸 목표로 한다. 동시에 공유경제의 한계인 낮은 신뢰성을 구독이란 연속적 관계로 해결할 계획이다. 구독 서비스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OTT 등 디지털 콘텐츠의 공동구독을 시작으로 캠핑카나 요트, 콘도 회원권 등 생활 속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공동구독 방식으로 풀어내겠다. 아마존이 세상의 ‘모든 책’을 팔아 축적한 경험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파는 것처럼 링키드도 세상의 모든 구독을 공유하고 공유를 구독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자 한다.”